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진술이 동시에 옳을 수 없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경우 두 진술은 서로 대립한다고 말한다. 이경우 두 진술은 서로 대립한다고 말한다. 그 진술들이 대립하는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모순 관계'이며, 다른 하나는 '반대 관계'이다. 모순 관계는 어느 한 진술이 옳으면 다른 진술은 그를 수밖에 없는 관계이고, 반대 관계는 둘 다 옳을 수는 없지만 둘 다 그를 수는 있는 관계이다.
이 모순 관계와 반대 관계를 이해하지 못하여 혼란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 '자유 의지'와 '결정론'의 문제가 한 예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의지의 자유를 믿는다.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주문할 때, 또 내가 지지하는 후보에게 투표할 때 나는 내가 스스로의 의지를 가지고 행동했다고 생각한다. 그런 자유 의지가 없다면 나는 로봇과 다름없는 존재이고, 따라서 어떤 행동을 하든지 나에게는 책임을 물을 수 없다.
결정론은 이 세상의 모든 일이 선행 원인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본다. 결정론이 옳으면 우리의 모든 행동도 앞선 원인의 결과이므로 사람들은 자유 의지가 없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것은 세상에 일어나는 일이 신이나 운명에 의해 미리 정해져 있다는 주장과는 다르다. 결정론에서는 현재 상태가 달라지면 미래도 바뀐다고 주장한다.
반면, 비결정론은 인과적으로 결정되는 사건들도 있지만 적어도 사람의 행동은 선행 원인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비결정론은 그런 행동은 자유롭다고 주장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인과적으로 결정되지 않는 것이 있다고 해도 여전히 자유 의지는 불가능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왜냐하면 원인이 없는 사건은 나의 통제를 벗어나 있고 그것은 나의 자유 의지에 의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결정론이 성립하든 성립하지 않든 자유 의지가 없다는 딜레마가 나타난다. 자유 의지는 결정론과 비결정론 어느 쪽과도 양립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해결책 중 하나는 결정론과 비결정론 이외에 제3의 길이 있어서 그리로 피해 갈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 성공하지 못한다. 결정론과 비결정론은 서로 모순 관계에 있는 주장이므로 두 이론 중 하나는 반드시 옳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자유 의지가 있다는 것을 증명할 방법은 없을까? 결정론을 '엄격한 결정론'과 '온건한 결정론'으로 구분하면 된다. 엄격한 결정론은 결정론과 자유 의지가 양립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반면, 온건한 결정론은 양립 가능하다고 본다. 결정론과 자유 의지가 양립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이유는 행동에 원인이 있으면 그 행동에는 자유 의지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인이 있다고 해서 꼭 자유 의지가 없다고 해야 할까? 그 원인이 외부의 강제 때문에 생긴 것이라면 자유 의지가 없는 것은 당연하다. 나는 다른 식으로 행동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반면에 원인이 있다고 해도 내가 다른 식으로 행동할 수 있었다면 자유 의지는 있는 것이다. 나는 다른 식으로 행동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행동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 경우에 행동의 원인이 없는 것은 아니다. 결국 온건한 결정론자들은 자유 의지 주장과 모순 관계인 것은 결정론이 아니라 강제라고 주장하는 셈이다. 이러한 견해를 받아들인다면 자유 의지와 결정론은 얼마든지 양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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