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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LEET 독서/인문학

범주화 이론 [2015년 고2 3월]

by Gosamy 2021. 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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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주화'란 우리가 접하는 사물, 개념, 현상을 분류하여 이해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우리는 우리가 접하는 대상들 가운데 특정한 대상들을 '나무'로 묶어 이해한다. 어떤 것을 '나무'라는 이름으로 범주화하는 것은 그것이 '풀'이나 '돌'과는 다름을 아는 것이며, 모양이나 특성이 다른 낱낱의 수많은 나무들을 하나의 개념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만약 범주화하는 능력이 없다면 새로운 존재를 접할 때마다 모든 정보를 새롭게 파악하고 기억해야 한다는 점에서 인지적인 부담이 매우 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범주화는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이에 대한 견해로 우선 고전적 범주화 이론을 들 수 있다. 고전적 범주화 이론은 아리스토텔레스에서 비롯된 것으로, 범주는 해당 범주를 정의하는 필요 충분 속성의 집합으로 결정된다고 본다. 예컨대, 아리스토텔레스는 '사각형'이라는 범주의 필요 충분 속성을 [네 개의 변], [폐쇄 도형], [평면 도형]으로 보았다. 모든 사각형은 이 세 가지 속성을 반드시 필요로 하며, 역으로 이 세 가지 속성을 가지면 모두 사각형으로 범주화하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일단 사각형으로 범주화된 것은 삼각형이나 오각형이라는 범주와 그 경계가 명확히 구분되며, 범주 내의 사각형은 모두 대등한 가치를 지녀 더 그럴듯하거나 덜 그럴듯한 사각형의 구별이 없다고 보았다.

 

  이러한 견해에 대해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은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였다. 즉, 우리가 접하는 수많은 개별 대상은 필요 충분 속성의 집합으로 범주회되지는 않으며, 범주의 구성원들은 일부 속성만 공유한다는 것이다. 비트겐슈타인은 이를 '가족 유사성'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예컨대 '나, 동생, 아버지'로 이루어진 가족이 있다고 하자. '나'는 '아버지'와 부분적으로 닮고, '동생'도 '아버지'와 부분적으로 닮았다. 하지만 '나'와 '동생'은 닮은 점이 없을 수 있다. 다시 말해 구성원 전체가 모든 속성을 공유하지 않더라도 '가족'이 될 수 있다.

 

  심리학자인 로쉬 등은 비트겐슈타인의 견해를 바탕으로 원형 범주화 이론을 제시하였다. 이 이론에 의하면 어떤 대상의 범주는 그것이 해당 범주의 원형과 얼마나 많은 속성을 공유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원형은 어떤 범주에 대해 사람들이 마음 속에 가지고 있는 표상으로, 어떤 대상이 해당 범주에 속하는지를 판단할 수 있게 해 주는 속성들의 추상적 집합체이다. 기존 범주에 속하지않는 새로운 대상이 나타날 경우, 그 대상의 속성으로부터 새로운 범주의 원형이 만들어지며, 범주의 구성원들이 계속 추가되면 원형이 바뀌기도 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배추, 양파, 마늘, 고추, 토마토’ 등을 ‘채소’로 범주화 한다는 것은, 각 채소들이 우리 마음속에 있는 원형과 일정 부분 유사하다고 판단했음을 의미한다. 원형과 많은 속성을 공유하는 ‘배추’나 ‘양파’ 같은 것은 전형적인 ‘채소’로 평가되는 반면, 적은 속성을 공유하는 ‘고추’나 ‘토마토’는 덜 전형적인 것으로 평가될수있다. 또 판단 기준이 되는 원형이 무엇이냐에 따라 ‘토마토’ 같은 것은 ‘채소’ 뿐 아니라 ‘과일’로 범주화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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