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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읽는 과학과 사회

핵융합과 핵분열의 원리

by Gosamy 2022. 1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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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존재하는 여러 원소의 원자들은 핵변환을 일으키고는 한다. 핵변환이란 원자핵의 구성이 변화하는 것인데, 이에는 핵분열과 핵융합이 있다. 우라늄과 같은 무거운 원소의 원자핵은 자연 상태에서 그보다 더 가벼운 원자핵으로 변환하여 최종적으로 납이라는 다른 원소로 도달하고는 하는데, 이와 같은 현상을 핵분열이라고 한다. 반면 태양빛을 내는 원리이기도 한 핵융합은 수소와 같은 상대적으로 가벼운 원소의 원자핵이 헬륨과 같은 더 무거운 원자핵으로 변환하는 과정에 해당한다. 이와 같은 핵변환이 나타나는 원리는 무엇일까?

 

  원자핵은 고유의 결합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간단한 이입자계를 고려해보자. 두 입자가 결합되어 있을 때 두 입자는 고유한 퍼텐셜에너지를 가지게 되는데, 두 입자가 무한히 멀리 떨어져 있어 상호작용이 없는 상태에서는 결합에 관한 퍼텐셜에너지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두 입자가 결합된 상태는 무한히 떨어져 있는 상태에 비해 퍼텐셜이 높은 상태이므로 두 입자를 완전히 떼어놓기 위해서는 이 퍼텐셜 에너지에 해당하는 만큼 외부에서 에너지를 가해주어야 하고, 이 에너지를 결합에너지라고 한다. 원자 내부에는 원자핵을 이루는 중성자와 양성자가 있고, 그 주위를 도는 전자가 존재한다. 원자핵과 전자 사이에 작용하는 전자기력은 원자핵 내부의 양성자와 중성자 사이에 작용하는 강한 핵력에 비해 약한 크기의 힘이기에, 전자에 의한 결합에너지는 원자핵에 의한 결합에너지에 비해 작고 이로 인해 원자의 결합에너지는 원자핵에 의해 결정되며 일반적으로 원자핵에 포함된 양성자와 중성자의 개수는 원소번호가 더 큰 원소일수록 커진다. 양자역학에 의하면 이러한 원자핵의 결합에너지는 중성자, 전자와 양성자의 질량, 원자번호, 원자의 질량을 토대로 구할 수가 있다. 이를 그래프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그림 1] 핵자 당 원자핵의 결합에너지(The binding energy per nucleon). $A$는 질량수(mass number)이고 $E_b$ 는 결합에너지(Binding energy)이다.

 

 

  핵자 당 결합에너지 그래프를 보면 가장 가벼운 원소인 수소부터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극댓값을 거친 뒤 다시 감소하는 양상을 가지게 된다. 극댓값에 해당하는 원소는 철이다. 그래서 별에서 발생하는 핵융합은 아무리 높은 온도와 압력 조건에서도 철을 생성하는 핵융합까지만 발생한다.

 

  이 그래프를 이용하면 원소에 따라 핵융합과 핵분열이 일어날 수 있는 종류가 한 가지 뿐임이 설명된다. 예컨대 우라늄-235에 저속 중성자 1개를 충돌시키면 이는 바륨, 크립톤, 세개의 고속 중성자와 질량 결손에 해당하는 잉여 에너지 200MeV 가 방출된다. 이는 결합에너지를 구한 공식과 위 그래프에 의해 계산해 보았을 때 우라늄의 질량보다 쪼개진 두 원자핵 바륨과 크립톤의 질량 합이 작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질량 결손만큼의 에너지가 방출되는 것이다. 에너지가 방출되는 현상은 방출되기 전에 비해 후의 상태가 더 낮은 에너지 값을 가지는 상태를 뜻하는 것이기에 우라늄-235는 에너지를 방출함으로서 더 안정한 상태에 위치하게 된다. 들뜬상태에 위치한 원자핵이나 전자는 바닥상태로 이동하려는 자연의 성질에 따라, 철보다 무거운 원소는 핵분열을 통해 더욱 안정한 원자핵으로 변환되는 것이다. 반면 수소의 경우 수소 핵융합을 통해 헬륨핵을 생성하게 되면 수소 원자핵 4개의 질량이 헬륨 원자핵 1개의 질량보다 크기 때문에, 헬륨핵 및 질량 결손에 의한 에너지가 발생하므로 철보다 가벼운 원소는 핵융합을 통해 보다 안정한 상태로의 핵변환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특정 핵변환은 온도와 압력 등의 특정 환경적 조건에서 나타난다는 특징을 가진다.

 

  원자력 발전소와 핵폭탄의 원리는 핵분열에 기반을 두고 있다. 핵분열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원소로는 우라늄을 뽑을 수 있는데, 우라늄은 보통 자연 상태에서 발견되는 천연 우라늄과 인위적으로 동위원소의 비율을 혼재한 농축 우라늄으로 나뉜다. 천연 우라늄이란 우라늄-235 비율이 약 0.5~0.7%이고 나머지는 전부 우라늄-238인 것을 말한다. 반면 농축 우라늄의 경우 저농축 우라늄 고농축 우라늄이 있다. 저농축 우라늄이란 우라늄-235가 2~5%, 나머지가 우라늄-238로 구성된 것을 말하고 고농축 우라늄은 우라늄-235를 95%로 이상 농축한 것으로 핵폭탄에 활용되게 된다.

 

[그림 2] 경수로의 일반적인 구조

 

 

  원자로란 핵분열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속 중성자의 속력과 수를 조절하여 반응의 속도를 서서히 늦추는 일련의 장치를 말하며, 원자력 발전에 이용된다. 원자로의 구조는 크게 핵연료, 감속재, 냉각재, 제어재로 구성된다. 핵연료는 일반적으로 저농축 우라늄이나 플루토늄-239를 활용한다. 이 연료를 1~4m 정도의 원통 모양의 펠렛(pellet)에 넣은 뒤 핵분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바탕으로 물을 끓이고, 그 물이 터빈을 돌려 패러데이 법칙에 의해 전기 에너지가 형성되는 과정이 원자력 발전의 원리이다. 이때 핵분열을 위해 저농축 우라늄에 저속 중성자를 충돌시키는데, 핵분열 이후에는 고속 중성자 3개가 발생하고 고속 중성자는 흡수가 어렵기에 이의 속력을 줄여줄 물질이 필요한데 이를 감속재라 부르며, 보통 경수나 중수를 활용한다. 냉각재는 원자로에서 끊임없이 발생하는 열을 원자로 외부로 운반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것으로 기체로는 헬륨, 이산화탄소, 질소 등을 사용하고 액체로는 경수나 중수를 사용한다. 특별히 우라늄-238에 고속 중성자를 사용해 플루토늄을 생성하는 원자력 방식을 고속 증식로라고 부르는데, 여기서는 감속재가 필요하지 않고 다만 냉각재로 끓는점이 높으면서도 고압에 견디는 액체 소듐을 사용한다. 마지막으로 핵분열 과정에서 발생한 3개의 중성자는 그대로 연쇄적인 핵분열을 일으키면 연쇄 반응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데, 이 정도를 조절하기 위해 적당한 양의 중성자를 흡수해 조절할 필요가 있다. 이 역할을 하는 물질은 카드뮴, 인듐, 붕소 등을 이용하고 이것을 제어재라고 부른다.

 

  원자로의 핵연료로 저농축 우라늄을 활용하는 것을 경수로라 부르고, 천연 우라늄을 활용하는 것은 중수로라 일컫는다. 경수로는 감속재와 냉각재로 경수를 사용하는 반면, 중수로에서는 중수를 사용한다. 그런데 저농축 우라늄을 이용한 발전에서는 농축 우라늄의 수입이 요구된다. 수입해야 하는 까닭은 각 국가에서 자율적으로 농축 우라늄 제작을 허용하는 것이 곧 각 국가에서 핵무기를 제작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원자로 발전소의 경우 고리, 울진, 영광 발전소는 경수로, 월성 발전소는 중수로로 구성되어 있다.

 

[그림 3] 방사성 동위 원소의 붕괴 곡선

 

  원자력 발전은 석유 발전이나 석탄 발전에 비해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적기에 상대적으로 친환경적 발전 방식이며, 효율적 측면에서 우수하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다. 하지만 원전 폐기물을 처리하는 방법이 매우 까다롭고, 원자로의 노령화 또는 예기치 못한 사고로 인한 방사능 유출 위험이 있기 때문에 장단점에 대해 여러 논의가 오가고 있다. 원전 폐기물의 경우 보통 발전소 내부의 깊은 수조에 보관한다. 이는 우라늄이 최종적으로 납이 되는 방사성 동위 원소 붕괴가 발생하는데 우라늄-235의 반감기가 약 7억년, 우라늄-238의 반감기는 약 45억년에 달하기 때문이다. 반감기란 모원소가 자원소로 변환되는데 소요되는 시간으로 양자역학적인 현상이기에 외부 환경의 온도, 압력 등의 조건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으며 동위원소마다 그 값이 고정되어 있다.

 

  그래서 이러한 원소의 붕괴 현상은 원자력 발전의 영역을 떠나 지질학에서 지층의 절대연령을 측정하는데 사용되기도 한다. 예컨대 지르콘이라는 광물에는 이러한 우라늄-235와 우라늄-235이 풍부히 존재하는 경우가 있는데, 우라늄의 반감기가 알려져 있으므로 잔여되어 있는 우라늄의 양과 납의 양을 비교하여 암석의 절대연령을 측정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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