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증은 크게 연역과 귀납으로 나뉜다. 전제가 참이면 결론이 확실히 참인 연역 논증은 결론에서 지식이 확장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제에 이미 포함된 결론을 다른 방식으로 확인하는 것일 뿐이다. 반면 귀납 논증은 전제들이 모두 참이 라고 해도 결론이 확실히 참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의 지식을 확장해 준다는 장점이 있다. 여러 귀납 논증 중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것은 수많은 사례들을 관찰한 다음에 그것을 일반화 하는 것이다. 우리는 수많은 까마귀를 관찰한 후에 우리가 관찰하지 않은 까마귀까지 포함하는 ‘모든 까마귀는 검다.’라는 새로운 지식을 얻게 되는 것이다.
철학자들은 과학자들이 귀납을 이용하기 때문에 과학적 지식에 신뢰를 보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모든 귀납에는 논리 적인 문제가 있다. 수많은 까마귀를 관찰한 사례에 근거해서 ‘모든 까마귀는 검다.’라는 지식을 정당화하는 것은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아무리 치밀하게 관찰하여도 아직 관찰되지 않은 까마귀 중에서 검지 않은 까마귀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포퍼는 귀납의 논리적 문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지만, 귀납이 아닌 연역만으로 과학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므로 과학적 지식은 정당화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어떤 지식이 반증 사례 때문에 거짓이 된다고 추론하는 것은 순전히 연역적인데, 과학은 이 반증에 의해 발전하기 때문이다. 다음 논증을 보자.
(ㄱ) 모든 까마귀가 검다면 어떤 까마귀는 검어야 한다. 1
(ㄴ) 어떤 까마귀는 검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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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ㄷ) 따라서 모든 까마귀가 다 검은 것은 아니다.
‘모든 까마귀는 검다.’라는 지식은 귀납에 의해서 참임을 보여 줄 수는 없지만, 이 논증에서처럼 전제 (ㄴ)이 참임이 밝혀진다면 확실히 거짓임을 보여 줄 수 있다. 그러나 아직 (ㄴ)이 참임이 밝혀지지 않았다면 그 지식을 거짓이라고 말할 수 없다.
포퍼에 따르면, 지금 우리가 받아들이는 과학적 지식들은 이런 반증의 시도로부터 잘 견뎌 온 것들이다. 참신하고 대담한 가설을 제시하고 그것이 거짓이라는 증거를 제시하려는 노력을 진행해서, 실제로 반증이 되면 실패한 과학적 지식이 되지만 수많은 반증의 시도로부터 끝까지 살아남으면 성공적인 과학적 지식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포퍼는 반증 가능성이 없는 지식, 곧 아무리 반증을 해 보려 해도 경험적인 반증이 아예 불가능한 지식은 과학적 지식이 될 수 없다고 비판한다. 가령 ‘관찰할 수 없고 찾아낼 수 없는 힘이 항상 존재한다.’처럼 경험적으로 반박할 수 있는 사례를 생각할 수 없는 주장이 그것이다.
- 사실 이 (ㄱ)은 '모든 까마귀가 검다면 검지 않은 까마귀는 없다'로 바꾸는 것이 좀 더 적절하다. 왜냐면 이 연역 논증은 '후건 부정'이기 때문인데, 곧 (ㄴ)이 (ㄱ)의 후건을 부정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제시된 '어떤 까마귀는 검어야 한다'의 부정이 (ㄴ)이라고 보기는 어색하기 때문이다. 아니면, 그냥 '모든 까마귀가 검다'만 두어도 된다. 그러면 (ㄴ)이 특칭부정이 되면서 (ㄷ)이 연역적으로 도출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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