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네-보렐 정리는 위상수학에서 매우 중요한 정리 중 하나입니다. 가장 유명하면서도 널리 알려져 있으며 상징성이 대단한 정리라고 볼 수 있는데, 커리큘럼상으로는 해석학의 위상 부분에서 먼저 마주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오직 실수에서의 위상적 성질만 다루면서 하이네-보렐 정리를 완벽하게 이해하기는 무척 어렵습니다. 그리하여 실수선에서 먼저 위상적 접근으로 하이네-보렐 정리를 익히고, 이를 확장해서 위상공간에서의 개념 또는 유클리드 공간에서의 개념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해석학에서는 하이네-보렐 정리를 설명할 때 보렐 덮개 보조정리(Borel-covering lemma)를 필요로 하는 경우가 있으나, 우리는 그러한 복잡하고 알 수 없는 미묘한 방법을 선택하기 이전에 실수에서 보다 직관적으로 그러한 의미를 파지할 수 있도록 천천히 나아갈 것입니다. 그를 위해 축소구간성질을 사용합니다. 축소구간성질은 해석학에서 볼차노-바이어슈트라스 정리 등 수열을 다룰 때 등장하기도 하니 익숙할 것이라 믿습니다. 실제로 이 글의 마지막 부분에서 볼차노-바이어슈트라스 정리를 언급할 것이며 이는 본질적으로 유계인 수열이 수렴하는 부분수열을 갖는다는 해석학에서 학습하는 내용과 똑같은 것입니다.
1. 축소구간정리
1) 정의
정의(T.P) 1-14) 수열의 축소
n∈N 과 집합 Sn 을 생각하자. 모든 n∈N 에 대하여 Sn+1⊆Sn 이 성립할 때, 수열 {Sn}∞n=1 는 '축소된다(nested)'고 부르고 '축소수열(nested sequence)'이라 한다.
예를 들어 수열 {[n−1n,n+1n]}∞n=1 을 생각해봅시다. 이는 [0,2],[12,32],[23,43],⋯ 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 구간의 길이는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축소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영단어 'nested' 는 원래 축소의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고 '둥지를 틀다'는 뜻이죠. 어떤 공간 안에 둥지를 틀면 그 둥지는 공간 내에 포함된 요소로 볼 수 있기에, 하나의 요소가 다른 요소 안에 포함되어 있다는 구조적 특징에서 이러한 용어로 이름을 붙인 셈입니다. 놀랍게도, 이러한 구간들은 반드시 1 이라는 원소를 갖습니다. 즉 모든 둥지들은 n 이 커짐에 따라 크기가 줄어들지만, 1 은 반드시 가지고 있는 특징을 갖습니다. 이러한 특징은 특정한 축소수열에 대해서 항상 성립되는데, 이는 집합론에서 유명한 칸토어가 발견했고 다음의 정리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정리(T.P) 1.2) 칸토어의 축소구간 정리
각각이 유계인 닫힌구간으로 이루어진 축소수열 {[ak,bk]}nk=1 를 생각하자. 그러면 ∞⋂n=1[an,bn]≠∅ 이다.
만일 구간의 지름이 n⟶∞ 가 됨에 따라 0 으로 수렴하는 경우, |∞⋂n=1[an,bn]|=1 이다. 이를 '칸토어의 축소구간 정리(Cantor's nested interval theorem)' 이라고 한다. 1
증명) 모든 n∈N 에 대하여 [an+1,bn+1]⊆[an,bn] 이 성립하므로 수열 {an}∞n=1 은 a1≤a2≤⋯an≤an+1≤⋯ 에서 단조증가하고, {bn}∞n=1 은 b1≥b2≥⋯bn≥bn+1≥⋯ 에서 단조감소한다. 또한 임의의 n∈N 에 대하여 an≤bn, 즉 각각의 구간에서 왼쪽 끝점은 오른쪽 끝점보다 작거나 같아야 한다.
유계의 정의에 의하여 유계인 수열은 상한과 하한이 존재한다. 이들을 c:=sup({an}∞n=1) 이고 d:=inf({bn}∞n=1) 이라 정의하여 표기하자. 그러면 각각의 n∈N 에 대하여 an≤c≤d≤bn 이 성립하므로, [c,d]⊆[an,bn] 이 성립한다. 그러면 [c,d]⊆∞⋂n=1[an,bn]≠∅ 임을 알 수 있다.
만일 n⟶∞ 일 때 구간의 길이가 0 에 근접하게 된다면 c=d 로 취급할 수 있다. 그러면 [c,d]={c}={d} 인 셈이므로 c=d∈∞⋂n=1[an,bn]≠∅ 이 성립한다. ◼
여기까지는 사실 해석학의 내용이라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2. 실직선에서 하이네-보렐 정리
1) 유클리드 공간 version
만일 이 글을 읽고 있을 때 해석학에서 유클리드 공간을 공부한 적이 없는 경우라면, 그냥 무시하고 내려가도 좋습니다. 단, '열린덮개(open covering)'의 의미는 알아야 합니다. 이전에 배웠던 경험이 있다면 그와 연결지어 기억할 수 있도록 소개하는 것이지, 꼭 알고 있어야만 실직선에서의 하이네-보렐 정리를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이 아닙니다. 그것이 지금 실직선이라는 n=1 의 간단한 상황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생각해 봅시다.
정의(A.N) 8-?) 유클리드 공간에서 열린덮개(open covering)
E⊆Rn 을 생각하자. 만일 각각의 α∈I 에 대해 열린집합 Vα 들의 합집합이 E 를 포함하면, 즉
E⊆⋃α∈IVα 가 성립하면 집합족 {Vα}α∈I 를 E⊆Rn 의 '열린덮개(open covering)'이라고 한다.
정의(A.N) 8-?) 유클리드 공간에서 옹골성, 컴팩트(Compact)
E⊆Rn 의 모든 열린덮개가 유한 부분덮개(finite subcovering)을 갖는 경우를 생각하자. 다시 말해 어떤 주어진 E⊆Rn 의 열린덮개 {Vα}α∈I 가 존재할 때, 유한 부분집합 J={α1,⋯,αn}⊆I 이 존재하여 이들을 인덱스 집합으로 삼아
E⊆n⋃j=1Vαj 가 성립하는 경우를 말한다. 여기서 E 의 유한 부분덮개는 {Vαj}α∈J⊆I 에 해당할 것이다. 이 E⊆Rn 은 '컴팩트(compact)'하다고 표현하거나 '옹골집합(compact set)'이라고 한다. 특히 이러한 성질을 가리켜 말할 때는 '컴팩트성(compacteness)' 또는 '옹골성'이라고 부른다.
정리(A.N) 8.?) 유클리드 공간에서 하이네-보렐 정리
E⊆Rn 을 생각하자. E 가 컴팩트일 필요충분조건은 E 가 유계이고 닫힌집합인 것이다. 이를 '하이네-보렐 정리(Heine-Borel theorem)'이라고 한다.
지금 보이고자 하는 것은 실직선에서의 하이네-보렐 정리입니다.
정리(T.P) 1.3) R 에서의 하이네-보렐 정리
실직선에서 유계인 닫힌구간 [a,b]⊂R 을 고려하자. 어떤 열린구간들의 모임 O={Oi∣i∈Iis a index set} 가 존재하여 [a,b]⊆⋃i∈IOi 이라고 하자. (⟺O 는 [a,b] 의 열린덮개이다.) 그러면 O 의 어떤 유한 부분집합 {O1,O2,⋯,ON} 에 대하여 [a,b]⊆N⋃j=1Oj 또한 성립한다. (⟺{O}Nj=1 은 [a,b] 의 유한 열린덮개이다)
증명) 귀류법을 사용하기 위해 [a,b] 를 O 로 유한하게 덮을 수 없다고 가정하자. 즉 유한 열린덮개 {Oj}Nj=1 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a,b] 의 좌측 절반(좌반이라 하자) [a,a+b2] 이나 우측 절반(우반이라 하자) [a+b2,b] 은 O 로 유한하게 완전히 덮을 수 없다. 이때 2[a1,b1] 을 O 로 유한히 덮을 수 없는 [a,b] 의 좌반 또는 우반이라고 하자.
그리고 [a1,b1] 에 대해서도 같은 논리를 적용한다. 이는 O 로 유한히 덮을 수 없기 때문에, [a1,b1] 의 유한히 덮을 수 없는 좌반 또는 우반이 존재하고 그를 또 [a2,b2] 라 한다. 이러한 논리를 계속해서 진행하면 결국 O 로 유한하게 덮을 수 없는 닫힌구간으로 이루어진 축소수열 {[an,bn]}∞n=1 을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구간 [an,bn] 의 길이는 계속해서 12 씩 감소하므로 b−a2n 이 되고, 구간의 지름은 0 으로 감소하게 된다. 그러면 칸토어의 축소구간 정리에 의하여 모든 n∈N 에 대해 [an,bn] 은 공통의 원소를 가질 수 밖에 없고 그 점을 p 라고 하자. 기본적으로 p∈[a,b] 이고, 가정에 의해 O 는 [a,b] 의 열린덮개이므로 3p∈O∈O 인 어떤 열린집합(열린구간) O 가 존재한다.
이때 어떤 ε>0 이 존재하여 b−a2n<ε 을 만족하는 열린구간 (p−ε,p+ε) 을 생각해보자. 이 값이 [an,bn] 의 구간 길이의 절반보다 크기 때문에 p∈[an,bn] 이 성립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a_n, b_n]\subsetneq (p-\varepsilon, p+\varepsilon) \subsetneq O
가 성립하게 된다. 그러나 이것은 [a_n, b_n] 이 \mathcal{O} 로 유한하게 덮을 수 있음을 뜻한다. O\in\mathcal{O} 라는 한 개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의 가정과 모순이다. 4_\blacksquare
하이네-보렐 정리를 처음부터 n 차원 유클리드 공간이나 위상공간에서 이해하려고 하면 매우 난해하고 생소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실직선에서 이것의 의미를 먼저 잡고 넘어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실직선에서의 설명을 듣고 다시 위에 적은 \mathbb{R}^n 에서의 그것을 되돌아본다면 조금 더 와닿는 이해가 가능할 것으로 믿습니다.
결국 실직선에서 하이네 보렐 정리란, [a,b]\in\mathbb{R} 이라는 유계인 닫힌구간에 대하여, 이것을 반드시 어떤 열린구간들로(그러니까 그 열린구간들의 합집합으로) 뒤덮을 수 있는데, 그 중 유한개를 뽑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결론만 말하면 유계인 닫힌구간은 유한개의 열린구간들로 메꿀 수 있다는 것이죠. 이는 직관적으로 굉장히 쉬운 개념입니다. 고등학교 수학 정도만 하더라도, 실수선에서 아무 닫힌구간 [-3, 7] 이런 것들을 뒤덮는 유한개의 열린구간들을 만드는 것은 매우 간단하기 때문입니다. (-10, 10) 이라는 1개의 열린구간을 제시해도 좋고, (-4,0)\cup (0,3)\cup (3,18) 뭐 이런식으로 3개를 작성할 수도 있습니다.
2) 볼차노-바이어슈트라스 정리
이제 위 정리의 증명법을 참고하여 아래의 볼차노-바이어슈트라스 정리를 증명해 봅시다. 참고로 이 정리에서 말하는 유계 무한 부분집합에 대해 먼저 생각을 해보자면, 유계인데 무한집합이 존재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예컨대 유계인 닫힌구간을 잡으면 그 닫힌구간의 속하는 실수가 무한히 많기 때문에, 그러한 생각은 일종의 편견임을 알 수 있습니다. 아니면 \left\{ \displaystyle \frac{1}{n} \right\}_{n=1}^{\infty} 과 같은 수열을 떠올려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또한, 위상수학 버전(극한점을 동원한 서술)과 해석학에서 부분수열의 존재성을 역설하는 실수열 버전의 볼차노-바이어슈트라스 정리는 본질적으로 같은 것이며, 약간 더 일반적인 서술을 하는 것이 바로 전자의 것입니다. 따라서 이왕 하는김에, 실수열 버전을 따름정리로 삼아 어떻게 유도될 수 있는지도 같이 적을 것입니다.
정리(T.P) 1.4) \mathbb{R} 에서의 볼차노-바이어슈트라스 정리(Bolzano-Weiderstrass Theorem)
\mathbb{R} 의 유계인 무한 부분집합은 모두 극한점을 갖는다.
따름정리(T.P) 1.4.1) 실수열에서 볼차노-바이어슈트라스 정리
모든 유계인 실수열은 수렴하는 부분수열을 갖는다.
증명) E\subseteq \mathbb{R} 이 유계인 무한집합이라고 가정하자. 그러면 상한보다 같거나 큰 실수를 M\in\mathbb{R}으로 잡아 에 대하여 E\subseteq [-M,M] 으로 나타낼 수 있다. 그리고 실직선에서 하이네-보렐 정리를 증명할 때처럼 이 구간을 절반씩 나누어서, E\subseteq [-M,M]=[-M,0]\cup[0,M] 을 고려하자. [-M,M] 은 기본적으로 무한집합이기 때문에 두 구간 중 적어도 하나는 무한집합이다. 그 무한집합인 구간을 선택한 뒤 귀납적으로 이러한 과정을 계속 반복한다. 그러면 구간의 길이는 0 으로 수렴하게 되고, 칸토어의 축소구간 정리에 의하여 선택된 모든 구간들의 교집합에 포함되는 공통의 단 하나의 점 p 만 남게 된다.
그러면 각각의 그러한 닫힌구간을 n\in\mathbb{N} 에 대하여 [-a_n, b_n] 이라고 생각해보자. 그러면 p\in E 는 반드시 모든 n\in\mathbb{N} 에 대하여 p\in [a_n,b_n] 이며 우리는 위에서 모든 n\in\mathbb{N} 에 대해 무한집합인 구간만을 선택했으므로 a_n\neq b_n 이다. 그렇다는 것은 p 를 포함하는 모든 열린집합이 E 의 무수히 많은 점(= 구간 [a_n,b_n] 에 속하는 p 가 아닌 점들)을 포함하므로 정리(T.P) 1.1)-③ 에 의하여 p 는 E 의 극한점이다. 따라서 \mathbb{R} 의 유계인 무한 부분집합은 모두 극한점을 갖는다. _\blacksquare
따름정리의 증명) \mathbb{R} 의 유계인 무한 부분집합을 A 라 해보자. 그리고 A 에서 숫자를 뽑아 만든 실수열을 \{ a_n\} 이라 한다. 즉 A\subset \mathbb{R} 이고 그리고 5A 의 극한점을 L 이라 잡는다. 그러면 L 을 중심으로 하는 어떤 열린근방 (L-\varepsilon , L+\varepsilon) 에는 \varepsilon >0 이 어떻게 주어든지간에 A 의 무수히 많은 점들이 포함된다는 뜻이다. 그러니 그 무수히 점들 중 \varepsilon 값마다 하나씩 숫자를 뽑아 수열을 만들 수 있다.
구체적으로 그 과정을 분석해보자. k=1,2,3,\cdots 일 때 각각의 \varepsilon=\displaystyle\frac{1}{k} >0 을 이와 같이 잡으면, \varepsilon 값 하나마다 k 에 대응되는 \varepsilon=\varepsilon(k) 의 값이 정해지고, 구간을 점점 축소시키면서, 즉 \varepsilon 값이 k 의 증가에 따라 점점 작아지면서 k\neq j 일 때 a_{n_k} \neq a_{n_j} 가 되도록 A 의 원소들을 뽑아 만든 수열 {a_{n_k}} 를 구성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수열은 k\longrightarrow \infty 가 될 때 \varepsilon \longrightarrow 0 이기 때문에 L 에 가까워지게 되어 L 로 수렴하게 된다. _\blacksquare
[참고문헌]
Fred H. Croom, Principles of Topology
- 이건 절댓값 기호가 아니라 농도(cardinality)를 뜻하는 것임에 주의. [본문으로]
-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생각해보자. 만일 \mathcal{O} 로 [a,b] 를 덮을 수 없다면, 못 덮는 부분이 [a,b] 안에 있다는 것인데, 그 부분은 좌반이거나 우반에 포함되어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못 덮는 부분이 좌반에만 있을 수도 있고 우반에만 있을 수도 있고 둘 모두에 있을 수도 있다. 핵심은 어쨌든 못 덮는 부분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본문으로]
- 귀류법에서 부정하는 것은 항상 결론, 즉 유한 열린덮개가 없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조건문의 가정부인 그냥 열린덮개 조건 자체는 귀류법에서 부정하는 대상이 아님에 유의. [본문으로]
- 한 개도 당연히 자기 자신의 합집합이며, 이를 포함하는 집합족은 유한집합임. [본문으로]
- 어차피 실수집합은 유계가 아니기 때문에, A\subseteq \mathbb{R} 라 굳이 쓸 필요는 없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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