정전기학은 일반적으로 진공에서의 전하를 관찰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현실에서 물질의 전기적 성질은 진공에서의 그것과는 상당한 차이점을 갖습니다. 왜냐하면 현실에는 무수히 많은 물체들이 분포하고 있기 때문에, 특정 전하로 인한 전기적 효과가 진공에서와 달리 주변 물질들에도 영향을 미치고 거꾸로 주변 물질들도 내가 관찰하고자 하는 전하에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축전기와 같은 몇가지 전기 소자는 진공이 아닌 물질을 사용해서 그것의 능력들을 달리 만들 수 있는 방법도 존재합니다.
그래서 여태까지 우리가 다루었던 정전기학은, 진공이 아닌 물질 속이라는 환경에서는 식들을 수정해야 할 필요가 있고 지금부터 그것을 해보려고 합니다. 물론 이 작업은 진공에서의 정전기학보다는 약간 복잡할 수 있겠으나, 현실에서 더 적합한 정보를 주기에 유용할 뿐만 아니라 약간의 수정을 가하는 것이라 너무 어렵지 않으니 겁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1. 유전체와 편극
1) 물질의 구분
물질은 전기 전도성이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일반적으로 세 가지 종류로 분류하게 됩니다. '도체(Conductor)'은 자유전자가 존재하여 전기 전도성이 가장 큰 물질로, 전기장 내에 도체를 놔두면 도체의 겉면으로 전하가 모두 이동해서 도체 내부의 전기장은 0이 됩니다. (그 까닭을 잘 모르겠다면 여기로)
반도체의 경우 양자역학적 현상을 이해하여 적용한 것이기에 보통 전자기학에서 다루기에는 한계가 있고, 마지막으로 '유전체(Directric)'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는 자유전자가 없고 원자핵 내에 전자가 속박되어 있다는 특징을 가집니다. 일상생활에서 전기가 통하는지, 통하지 않는지의 여부(전류가 잘 흐르는지의 여부)로 구분했을 때 잘 흐르지 않는 '절연체, 부도체(Insulator, Nonconductor)' 로 불리기도 하는데 정확히 말하자면 부도체를 절연체라고 말하는 것에 큰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습니다만, 실제 현실에서는 모든 유전체가 완벽한 절연체의 역할을 하는 것에 약간의 한계가 있습니다. 그리고 절연체라고 하더라도 아주 큰 전압을 가하면 전류가 흐르거나 폭발할 때도 존재합니다. 그러나 지금 단계에서는 둘을 크게 비교할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2) 유전체(Directirc)
우리가 이번에 집중적으로 주목할 것은 유전체입니다.
유전체 내부에서는 전자가 이리저리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없고 원자 내에 속박되어 있으나, 원자 내에서 양전하에 대한 상대적인 분포 정도는 바뀔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위의 [그림 2] 처럼 외부 대전체가 (+)로 대전되어 있다면 절연체 내부의 원자 안에서 전자들은 대전체 방향인 왼쪽으로 모이게 되고, 그러면 상대적으로 양전하가 우측에 모이게 되어 절연체의 왼쪽 부분이 (-), 오른쪽 부분은 (+)를 띠게 된다는 성질이 있습니다. 만일 도체에서 이렇게 (+)로 대전된 대전체를 가져다 대었다면 도체에서는 직접 자유전자가 대전체 쪽으로 움직여서 대전이 발생하고, 이는 '정전기 유도(靜電氣誘導, Electrostatic Induction)' 이라 하지요. 유전체에서는 이와 분명한 차이점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유전체 내부의 원자들이 외부 전기장의 영향을 받고 정렬하여 대전되는 현상은 '유전분극(誘電分極, ditrectric polarization)' 이라 부릅니다.
분극이라는 말은 극이 양분되었다는 것으로 받아들이면 되는데, 한편으로는 한 쪽으로 특정 전하가 치우쳐진 것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어서 '편극되었다(Polarized, Polarization)' 이라고도 말합니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분극보다는 편극이 더 넓은 개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편극은 유전분극처럼 원자가 나란히 전기장에 맞춰 일정한 방향으로 정렬되는 것 외에도, 전자 구름이 조금 치우치는 것이나, 무극성 분자 또는 극성 분자의 재배치, 무극성 분자끼리의 충돌로 인해 생기는 유발 쌍극자(반 데르 발스 힘 작용) 등 일련의 모든 극이 치우쳐 나뉘는 현상을 대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용어기 때문입니다.
3) 유도(유발) 쌍극자 (Induced dipole)
유전체를 자세히 들여다보기 위해서 우리는 유전체 자체의 전체를 보는 것이 아니고, 그보다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서 편극되는 하나 하나의 개별 입자 및 전하에 주목할 것입니다. 그 편극의 대상을 다음과 같이 부릅니다.
(보통 무극성의) 원자, 분자와 같은 입자가 외부 전기장의 영향을 받아 입자 내의 전하가 전기장 방향에 의해 재배치되어 편극된 입자를 '유도(유발) 쌍극자(Induced dipole)'이라 부른다.
이 개념의 정확한 이해를 위해서는 화학 시간에 배우는 극성분자와 무극성분자를 알고 있는 것이 좋습니다. 모든 분자는 전기적 중성이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쌍극자 모멘트의 총합이 0인 것이 있고 그렇지 않은 것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극성 분자는 수소 결합으로 이루어진 물 분자($\mathrm{H_2O}$) 인데 수소 쪽에는 상대적으로 (+)가, 산소원자의 상단 양쪽에는 공유 전자쌍 두 쌍이 (-)를 띠고 있어서 쌍극자 모멘트의 총합이 0이 되지 않지요. 이것은 물 자체로 이미 어느 정도 편극이 이루어진 상태라는 것입니다. 반면에 이산화탄소와 같이 쌍극자 모멘트의 알짜 총합이 0인 분자도 있습니다.
그런데 극성분자든, 무극성분자든 위 [그림 3]처럼 외부 전기장이 있는 곳에 가져다 놓게 되면 분자 내에서 전하의 재배치가 발생하여 정렬된다는 특징을 가지게 됩니다. 이 때 재배치가 이루어진 무극성 분자를 '유도 쌍극자(Induced dipole)' 라고 부릅니다. 극성분자의 경우 그 자체로 이미 양전하와 음전하를 하나씩 가지고 있는 형태라고 해서 '전기 쌍극자(Electric dipole)'이라 불러주며 이의 특징은 이 전에서 계속 다뤘습니다. 물질 속의 정전기학은 이제 유전체를 집중적으로 살펴볼 것이기에 유도 쌍극자의 개념이 중요하다 할 수 있습니다.
2. 원자 편극성 (Polarized atom)
이번에는 분자가 아닌 편극의 가장 기본적인 대상인 원자 1개만을 고려해 봅시다. 원자 1개가 외부 전기장의 영향을 받는다면 무거운 원자핵은 그 위치가 고정되어 있고 전자가 한 방향으로 치우치게 됩니다. (정확히는 위 그림처럼 전자구름이 치우친다고 해야겠지만, 전자기학은 상당한 경우에 고전물리 입장으로도 해석할 수 있기 때문에 편의상 앞으로 전자의 궤도 개념을 사용해 설명할 수도 있습니다.) 즉 전기장의 방향에 의해 전자는 외부 전기장의 (+)극 방향으로 치우치게 되고, 그러면 원자핵(+)과 치우쳐진 전자(-)사이에는 외부 전기장과 반대 방향의 인력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 내부 전기장과 외부 전기장의 힘이 비기는 위치까지 전자가 움직이게 되는 '편극(polarized)'이 일어나는 것이고, 이로인해 이 원자는 이제 작은 쌍극자 모멘트 p를 갖는다고 말할 수 있게 됩니다. 이 때 이 쌍극자모멘트는 외부 전기장과 방향이 같으며 크기는 비례 관계를 가지고, 비례상수를 '원자 편극성(atomic polarizability)'라고 부릅니다.
$$\mathbf{P}=\alpha \mathbf{E}$$
[참고문헌]
Hugh D. Young, Roger A. Freedman, Lewis Ford - University Physics with Modern Physics, 12th Edition -Addison Wesley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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