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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 [2010년 PEET 예비/생명과학]

by Gosamy 2021. 1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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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항생제 주위로는 번식하지 못하는 세균. 보통 항생제는 유익균과 유해균을 모두 죽여버리기 때문에 오남용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항생제를 복용하고 대표적인 유익균인 유산균이 죽게 되어 설사가 나타나는 경우가 흔하다. 이때는 복용량을 조절해야 한다.

 

  세균은 염색체에 유전 물질인 DNA의 형태로 자신의 유전 정보를 대부분 보관한다. 효소 등 생명 활동에 필요한 단백질은 DNA로부터 해당 정보를 넘겨받는 곳이자 세포 내 유일한 단백질 합성 기관인 리보솜에서 생성된다.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단백질들은 일정량씩 항상 유지되는 반면 긴급 상황에 대처하는 데 필요한 단백질은 신속하게 다량 합성되기도 한다.

 

  세균성 질병에 효과적인 치료약인 항생 물질은 곰팡이, 토양 세균 등에서 발견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개발되었다. 항생 물질은 세균의 세포막, 세포벽 또는 세포 내 여러 물질과 결합함으로써 DNA 복제나 각종 효소의 활성을 저해하는 등 다양한 작용을 통해 세균을 죽이거나 발육을 저지한다. 그런데 항생 물질들이 널리 사용되면서 항생 물질에 내성을 가진 세균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성 세균의 비율이 크게 높아진 것은 인간의 항 생 물질 오남용에 따라 내성 세균이 선택된 결과이다.

 

  내성이 발현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세균은 세포막을 통해 각종 물질들을 흡수하고 불필요한 물질들은 배출하는 생체 활동을 하는데, 항생 물질은 세포막에 있는 특정 수송계를 이용해 세균 내부로 침투하여 작용한다. 어떤 내성 세균은 해당 수송 계의 작동을 부분적으로 방해하여 항생 물질이 쉽게 흡수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생존력을 증가시킨다. 그러나 이런 능력은 고용량의 항생 물질 사용으로 무력화된다. 침투한 항생 물질을 에너지를 사용하여 세포 밖으로 빠르게 배출하는 내성 세균도 있는 데, 이런 내성 세균은 고용량의 항생 물질에 노출되어도 살아남을 수 있다.

 

  한편 항생 물질을 화학적으로 변형하거나 파괴하는 효소를 생성하여 내성을 보이는 세균도 있다. 이런 효소들은 특정 항생 물질 에 대해 선택적으로 작용한다. 그런데 이런 방식의 내성은 유인 물질의 동시 사용에 의해 무력화될 수 있다. 즉, 내성 세균의 효소 가 유인 물질을 항생 물질로 오인하여 그것을 주로 상대하는 사이에 진짜 항생 물질의 작용에 노출된 세균은 사멸되는 것이다.

 

  또 다른 내성의 형태는 세균이 항생 물질의 표적이 되는 자신의 효소나 세포의 여러 부위를 변화시켜 항생 물질의 작용을 무력화 하는 것이다. 표적이 되는 효소의 구조 일부를 변화시켜 항생 물질에 대한 반응성을 없애거나, 리보솜의 일부 구조를 변형함으로 써 단백질 생산 능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항생 물질과 결합하는 부위만 없애 생명 활동을 지속하는 것이 이런 예가 된다. 한편 세균은 표적 효소를 변형하는 대신 그 유사 단백질을 다량으로 만들어 내어 항생 물질과 대신 결합하게 함으로써 고용량의 항생 물질에 노출되어도 생존에 중요한 효소들을 보호하기도 한다.

 

  세균들 사이에서 내성과 관련된 유전자가 전달됨으로써 내성이 전파되기도 한다. 세균은 염색체와는 별도로 플라스미드라는 작은 고리형 DNA에 유전자를 추가로 가지기도 한다. 이 플라스미드를 복제하여 전달하는 것이 내성 유전자 전달의 주요 방법이다. 페니실린 내성 세균 B1과 세팔로스포린 내성 세균 B2를 예로 들어 이 과정을 살펴보도록 한다. 우선 B1은 내성 유전자가 포함된 플 라스미드 전달을 위하여 플라스미드 복제본을 만들고, 접합용 ‘선모(線毛)’를 구성하는 단백질을 다량 합성한다. 선모가 완성 되면 B2와 접합부를 형성하여 B1이 준비한 플라스미드 복제본 이 B2 내부로 전달된다. 이 경우, B2는 두 항생 물질에 대한 내성 유전자가 포함된 플라스미드를 둘 다 가지게 되는데, 이 두 플라스미드가 하나로 결합되기도 한다. 즉, 둘 중 하나에서 내성 유전 자에 해당되는 DNA 조각이 분리되고, 다른 쪽 플라스미드의 적절한 부분에서도 고리가 열려, 열린 한쪽 부분에 미리 준비된 DNA 조각이 연결된다. 다른 쪽 끝도 연결되어 다시 고리 모양이 되면 두 항생 물질에 대한 복합 내성을 가진 플라스미드가 완성 된다. 이 플라스미드는 다시 복제되어 또 다른 세균에게 전달될 수 있다.

 

 내성 전파에 환경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사용된 항생 물질 일부는 분해되어 제거되기 전까지는 그 활성을 유지한 채로 주위 환경에 잔류하며, 이 잔류 약물은 내성 세균들을 선별하는 역할을 한다. 항생 물질이 오남용되는 환경, 실험실 환경, 감염 조직 등에서는 플라스미드 교환이 비교적 쉽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항생 물질 내성 정보가 세균들 사이에 쉽게 퍼지게 된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될 경우 여러 항생 물질에 모두 저항하는 복합 약물 내성 세균이 출현할 가능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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