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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LEET 독서/인문학

데카르트의 방법적 회의 [2014학년도 예비 수능(B)/인문학]

by Gosamy 2021. 1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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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통속의 뇌. 이는 본문 내용의 악마에 대응한다고 볼 수 있다. 데카르트에 의하면 우리는 보고 느끼는 감각을 동반한 세계의 참된 모습이 통 속의 뇌인지 아닌지 분별할 방법이 없다. 이를 위해 데카르트는 체계적인 의심 방법인 방법적 회의론을 펼친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이 통속의 뇌 상황을 훌륭히 구현하였다.

 

  상식적으로는 자신에게 보이고 들리고 느껴지는 그대로 세계가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회의론에서는 그 보고 듣고 느끼는 세계가 모두 환상일지도 모른다는 가정을 옹호한다. 가장 널리 알려진 회의론은 근세 철학의 창시자인 데카르트에 의해 제시되었는데, 그는 의심이 전혀 불가능한 확실한 지식을 찾기 위해 체계적으로 의심하는 방법을 만들었다. 즉 의심할 수 있는 이유를 더 이상 찾을 수 없을 때까지 의심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의심해 보는 것이다.

 

  그가 의심한 첫 번째 범주의 지식은 감각에 의해 생긴 지식 이다휴대 전화가 없는데도 벨소리가 들릴 때가 있는 것처럼감각은 우리를 종종 속이므로 감각적인 증거를 토대로 생긴 지식은 믿을 수 없다그렇지만 내가 지금 의자에 앉아 있다는 사실까지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이에 대해서도 데카르트는 꿈에서 똑같은 종류의 감각을 한다는 점을 지적한다나는 의자에 앉아 있다고 느낄지도 모르지만 사실 나는 침대에서 깊은 잠에 빠져 있을 수 있다따라서 감각적인 증거를 토대로 생긴 지식은 믿을 수 없다.

 

  감각적 지식만이 지식의 전부는 아니다예컨대 우리의 지식 중 수학의 지식은 감각에 의존하지 않으므로 데카르트의 의심 에서 무사히 벗어날지 모른다내가 깨어 있을 때나 꿈속에서나 더하기 3은 5이기 때문이다그런데 데카르트는 수학의 지식마저도 의심이 가능하다고 말한다악마가 존재하여 사실은 더하기 3은 4인데 우리가 2에 3을 더할 때마다 5인 것처럼 속일 수 있기 때문이다그런 악마가 실제로 존재하지 않더라도 자체적으로 모순이 되지 않는다면 상상하는 데는 아무런 제약이 없다.

 

  그러나 데카르트는 아무리 의심을 해도 의심하는 사람의 존재에 관한 의심은 가능하지 않다고 말한다왜냐하면 만약 그 자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어떠한 악마도 그를 속일 수 없기 때문이다그러므로 그가 의심하고 있다면 그는 존재함에 틀림 없다그래서 데카르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는 생각한다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그 자신의 존재는 그 자신에게 절대적으로 확실한 것이다.

 

  그런데 데카르트가 찾은 이러한 존재의 확실성의 토대는 그리 튼튼한 것 같지 않다그의 결론대로 생각하는 내가 존재한 다고 하더라도생각하는 가 항상 같은 라는 보장이 있을까생각하는 가 존재한다고 하면 지금 생각하는 와 5분 전에 생각하던 는 똑같은 사람으로 존재해야 한다그러나 지금 이 순간의 생각은 내가 하고 있는 것이 확실하지만 5분 전에도 ‘지금의 나가 생각했다는 것이 확실하지 않으므로지금 생각하는 와 5분 전에 생각하던 가 동일하지 않을 수도 있다.

 

  데카르트의 체계적 의심에 따르면, 절대적으로 확실한 것은 오직 지금 이 순간의 나의 존재일 뿐이다. 그러나 좀 더 철저히 의심하면 영속적인 나의 존재는 보장되지 않는다. 그는 회의를 시작했지만 철저한 회의론자가 되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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