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수의 극한 개념은 엡실론-델타 논법을 통해 미적분학의 앞머리에서 만나게 됩니다. 엡실론-델타 논법을 겨우 겨우 이해했다고 하면 미적분학의 후반부에서 다시 수열의 극한을 만나 비슷한 엡실론-N 논법을 따르게 됩니다. 둘의 논리적 구조는 매우 유사하기 때문에 둘 중 하나를 이해했다면 나머지 하나도 이해하기 용이한 편입니다. 학습 순서상으로 함수의 극한이 수열의 극한보다 먼저 나오기 때문에, 엡실론-델타 논법을 잘 이해하고 오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열의 극한은 그보다 쉽기 때문에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1. 수열의 극한
1) 수열의 정의
정의(R.A) 2-1) 수열
정의역이 자연수 또는 자연수의 부분집합인 함수 f:N⊇X⟶Y⊆R 을 '수열(Sequence)'이라 한다. 수열의 각 항은 an 등과 같이 첨자를 통해 나타내며, a1,a2,⋯ 으로 나타내어지는 수열은 {an} 으로 표현한다.
이때 f 의 정의역이 자연수 집합인 경우의 수열은 '무한수열(infinite sequence)'이라 한다. 정의역이 자연수 집합의 진부분집합인 경우는 '유한수열(finite sequence)'라 한다. 별다른 언급이 없으면 '수열'은 무한수열을 가리키는 것으로 약속한다.
수열의 무엇인지에 대한 언급은, 다 알고 있으실 것이라 믿으니 위 이상으로 하지는 않겠습니다. 이제 다시 새로운 우리의 엡실론-N 논법을 소개할 것인데, 엡실론-델타 논법에서 했던 것처럼 경고와 주의문을 먼저 달고 시작하겠습니다.
2) 주의
명제(C.D) 1.3)
1) 고등학교 수학에서 수열의 극한은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 '수열 1{an} 에서 n 의 값이 한없이 커질 때, an 의 값이 일정한 수 L 에 한없이 가까워지면 수열 {an} 은 L 에 수렴한다'
2) ε - N 논법에서 다음의 설명을 반드시 기억한다.
① ε - N 논법은 극한값의 존재성을 증명하기 위한 도구이지, 극한값 L 을 찾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즉 수열이 수렴할 때 그 수렴하는 극한값 L 이 무엇인지를 먼저 찾은 뒤에, 그럴 수밖에 없는 까닭을 논리적으로 명확히 밝히는 작업이 ε - N 논법이다.
② ε - N 논법에서 ε 은 문제에서 주는 것이지 풀이자(내가) 정하는 것이 아니다. 만일 명시적으로 ε 값이 주어지지 않는 경우, 이는 임의의, 그 어떤, 다시 말해 모든 ε 값이 "주어질(given)" 수 있음을 의미한다.
③ ε - N 논법에서 최종적인 우리의 목표는 N 값을 찾는 것이다. 그래서 항의 넘버 n 이 N 보다 같거나 커질 때, 즉 n≥N 일 때 언제나 주어진 결말에 도다를 수 있음을 보여야 한다. 그러니 당연히 N 값은 주어질 ε 값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 곧, N=N(ε) 으로 N 은 ε 에 종속적이며 이에 대한 함수이다.
엡실론-델타 논법에서도 이러한 주의를 미리 했었지요. 여기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학부 기준으로 학습 순서는 함수의 극한이 수열의 극한보다 먼저이므로 익숙하실 것이라 믿습니다. 2
참고로, 위의 내용 중 1)과 2)의 ① ② 은 함수의 극한에서 엡실론-델타 논법과 거의 같습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저는 ③ 을 반드시 강조하고 싶습니다. 이 내용 역시 크게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함수의 극한에서는 그냥 δ 와 ε 이 종속적인 관계만 성립하면 됩니다. 그리고 두 값이 만족해야 하는 형태(전건과 후건)도 절댓값으로 비슷합니다. 그런데 수열의 극한에서는 전건이 n≥N 에 해당하는데, 이것은 수열의 극한을 따질 때 꼬리에만 관심이 있지 대가리에는 관심히 전혀 없다는 아주 거대하고도 중요한 철학이 담긴 개념입니다. 이는 어쩌면 엡실론-N 논법보다도 더 중요한 '코시수열(Cauchy sequence)'를 설명할 때 제가 소환할 것이기 때문에 꼭 명심해 두시기 바랍니다.
3) 정의
정의(R.A) 2-2) 수열의 극한과 엡실론-N 논법
실수열 {an} 을 생각하자. 수열 {an} 이 n⟶∞ 가 될 때 L 로 수렴한다는 것은, 다음 명제와 필요충분조건으로, 곧 다음과 같이 정의됨을 뜻한다.
"임의의 주어진 실수 ε>0 에 대하여 반드시, 언제나 자연수(항의 넘버로서) N>0 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이 N 의 정체는 다음의 조건문을 만족하는 값이어야만 한다 :
n≥N⟹|an−L|<ε 이 조건들이 모두 만족될 때, 우리는 이를 limn→∞an=L 이라는 식으로 표현하고 말로는 '항의 넘버 n 이 무한히 커질 때 수열 {an} 의 극한이 L 이다'고 표현한다.
이 정리를 시각화해봅시다.

우선, 수열도 함수이기 때문에 x=1,2,3,⋯ 에 대응하는 y∈R 값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편의상 an>0 이라고 잡고, 극한값이 L 인 상황을 고려해봅시다. 그리고 실제로 수열의 정의역은 자연수집합이니 원소들이 이산적이라 함수의 그래프가 연속적이진 않지만, 편의상 추세를 보기 위해 초록색 선으로 파란색 점들(= 실제 항들)을 이어놓았다고 보면 됩니다.
그 상황에서 어떤 임의의 ε>0 이 주어졌다고 해봅시다. 수열의 극한의 정의를 고려했을 때, 수열의 극한이 L 임을 보인다는 것은, L−ε<an<L+ε 이 되게 하는 an 들만 모여있는 그룹을 찾아야 하되, 그 그룹은 곡선의 뒤쪽 부분에서 꼬랑지가 잘려 만들어진 항들로 구성되어 있어야 합니다. 다시 말해, 어떤 N 값 이상이 되면 항들 an≥N 들은 반드시 L−ε<an<L+ε 사이에 갇히게 된다는 것이고 이렇게 갇히게 하는 적당한 N 을 찾으면 끝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여기서 갇힌다는 개념은 an 들이 안전하게 양쪽 구간 L−ε<an<L+ε 에 들어가게 됨을 뜻합니다. [그림 1]을 보면, 노란색 형광펜으로 칠한 부분부터는 양쪽 점선 사이에 갇히게 되지요. 이런 상태를 '안정적이다'라고 명명하겠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되는 노란색 부분을 안정화구간(stabilize interval)이라고 편의상 부를 겁니다. 그러니 우리의 목표는 안정화구간이 되도록 하는 시작점 N∈N 을 찾는 것에 있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N 은 ε 에 의존할 수 밖에 없겠지요?
다시 [그림 1]을 보면, 제가 표시해둔 파란색 N 의 값이 실제로 우리가 찾는 N 값입니다. 이 지점부터 항들이 L−ε<an<L+ε 으로 깔끔하게 갇혀서, 안정화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수열의 극한의 N 값은 일종의 '등급컷'을 담당하는 개념입니다. 여기서부터는 항수가 넘어가더라도 안정적으로 우리가 원하는 구간에 an 들이 갇히기 때문이죠.

예시를 하나 더 봅시다. 이번에는 약간의 요동치는 수열입니다. 마찬가지로 적당한 항수를 선택해서 주어진 ε>0 에 대한 안정화구간을 찾아야 합니다.
이번에 N1 을 N 값으로 택해봅시다. 그러면 n≥N 일 때 L−ε<an<L+ε 이 만족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aN1 자체가 이 구간에 갇히지 않고 벗어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좀 더 뒤쪽 항을 잡아야겠죠. N2 역시 aN2 가 구간에서 벗어나 있으니 적절한 N 값이 될 수 없습니다. N3 는 N 으로 적절합니다. 여기서부터는 이후 항들이 전부 안정화구간에 갇히게 되기 때문입니다.
수열의 극한은 이게 끝입니다. 사실 솔직히보면 함수의 극한보다 개념적으로 훨씬 쉽습니다. 또, 함수의 극한과 가장 큰 차이는 수열의 극한은 '꼬랑지'만 보면 된다는 것입니다. 앞의 유한개의 항이 어떻게 발작하고 요동치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수열의 극한에서는 언제나 n⟶∞ 즉 무한대로 가는 것이기 때문에, 결말에만 관심이 있기 때문입니다.
2. 코시수열
미적분학에서는 수열의 극한을 다룰 때 정의만을 검토하지만, 상위 수학 과목으로 가면 코시수열과의 만남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사실 어떤 수열이 코시수열이라는 것은 수열이 수렴한다는 것과 동치가 되어 범용성이 매우 높을 뿐만 아니라, 상당히 좋은 조건입니다.
1) 정의
정의(R.A) 2-3) 코시수열
실수열 {an} 이 만일 임의로 주어진 ε>0 에 대해 어떤 N∈N 이 존재하여
n,m≥N⟹|an−am|<ε 이 성립하면, {an} 을 '코시수열(Cauchy sequence)'이라고 한다.
직관적으로 생각해보면 수열의 극한에서는 제가 N 을 '등급컷(cut off)', |an−L|<ε 인 것을 '안정화구간(stabilize interval)' 의 용어로 빗대었다면, 코시수열의 경우 등급컷 N 값을 넘으면 그 다음부터 항들 사이의 간격이 무한히 좁아질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즉 어떤 ε>0 이 주어진다고 한들, 그보다 더 끈끈히 붙어있는 수열의 항들을 찾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친밀도와 같은 개념처럼, 지금 제가 '끈끈한 정도'라고 빗댄 표현이 어떻게 들어 맞는것인지 느낌을 잡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정리(R.A) 2.1)
실수열 {an} 이 주어졌다고 하자. {an} 이 수렴할 필요충분조건은 {an} 이 코시수열인 것이다.
증명) ⟹ : 수렴하는 수열이면 코시수열임을 보이자. limn→∞an=L 이라 가정한다. 그러면 임의로 주어지는 ε>0 에 대해서 항상 N1∈N 이 존재하여 n≥N1⟹|an−L|<ε 이 성립한다는 것이다. (여기서의 N 값을 N1 이라고 한 것이다.)
이제 앞에서 주어진 ε>0 대신 ε2 가 주어졌다고 하자. 우리는 이미 수열 {an} 이 수렴하므로 이 상황에서도 적당한 N2∈N 을 찾을 수 있다. 물론 이때 당연히 N1≤N2 이다. 즉 n≥N2⟹|an−L|<ε2 이 성립한다는 뜻이다.
그러면 이제 어떤 항의 넘버 n,m 을 생각하자. 만일 n,m≥N2 이면, |an−L|<ε2 이고 |am−L|<ε2 가 성립한다. 따라서 삼각부등식을 활용하면, n,m≥N2:=N 일 때
|an−am|=|an−L+L−am|≤|an−L|+|am−L|<ε2+ε2=ε
이 성립한다. 그러므로 주어진 수열 {an} 은 코시수열이다.
⟸ : {an} 을 코시수열이라고 하고 ε=1 일 때를 생각하자. 그러면 3n,m≥N1 일 때 |an−am|<1 이다. 여기서 n=N1 으로 고정한 뒤 m≥N1 이라고 하자, 그러면 임의의 m≥N1 에 대하여 |aN−am|<1 이 성립하므로, 삼각부등식에 의하여
1>|aN−am|≥||aN|−|am||
이 성립한다. 경우의 수를 나누어 보면,
i) |aN|>|am| : ||aN|−|am||=|aN|−|am|<1 이다.
ii) |aN|<|am| : ||am|−|aN||=|am|−|aN|<1 이다.
그런데 둘 중 어느 상황에 해당하더라도, 임의의 m≥N 에 대 |am|<1+|aN| 은 성립한다. 그러면 수열 {an} 은 M:=max{|a1|,|a2|,⋯,|aN−1|,1+|aN|} 을 유계로 가지게 된다. 그러므로 볼차노-바이어슈트라스 정리에 의하여 어떤 부분수열 {ank} 가 존재하여 limn→∞ank=L 이다.
이제 ε>0 이 주어졌다고 하자. 주어진 수열 {an} 은 코시수열이므로 n,m≥N1⟹|an−am|<ε 을 만족하는 N1∈N 이 존재한다. 이제 앞에서 주어진 ε>0 대신 ε2 가 주어졌다고 하자. 우리는 이미 수열 {an} 코시수열임을 가정했기에, 이 상황에서도 적당한 N2∈N 을 찾을 수 있다. 물론 이때 당연히 N1≤N2 이다. 고로
n,m≥N2⟹|an−am|<ε2
가 된다. 유사하게, 부분수열에 대해서 N3∈N 이 존재하여 k≥K⟹nk≥N3(N≤N3) 가 되는 K∈N 을 고를 수 있다. 그리고 원래 수열이 L 로 수렴할 때의 항의 넘버를 n≥N∈N 이라고 하자. 다시 말해 n≥N⟹|an−L|<ε 이 되게 한다는 뜻이다. 이들을 종합하면,
k≥K⟹nk≥N3(N≤N3)⟹|an−L|<ε2
여기서 k≥K 값을 nk≥N2 가 되도록 적당히 고정한다. 그러면 n≥N2 일 때
|an−L|=|an−ank+ank−L|≤|an−ank|+|ank−L|<ε2⋅2=ε
가 성립하게 된다. 따라서 limn→∞an=L, 즉 주어진 수열은 L 로 수렴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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