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미분방정식을 처음 접할 때 정확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지 않고 뭉뚱그려 설명하는 부분 중 대표적인 2가지는, 1계 선형 미분방정식에서 일반해를 선형결합으로 쓰는 것에 대한 이유, 그리고 2계 선형 미분방정식에서 일반해를 보조해와 특수해의 합으로 쓴다는 점입니다. 많은 학생들이 미분방정식을 처음 배울 때 왜 해를 이렇게 적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것은 미분방정식의 교재가 부실하거나, 강의에 하자가 있는 것이 아닌 선형대수 공부를 제대로 배우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연립방정식, 미분방정식 등에서는 우변이 0일 때와 0이 아닐때로 나누어 푸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비동차(inhomogeneous)미분방정식의 해는 동차(homogeneous)미분방정식의 해를 포함하는 것과 같이, 연립방정식에서도 $A\mathbf{x}=\mathbf{b}(\neq0)$ 은 연립방정식 $A\mathbf{x}=\mathbf{0}$ 의 해를 포함합니다. $A\mathbf{x}=\mathbf{0}$ 의 해들이 이루는 벡터공간을 '영공간(nullspace)'라 하고, $A\mathbf{x}=\mathbf{b}$ 의 해들이 이루는 해공간은 '열공간(column space)'과 같거나 포함되어 있어 연관성이 짙습니다. (전 포스팅에서, 열공간에 연립방정식의 해가 포함된다고 했었지요?)
이 때 비동차와 동차 방정식의 해에 관한 중요한 정리 하나가 있습니다. 증명도 어렵지 않고, 미분방정식과도 연결되는 내용이니 확실히 짚어보고 가도록 합시다.
정리($L.A$) 2.5
해가 존재하는 연립일차방정식 $A\mathbf{x}=\mathbf{b}$ 의 해집합을 $S$, 대응되는 연립일차방정식 $A\mathbf{x}=\mathbf{0}$의 해집합을 $S_H$라 표기하자. $A\mathbf{x}=\mathbf{b}$ 의 임의의 해를 $s$라 하였을 때, 다음이 성립한다.
$$S=s+S_H=\left \{ s+h\mid h\in S_H \right \}$$
무슨 뜻인지 읽고 생각해봅시다. 우변이 0이 아닌 비동차방정식의 전체(일반)해는, 이 방정식의 하나의 어떤 해만 선택한 다음 우변이 0인 동차방정식의 해집합에 더하기만 하면 만들 수 있다는 뜻입니다. 무언가 쉽사리 직관적으로 이해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우변이 0이 아닌 방정식의 일반해는 그것의 임의의 해 하나에 우변=0인 해들만 더하면 만들 수 있다니... 놀랍게도 항상 성립하는 정리입니다. 중요한 만큼 증명을 하겠습니다.
증명) 연립방정식 $A\mathbf{x}=\mathbf{b}$ 의 임의의 해를 $\mathbf{s}$라 하자. 그 외의 또다른 어떤 해를 $\mathbf{t}$라 하면, $t\in S$이고
$$A\mathbf{s}=\mathbf{b}\;,\;A\mathbf{t}=\mathbf{b}\;\;\Rightarrow\;\;A\left ( \mathbf{t}-\mathbf{s} \right )=\mathbf{b}-\mathbf{b}=\mathbf{0}$$
이 성립하여 $\mathbf{t}-\mathbf{s}\in S_H$ 이다. 여기서 $\mathbf{t}-\mathbf{s}=h$ 라 하자. 그러면 $h$는 동차 연립방정식 $A\mathbf{x}=\mathbf{0}$ 의 해이므로 $h\in S_H$ 이다.
따라서 $\mathbf{t}=\mathbf{s}+\mathbf{h}\in \left \{ \mathbf{s} \right \}+S_H$ 라 할 수 있고, $\mathbf{t}\in S$ 이므로 $S\subseteq \left \{ \mathbf{s} \right \}+S_H\;\;\cdots\;\;(1)$
가 성립한다.
역으로 $\mathbf{t}\in \left \{ \mathbf{s} \right \}+S_H$ 라 가정하자. 그러면 어떤 $\mathbf{h}\in S_H$ 에 대하여 $\mathbf{t}=\mathbf{s}+\mathbf{h}$ 라 할 수 있고, 이 때
$$A\mathbf{t}=A\left ( \mathbf{s}+\mathbf{h} \right )=A\mathbf{s}+A\mathbf{h}=\mathbf{b}+\mathbf{0}=\mathbf{b}$$
가 성립하므로 $\mathbf{t}$는 연립방정식 $A\mathbf{x}=\mathbf{b}$ 의 해가 되어 $\mathbf{t}\in S$ 이고 $S$는 가정상 $\left \{ s \right \}+S_H$ 보다 큰 집합이므로 $\left \{ s \right \}+S_H \subseteq S\;\;\cdots\;\;(2)$
이다.
따라서 $(1),(2)$를 종합하면 $S=\left \{ s \right \}+S_H$ 이 성립한다.
증명 과정이 한눈에 들어오지 않고 현란한 계산이 아니라 정말 정직한 수학다운 분위기라 귀찮다 넘어가는 것보다는 정독을 하고 간파하는 것이 좋습니다. 막상 힘주어 읽어보면 어려운 내용은 전혀 아닙니다.
이 정리가 말해주는 것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연립방정식을 풀 때, 그리고 연립방정식을 행렬로 전환하여 접근할 때 역시 우변이 0인 동차방정식의 해집합을 먼저 구하고, 우변이 0이 아닌 비동차방정식의 아무(임의의) 해 1개만 구하면 비동차방정식의 전체해를 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미분방정식에서는, 특히 2계 선형 미분방정식에서 애용되는데, 특수해(우변이 0이 아닌 미방을 만족시키는 간단한 임의의 해)를 하나 쉽게 구한 다음 동차 선형 미분방정식의 일반해(선형결합꼴)를 건설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한 원리입니다. 게다가 2계 선형 미분방정식에서 우변에 삼각함수, 지수함수가 혼합되어 덧셈 구조를 이루고 있을 때도 이 원리를 이용하면 우변이 삼각함수일 때의 방정식 한 번 풀고, 지수함수일 때 방정식 한 번 풀어서 각각의 해를 더해 일반해를 쓸 수 있기도 합니다.
연립방정식을 행렬로 나타낼 때에도 이 정리가 적용됩니다. $A\mathbf{x}=\mathbf{b}$ 를 풀 때 해공간을 생성하는 $x$들의 집합은 $A$와 결합해 열공간을 만드는데, 여기서 $A\mathbf{x}=\mathbf{0}$ 의 $x$들이 만드는 공간인 영공간(nullspace)를 구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더욱이, 우변이 $\mathbf{0}$이 아닌 $\mathbf{b}$일 때 행렬 $A$의 꼴이 행과 열의 개수가 맞지 않는 경우, 방정식의 풀이가 더 복잡해지는데 보통 무수히 많은 해를 갖는 경우가 이에 대한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 때 특수해라 불리는 한 해를 찾고 상수배를 해서 영공간의 해를 빌려오는 테크닉이 자주 쓰입니다. 직선의 방정식을 벡터 방정식으로 세울 때, 한 점을 찾고 방향벡터의 상수배를 더하여 쓰는 기하와 벡터의 내용과 일맥상통하는 개념입니다. 몇가지 예시를 다음 포스팅에서 소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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