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태까지 포스팅했던 글들은 모두 오늘부터 나아갈 기본행렬을 다루고 기본 행 연산을 시행하기 위한 초석에 해당합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연립방정식을 하나하나 해체할 도구를 장착해 나아갈 것입니다.
기본 행 연산은 다양한 전공서적에서 연립방정식과 행렬 이론의 맨 앞 머리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포스팅을 할 때 그 순서를 지키지 않은 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그 중 가장 큰 이유는 행렬 자체에 대한 설명이 고등학교 교과과정에서 빠지면서 많이 부족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 덕분에, 제가 여태까지 이전에 올려놓았던 행렬에 관한 글들을 순서대로 정독하고 넘어오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1. 기본 행 연산
1) 기본 행 연산의 정의
기본 행 연산은 하나의 행렬에서 행과 열을 조작하는 3가지 방법입니다. 나중에 행렬 이론에 관한 먼 여정을 떠나며 새로운 개념을 차곡차곡 집어넣다 보면 이 기본 행 연산이 행렬의 중요한 특성을 보존하면서 외형만 달라 보이게 해주는 도구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행렬 $A\in M_{m,n}(F)$에 대하여 $A$의 행(열)에 대한 다음 세 연산을 '기본 행(열) 연산(Elementary row/column operation)'이라 한다.
① $A$의 두 행(열)을 교환하는 것(Row swapping) : $R_i\leftrightarrow R_j$
② $A$의 한 행(열)에 0이 아닌 스칼라를 곱하는 것(Scalar multiplication) : $\alpha R_i\rightarrow R_i$
③ $A$의 한 행(열)에 스칼라 배를 해서 다른 행(열)에 더하는 것(Addition of a multiple of a row to another row) : $\alpha R_i+R_j\rightarrow R_j$
행연산(row operation)과 열연산(column operation)을 통틀어 '기본연산(Elementary operation)'이라 부른다.
일단 처음부터 모든 것을 다 알 수는 없기에, 기본 행 연산으로 정의된 위 세가지가 왜 기본스러운 성질을 가지며 그렇게 이름이 붙었는지는 천천히 알아가게 될 것입니다. 지금은 저 연산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것에 주목해야 합니다. 보통 열연산은 거의 쓰지 않으며, 행연산만 알아도 충분합니다. 이 이유 역시 하면서 알게 됩니다. 기본 행 연산 3가지는 그러면 어떤 행렬 $A$에서 행끼리 위치를 바꾸거나, 스칼라를 곱하거나, 한 행에 스칼라를 곱해 다른 행과 더하거나 빼는 행위를 말합니다.
사실 이것은 연립방정식을 중학교 시절 배웠던 개념으로 풀 때에 사용했던 방법과 똑같습니다. 우리는 연립일차방정식을 풀 때 한 방정식(한 줄)에 특정 숫자를 곱한 뒤 다른 방정식과 더하거나 빼서 하나의 미지수를 제거합니다. 이것은 한 행에 특정 수를 곱하거나, 곱해서 다른 행과 더하는 기본 행 연산과 일치합니다. 더욱이, 연립방정식에서 두 방정식의 위치를 바꾼다고 해서 해가 달라지는 것이 전혀 아니기 때문에 역시 두 행을 교환하는 기본 행 연산도 연립방정식을 풀면서 자연스레 사용했던 기술이였던 것입니다.
예제 1) 행렬 $A=\begin{pmatrix}
1 &0 &3 \\
-2 & 7 &-1 \\
4 &-5 & 9
\end{pmatrix}$ 에 대하여 1,2행을 교환한 행렬 $B$, 2열에 3배를 곱한 행렬 $C$, 1행에 3행의 4배를 더한 행렬 $D$는 모두 $A$에 기본 행 연산을 적용한 행렬이다. 이들을 구하라.
$$B=\begin{pmatrix}
-2 &7 &-1 \\
1 & 0 &3 \\
4 &-5 & 9
\end{pmatrix}\;,\;C=\begin{pmatrix}
1 &0 &3 \\
-2 & 21 &-1 \\
4 &-15 & 9
\end{pmatrix}\;,\; D=\begin{pmatrix}
17 &-20 &39 \\
-2 & 7 &-1 \\
4 &-5 & 9
\end{pmatrix}$$
이렇게 계산하면 됩니다. 식은 죽 먹기여야 합니다.
2) 행동치와 열동치
행렬 $A\in M_{m,n}(F)$에 유한번의 기본 행 연산을 적용하여 행렬 $B\in M_{m,n}(F)$가 얻어지면, $B$는 $A$에 행동치(row equivalent)라 한다. 기본 열 연산을 적용해서 $B$가 얻어지면 열동치(column equivalent)라 한다.
정리($L.A$) 2.10
행(열)동치 동치관계(Equivalent relation)이다.
① $A$는 $A$에 행(열)동치이다.
② $A$가 $B$에 행(열)동치이면 $B$가 $A$에 행(열)동치이다.
③ $A$가 $B$에 행(열)동치이고 $B$가 $C$에 행(열)동치이면 $A$는 $C$에 행(열)동치이다.
수학에서 동치라고 하면 반사(reflexive), 대칭(symmetry), 추이(transitive)를 만족하는 관계(relation)인 동치관계(equivalent equation)을 떠올리는데, 이것이 맞습니다. (지금 이게 무슨 뜻인지 전혀 모르겠다면 skip해도 됩니다.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그 '동치'의 뜻을 떠올리면 됩니다) 수학에서 동치는 모두 동치관계를 뜻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이 박스 안의 개념은 정의이긴 하지만, 실제로 기본연산을 해서 만든 행렬과 동치관계가 성립하니 그렇게 이름을 붙였을 것이라 생각하고 넘어가면 됩니다.
2. 기본행렬
1) 기본행렬의 뜻
$n\times n$ 기본행렬(Elementary matrix)은 항등행렬 $I_n$에 단 1번의 기본 행(열) 연산을 적용하여 얻은 행렬이다.
기본행렬은 우리가 이미 배운 바 있습니다. 바로 소거행렬과 치환행렬이 기본행렬입니다. 소거행렬의 경우 항등행렬에서 $-$승수를 삽입하는 것이었는데, 항등행렬의 다른 행의 스칼라배를 다른 행에 더하는 기본 행 연산의 과정이라고 취급하면 분명 위 박스 정의에서 말하는 기본행렬에 부합함을 알 수 있습니다. 치환행렬 역시 행끼리 위치를 바꾸는 기본 행 연산으로 취급할 수 있어서 기본행렬입니다. 주의할 점은, 기본행렬이 기본연산을 단 1번만 적용해서 얻은 행렬이라는 겁니다. 기본연산을 2번 이상 적용하면 기본행렬이라고 부르지는 않습니다. 또 기본행렬은 $n$차 항등행렬에서 얻은 것이니 항상 정사각행렬입니다.
2) 기본행렬과 관련된 정리들
기본행렬을 알았다면, 이에 관한 다음 정리들이 매우 매우 중요합니다.
정리($L.A$) 2.11
행렬 $A\in M_{m,n}(F)$ 에 기본 행 연산을 1번 적용하여 행렬 $B$를 얻었다고 하자. 행렬 $I_m$에 이 연산을 적용하여 얻은 $m \times m$ 기본행렬을 $E$라 하면, 다음이 성립한다.
$$B=EA$$
참고로 정리 뒤에 붙은 ($L.A$)은 선형대수학 카테고리임을 뜻하니 크게 신경쓸 필요는 없습니다. 이 정리는 엄청 중요하니 글을 읽고 정확히 이해해야 합니다. 내가 어떤 행렬 $A$에 기본 행 연산을 한 번 시행해서 다른 행렬 $B$를 얻었다고 해 봅시다. 그러면 $B$는, 이 연산을 항등행렬에 해서 만든 기본행렬 $E$가 있을 때, 이 $E$에다 $A$를 곱한 것과 같다는 뜻입니다. 즉, 기본 행 연산이라는 연산을 하는 행위 자체는 기본행렬을 곱하는 것과 동치라는 뜻입니다. 연산행위를 행렬 곱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이죠.
이 정리의 증명은 어렵진 않지만 단순 노가다에 가까워 생략하려 합니다. (질문이 많으면 추후에 올리겠습니다.)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법은 소거행렬을 떠올려 보는 것입니다. 그곳에서 제가 소거라는 연산의 행위 자체가 소거행렬의 곱으로 바뀔 수 있음을 설명했었지요. 동일한 원리가 적용된다고 보면 됩니다.
정리($L.A$) 2.12
행렬 $B\in M_{m,n}(F)$ 가 $A\in M_{m,n}(F)$에 행동치일 필요충분조건은
$$B=E_s\;\cdots\;E_1A$$ 인 유한개의 $m$차 기본행렬 $E_s,\;\cdots,\;E_1$이 존재하는 것이다.
증명) ($\Rightarrow$) $B,A\in M_{m,n}(F)$ 일 때 $B$가 $A$에 행동치이면 $A$에 기본 행 연산을 유한번 적용하여 $B$를 얻은 것이다. 여기서 기본행렬들을 각각 $E_1,\;\cdots,\;E_S$라 하면 정리($L.A$)2.1에 의하여 $B=E_s\;\cdots\;E_1A$ 이다.
($\Leftarrow$) 행동치는 유한번의 기본 행 연산을 시행해서 얻어지는 것이므로, 유한개의 기본행렬 $E_1,\;\cdots,\;E_S$ 의 곱으로 나타낼 수 있음이 분명하다.
위 정리는 유한번의 기본행렬의 곱은 유한번의 기본 행 연산을 적용한 것과 필요충분조건이 성립한다는 뜻을 역설하는 것입니다.
정리($L.A$) 2.13
모든 $n$차 기본행렬 $E$는 가역(invertible)이고, $E^{-1}$도 기본행렬이며 고로 가역이다.
증명) $n\times n$ 행렬 $E$를 단 한번의 기본연산으로 얻은 기본행렬이라 하자.
i) $E$가 $R_i\leftrightarrow R_j$ 로 얻어진 것일 때, $E^{-1}$ 또한 $R_i\leftrightarrow R_j$로 얻어진 연산이라 기본행렬이다. 이 경우 $E=E^{-1}$ 이기 때문이다.
ii) $E$가 $\alpha R_i\rightarrow R_i$ 로 얻어진 행렬이면 $E^{-1}$은 $\displaystyle\frac{1}{\alpha} R_i\rightarrow R_i$로 얻어진 행렬이니 기본행렬이다.
iii) $E$가 $\alpha R_i+R_j\rightarrow R_j$로 얻어진 행렬이면 $E^{-1}$은 $-\alpha R_i+R_j\rightarrow R_j$
로 얻어진 행렬이니 기본행렬이다.
i)~iii)의 $E$에 해당하는 연산과 $E^{-1}$에 해당하는 연산을 각각 수행하면 원래 행렬로 되돌아오니, 두 기본행렬의 곱은 항등행렬 $EE^{-1}=I_n$ 이다.
이상에서 소개한 개념들을 완벽히 숙지해야 다음 목표인 가역성과 행사다리꼴을 이용한 소거법을 맛볼 수 있습니다.
[참고 문헌]
Linear Algebra : S.Friedberg, A.Insel, L.Spence, 5e, PEARSON
선형대수학, 강경태 및 송석준 지음, 청문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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