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개정 교육과정의 지구과학I 에서는 시선속도 공식 $V_R=cz=c\cdot \displaystyle\frac{\lambda-\lambda_0}{\lambda_0}$ 을 사용하여 은하나 별의 후퇴속도를 구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식은 교과서에서 증명을 보여주지 않고 결과만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수능 문제에 등장하곤 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고등학교 지구과학 I 교육과정만 놓고 보면 이 식을 증명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약간의 편법을 사용해서 고등학교 물리학 I 과 물리학 II 의 개념을 가져오면 그럭저럭 증명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사실 이 시선속도 식은 대학교 1학년 때 배우는 일반물리학에서 다루게 되는데, 아마 대부분의 일반물리학 책에서 도플러 효과와 특수상대성이론을 결합하여 증명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2015 개정 교육과정 기준 도플러 효과는 물리학 II 에서, 특수상대성이론은 물리학 I 에서 다루고 있기 때문에 만약 고등학생일 지언정 물리에 대한 기초 체력이 존재한다면 제가 이 글에서 설명할 시선속도 공식의 유도를 보고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TMI 지만, 저는2009 개정 교육과정에서 지구과학 II 를 수능에서 응시하였고 당시 이 공식은 지구과학 II 의 교과 내용이었는데, 증명과 유도 방법이 너무 궁금해서 며칠동안 고민에 빠졌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물리 II 를 내신에서 배웠었기 때문에 혼자서 증명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도 할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1. 사전지식
도플러 효과는 기본적으로 소리에서 시작된 것이라 소리에 관한 도플러 효과를 알고 있어야 합니다. 오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도플러 효과의 기본적인 뜻과, 최종적으로 발생한 공식만 기억하고 있으면 됩니다. 1
정리($F.P$) 16.3) 2015 개정 교육과정 물리학 II 에 수록
소리의 도플러 효과의 일반적인 관계식은 다음과 같다.
$$f'=\left( \displaystyle \frac{V\pm v_o}{V\mp v_s} \right)f$$ 여기서 $V$ 는 소리의 속력, $v_o$ 는 관측자의 속력, $v_s$ 는 음원의 속력이다.
$v_o$ 는 가까워질 때 (+), 멀어질 때 (-) 이다.
$v_s$ 는 가까워질 때 (-), 멀어질 때 (+) 이다.
보조정리($R.T$) ?.?) 2015 개정 교육과정 물리학 I 에 수록
특수상대성이론에서 로렌츠 인자를 $\gamma=\displaystyle \frac{1}{\sqrt{1-\displaystyle \frac{v^2}{c^2}}}$ 라 할 때, 시간팽창(시간지연)은 다음의 관계식을 따른다.
$$\Delta t=\gamma \Delta t_0=\displaystyle \frac{\Delta t_0}{\sqrt{1-\displaystyle \frac{v^2}{c^2}}}$$ 여기서 $\Delta t_0$ 는 고유시간(proper time)이다.
2. 빛의 도플러 효과
여기까지는 기본입니다. 지금부터가 문제인데, 정석적으로 가려면 로렌츠 변환식을 써야 하고 이는 도저히 고등학교 과학 수준에서 다룰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저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겠습니다. 2 3
이 그림을 봅시다. 일단 도플러 효과에서는 관측자가 움직이는 경우와 음원이 움직이는 경우에 따라 결과식이 다른데, 여기서는 음원이 광원으로 대체되고, 우리가 은하나 별을 볼 때는 우리는 가만히 있고 상대적으로 별이나 은하가 우리에 대해 움직이는 상황(시선방향으로)을 관찰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림 2] 의 사람은 자신이 있는 틀(inertial fram)에 대해 정지해있다고 생각하고, 광원이 우리에게 다가오는 상황을 고려할 것입니다. 상황을 간단히하기 위해 지하철의 전조등을 광원이라고 하고 이 지하철이 우리에게 다가오면서 빛을 방출하고 있다고 해봅시다. 빛의 속력은 $c$, 빛의 진동수는 $f_0$, 주기는 $T_0=\displaystyle\frac{1}{f_0}$ 라 합시다.
관건은 관측자가 실제로 보는 빛의 진동수 $f$ 와 주기 $T$ 입니다. 우선, 이 그림에서 빛이 처음 지하철 전조등에서 나오고 나서 한 파장을 진행했을 때까지 빛이 달린 거리는 $cT$ 가 됩니다. 빛을 파동으로 취급할 수 있으니, 한 주기동안 달린 거리는 주기와 속력의 곱인 $cT$ 가 된다는 것이지요. 또한 여기서 $T_0$ 가 아니라 $T$ 인 이유는 이 거리를 지금 관측자의 계에서 재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림에서 $u=v$ 는 광원인 지하철의 속력입니다. 지하철은 $T$ 시간동안 $vT$ 만큼을 전진하게 됩니다. 당연히 질량을 가진 지하철은 빛보다는 느리게 달려야 하니 $vT< cT$ 의 관계가 성립합니다.
그러면 지금 맨 처음에 방출된 빛의 마루(또는 골)의 위치는 $cT$ 만큼 달려갔고, 두번째 빛의 마루(또는 골)은 첫번째 방출된 빛의 마루(또는 골) 이후 주기인 $T$ 만큼의 시간 뒤에 발생할 것이니 정확히 $vT$ 앞에 존재하게 됩니다. 파장은 마루~마루 또는 골~골 사이의 거리이니, 그림에서와 같이 빛의 파장은 $\lambda = cT-vT=(c-v)T$ 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게 바로 도플러 효과의 원리가 삽입된 이유입니다.
그러면 관찰자가 관측하는 실제 빛의 진동수 $f$ 는 다음과 같습니다.
$$f=\frac{c}{\lambda}=\frac{c}{(c-v)T}$$
그런데 우리의 목표는 애초에 빛의 진동수가 $f_0=\displaystyle\frac{1}{T_0}$ 일 때 이것이 얼만큼 변형되어 관측자에게 $f$ 로 보이게 되는지입니다. 그러니까 $f\neq f_0$ 인 것이고, 단지 $f$ 와 $f_0$ 의 관계식을 찾아야 합니다. 그런데 진동수는 주기의 역수이므로 주기(시간) 정보를 통해 이 관계식을 찾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고유시간은 누구의 것인가요? 지하철? 사람? 고유시간의 주인은 두 사건이 같은 위치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관찰하는 계입니다. 관측자는 빛이 발생하는 지점이 점점 자신에게 다가오므로 빛이 발생하는 사건이 서로 다른 위치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인지합니다. 반면 지하철과 같이 움직이는 계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은 가만히있고 관측자의 계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이기 때문에, 고정된 지하철의 전조등에서 빛이 깜빡, 깜빡하는 것으로 인지합니다. 따라서 고유시간은 광원과 함께 움직이는 틀의 것이고, 따라서 $T_0=\Delta t_0$ 고유시간을 통해
$$\begin{align}
T&=\Delta t=\gamma \Delta t_0=\Delta T_0
\\\\&\displaystyle \frac{\Delta T_0}{\sqrt{1-\displaystyle \frac{v^2}{c^2}}}
\end{align}$$
와 같이 적을 수 있습니다. 이 식에서 $T_0=\displaystyle\frac{1}{f_0}$ 를 대입하고 유리화만 해주면 최종적으로 얻는 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정리($R.T$) ?.?) 빛의 도플러 효과
관측자에 대해 광원이 시선방향과 나란하게 접근(청색편이)하는 상황을 고려하자. 광원의 속력이 $v$, 광속을 $v$, 빛의 고유 진동수를 $f_0$, 관측자가 측정하는 빛의 진동수를 $f$ 라 하면, 다음의 관계식이 성립한다.
$$f=\sqrt{\frac{c+v}{c-v}}f_0$$ 같은 이유로, 거꾸로 관측자에 대해 광원이 시선방향과 나란히 멀어지는 상황(적색편이)에서는
$$f=\sqrt{\frac{c-v}{c+v}}f_0$$ 의 관계식이 성립한다.
위쪽 식과 아래쪽 식은 부호만 다른 것이며 원리는 동일합니다.
유도에 있어서 과학적인 개념을 하나만 정리하고 가봅시다. 제가 소리의 도플러 효과를 설명할 때, 음원은 고정되어 있고 관찰자만 움직일 때는 도플러 효과가 발생하지만 소리의 파장은 변화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음원이 움직이면 소리의 파장은 변화합니다. 마찬가지로, 빛의 도플러 효과에서도 그런 일이 발생할까요?
특수상대성원리의 가정에 의하여 광속은 불변이며, 고로 빛은 상대속도가 적용되지 않기에, 우주에서는 광원이 고정되어있고 관찰자가 움직이는 상황을 광원이 움직이고 관찰자가 고정된 상황과 뚜렷하게 구분할 수 없게 됩니다. 따라서 관성계를 나누어 생각한 것이고, 그렇기에 위의 관계식은 관측자가 광원에 대해 다가가거나 멀어진다고 해도 똑같이 적용되며, 진동수와 파장은 역수관계이기에 위 정리를 토대로 파장값은 실제 변화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시말해 소리의 도플러 효과에서는 도플러 효과가 발생했다고 해서 반드시 소리의 파장이 짧아지거나 길어진다고 단정할 수 없으나, 빛의 도플러 효과에서는 도플러 효과가 발생했다는 것은 반드시 적색편이 또는 청색편이가 나타났음을 함의합니다.
그래서 천문학 part 의 모든 중학과학, 통합과학, 지구과학 교과서에서는 빛의 도플러 효과에서 반드시 파장이 변화한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물리학 II 의 소리의 도플러 효과 part 에서는 파장이 변화할 때와 변화하지 않을 때를 구분합니다. 그래서 이 둘을 섞어서 공부하면 (빛의 도플러 효과의 원리는 고교 과정에서 다루지 않으니) 오개념이 생길 수 있지만 그렇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자, 이제 집중해야 할 것은 바로 $v$ 와 $c$ 의 관계입니다. 실제로 우리가 천문학적으로 별이나 은하를 관찰할 때, 그들의 후퇴속도는 광속에 비해서는 터무니없이 작습니다. 예컨대, [그림 1] 의 수능 문제에서도 보면 별의 공전속도가 $6\mathrm{km/s}$ 밖에 되지 않습니다. 지구과학1 공부를 열심히 하신 분이라면 시선속도의 최댓값이 공전속도와 같다는 사실 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어마무시하게 큰 별이 고작 $6\mathrm{km/s}$ 으로 멀어진다는 것이니, 광속에 비해서 매우 작은 상황, 즉 $v<<<<c$ 인 셈입니다. 이럴 때는 4테일러 급수를 사용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이 과정은 사실 엄청 지루하기 때문에 패스해도 됩니다. 짧은 선으로 구분해 둔 부분이 노가다이며, 저는 열심히 노가다를 해보겠습니다.
노가다 시작) $x=\displaystyle\frac{v}{c}$ 로 치환합니다.
$$ f=\sqrt{\frac{c-v}{c+v}}f_0=\sqrt{\frac{1-x}{1+x}}f_0 $$
문제는 $\sqrt{\displaystyle \frac{1-x}{1+x}}=\left( \frac{1-x}{1+x} \right)^{\displaystyle \frac{1}{2}}$ 를 처리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때 이항급수를 쓸 것인데, 고등학교 <확률과 통계> 에 등장하는 이항정리랑 똑같은 겁니다.
정리($C.C$) ?.?) 이항급수
$$\left( 1+x \right)^n=\sum_{r=0}^{\infty} \;_n \mathrm{C}_r\cdot x^r $$
이를 통해 근사해주면
$$\left( 1-x \right)^{\frac{1}{2}}\simeq 1-\frac{x}{2}-\frac{x^2}{8}+\cdots$$
$$\left( 1+x \right)^{\frac{1}{2}}\simeq 1+\frac{x}{2}-\frac{x^2}{8}+\cdots$$
아래 식이 분모에 들어갈 놈입니다. 이 녀석을 다시 역수로 취해서 이항급수를 또 전개합니다.
$$\begin{align} \frac{1}{\sqrt{1+x}}\simeq &\frac{1}{1+\displaystyle \frac{x}{2}-\displaystyle \frac{x^2}{8}}=\left( 1+\frac{x}{2}-\frac{x^2}{8} \right)^{-1}= \left\{ 1+\left( \frac{x}{2}-\frac{x^2}{8} \right) \right\}^{-1} \\\\&=\left( 1-k \right)^{-1}\simeq 1-\frac{k}{2}= 1-\frac{x}{2}+\frac{x^2}{8} \end{align}$$
이제 마무리해주면
$$\sqrt{\displaystyle \frac{1-x}{1+x}}=\left( \frac{1-x}{1+x} \right)^{\displaystyle \frac{1}{2}}\simeq
\left( 1-\frac{x}{2}-\frac{x^2}{8} \right)\left( 1-\frac{x}{2}+\frac{x^2}{8} \right)
\simeq 1-x+\frac{1}{2}x^2$$
를 얻습니다.
어차피 여기서도 마지막에 근사할 것입니다. 지금 $x=\displaystyle\frac{v}{c}$ 에서 $v<<<c$ 인 상황이므로, 이 식의 $x^2\simeq 0$ 으로 근사합니다. 동시에 진동수를 파장에 관한 식으로 변형하면
$$f=\frac{c}{\lambda}=(1-x)f_0=(1-x)\frac{c}{\lambda_0}$$
$$\lambda=\left( 1-x\right)^{-1}\lambda_0$$
아직도 역수가 남아있네요. 그런데 반갑게도 이것도 이항급수 꼴입니다. 그러므로 또 테일러 전개한 뒤 $x$ 의 1차항까지만 남기면 $\lambda=\left( 1+x\right)\lambda_0$ 로 싹 사라집니다. 이제 $x=\displaystyle\frac{v}{c}$ 를 대입한 뒤 양변을 이항해 정리하면 다음을 얻습니다.
정리($R.T$) ?.?) 시선속도 공식
관측자에 대해 광원이 시선방향으로 멀어지거나 가까워지는 속도를 $V_R$ 이라고 하자. $v<<c$ 로 광원의 속력이 광속에 비해 현저히 작을 때, 광원의 빛의 고유파장을 $\lambda_0$, 관측파장을 $\lambda$ 라 하면 다음이 성립한다.
$$V_R=c\frac{\Delta\lambda}{\lambda_0}=c\,\frac{\lambda-\lambda_0}{\lambda_0}$$ 여기서 값 $\displaystyle\frac{\lambda-\lambda_0}{\lambda_0}:=z$ 을 '적색편이량(Red shift)'로 정의한다.
실제로 천문학에서는 공전하는 별 뿐만 아니라 그냥 공간에서 임의의 방향으로 운동하는 별을 관측하기도 합니다. 이때도 시선속도가 존재할 수 있는데, 모든 시선속도는 항상 위 공식을 사용해서 구한답니다.
아무튼 공식을 유도해봤는데, 다 적고 나니 적는 사람 입장에서는 수학적 체육만 90%에 육박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이 글을 보고 고등학생이 이해하기는 어렵긴 하겠지만, 과학적 호기심은 이렇게라도 조금씩 조금씩 쌓고, 해결해나가고, 고민해 나가면서 성장하는 것임을 가슴 속에 새겨보았으면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물리학적 개념이나 이항급수같은 것은 지금 모르더라도 대학교 1학년 때 주구장창 배울 터이니 수험생이라면 조금만 기다리시면 됩니다. 다시 말하자면, 지금 만일 이 글을 보면서 애꿎은 고민을 해소하였다고 해도 시간낭비는 아니라는 것입니다...(내년의 시간을 미리 절약..)
[참고문헌]
University Physics with Modern Physics, Pearson, Hugh D. Young, Roger A. Freedman
2016년 EBS 수능특강 지구과학2
- 물론 도플러 효과의 공식이 어떻게 유도되었는지는 링크를 통해 들어가면 제가 자세히 설명해 두었습니다. 그를 다 이해하는 것이 좋기는 하지만 꼭 유도과정까지 이해하지 않고 공식만을 받아들여도 되기는 합니다. [본문으로]
- 사실 수능 지구과학 I 문제들을 보면 적색편이량 $z$ 값이 $1$ 을 초과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뜻은 우리가 아는 공식 $V_R=cz$ 에서 $z>1$ 이면 시선속도가 광속을 초과하게 되고, 이는 특수상대성이론의 결과와 모순이라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z>1$ 인 경우에는 시선속도를 $V_R=cz$ 로 구하지 못합니다. 이렇게 적색편이량이 클 때는, 곧 $V_R$ 이 $c$ 에 비해 아주 작지 않는 수준에서는 상대론적 속도 변환을 해야 합니다. 그 방법이 바로 로렌츠 변환입니다. [본문으로]
- 다음의 방식은 논리적으로 모순이 있거나 부족함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일반물리학 교과서에서도 이렇게 설명하는 경우가 있으니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문으로]
- 단, 별의 공전궤도면이 시선방향과 나란할 때. 비스듬하다면, 시선속도 최댓값은 공전속도$\times $ 기울어진 각의 코사인값에 비례하게 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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