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과도 아닌데, 그렇다고 공대에서도 하지 않지만, 물리학에서 각별히 격하게 파헤쳐 그 성질들을 탐구하는 몇몇 함수들이 있습니다. 대부분 특수함수라고 부르는 대상들로, 감마함수, 베셀함수, 르장드르 함수, 에르미트 함수, 구면조화함수, 베타함수 등이 있습니다. 이 밖에도 매우 많습니다. 그래서 수리물리학 책들을 보면 다른 전공에서 공부하는 책과 달리 주로 미분방정식 챕터를 보면 해를 구하는 과정에서 등장하는 여러 함수들이 한 챕터씩 책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일전에 라플라스 방정식을 구면좌표계에서 풀 때 변수분리법을 이용하면 극각(polar angle part)부분의 해에서 연관 르장드르 다항식을, 그리고 만약 m=0인 방정식이라면 르장드르 다항식을 얻을 수 있다고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이처럼 르장드르 다항식은 라플라스 방정식, 헬름홀츠 방정식 등을 구면좌표계에서 변수분리법을 이용해 풀 때 꼭 등장하며, 이외에도 파동함수와 같은 여러 물리적 현상을 기술할 때 튀어나오는 함수입니다. 게다가 다른 특수함수들과 달리 단순히 함수가 아닌 다항식으로 불리는 경우가 있는 만큼 고유한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르장드르 다항식을 얻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가장 먼저 소개했던 것처럼 구면좌표계에서 라플라스 방정식을 변수분리법으로 풀어도 볼 수 있고, 생성함수 또는 모함수(Generating function)으로 불리는 식을 테일러 전개해도 얻을 수 있습니다. 오늘 소개할 것은 미분방정식의 영역 내에서 멱급수 형태의 해를 얻는 방법, 프로베니우스 방법(Frobenius method)를 이용하여 천천히 방정식을 풀어볼 예정입니다.
1. 르장드르 방정식
다음의 2계 선형 동차 미분방정식을 '르장드르 방정식(Legendre Equation)'이라 부른다.
$$\left( 1-x^2 \right)y''-2xy'+l(l+1)y=00 \;\;\;\;\;\cdots \;\;\;\;\;(1) \\\\\\ \frac{d}{dx}\left[ \left( 1-x^2 \right)y' \right]+l(l+1)y=0\;\;\;\;\;\cdots \;\;\;\;\;(2)$$
이 미분방정식에서 $l$이 음이 아닌 정수일 때, 해가 다항식으로 나오게 되고, 이를 '르장드르 다항식(Legendre polynomials)'라 부르며 $P_l(x)$ 로 표기한다.
전자기학 등에서 르장드르 다항식은 구면좌표계에서 변수분리법을 쓸 때 등장합니다. 그 때는 위의 방정식에서 $x$ 대신 $x=\cos \theta$ 로 바뀐 형태가 나오게 됩니다. 치환만 이루어진 것일 뿐, $\cos \theta$ 로 이루어져 있어도 여전히 르장드르 방정식이 맞습니다.
그리고 $y$의 계수는 $l(l+1)$로 적었는데 단순 상수 $\lambda$ 등으로 쓸 수도 있긴 합니다. 그러나 굳이 저렇게 적는 이유는 아래에서 차차 알게 될 것입니다.
2. 프로베니우스 방법
급수해를 통해 답을 찾는 것이 이번 글의 목적이므로, 프로베니우스 방법을 적용할 수 있는지 확인해 봅시다. $y''$의 계수를 1로 만들어서 정상점과 특이점 유무를 확인합니다.
$$y''-\frac{2x}{1-x^2}\,y'+\frac{l(l+1)}{1-x^2}\,y=0 \;\;\;\;\;\cdots \;\;\;\;\;(3)$$
$y'$와 $y$의 계수 분모를 보면 분모를 0이 되게 만드는 값은 $x=\pm 1$ 입니다. 특이점 판단을 해보면 이 둘은 정칙 특이점(Regular singularity)에 해당함을 알 수 있고, 고로 급수해가 존재할 것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다만 급수해 방법을 쓸 때 우리는 멱급수의 중심 $x_0=0$ 으로 두는 것이 편합니다. 또한, 정칙 특이점이 $x=\pm 1$이니 급수의 수렴 성질을 떠올려 보면 급수의 수렴 구간이 $(-1,1)$ 이고 중심은 $x=0$ 임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고로 멱급수의 중심을 0으로 잡고 급수해를 가정하면, 추가로 붙는 지표 $r=0$ 으로 취급해도 무관합니다. 르장드르 방정식에서 $x=0$은 정상점이기 때문이죠. 따라서 우리가 원하는 급수해 형태는 1
$$\sum_{n=0}^{\infty}a_nx^{n}$$
입니다. 각각 미분해서 $y',\,y''$ 을 구해줍니다.
$$y'=\sum_{n=1}^{\infty}na_nx^{n-1}$$
$$y''=\sum_{n=2}^{\infty}n(n-1)a_nx^{n-2}$$
이들을 원래 방정식 $(1)$에 대입하고 식을 정리하면 다음을 얻습니다.
$$\sum_{n=0}^{\infty}(n+2)(n+1)a_{n+2}x^n - \sum_{n=2}^{\infty}n(n-1)a_nx^n-2\sum_{n=1}^{\infty}na_nx^n+l(l+1)\sum_{n=0}^{\infty}a_nx^n=0$$
이와 같은 식이 0이 되도록 하는 뻔하지 않은 해(nontrivial solution)을 구하려 합니다. 물론 $x=0$ 은 뻔한 해(trivial solution)이므로 의미가 없고 $x=0$을 제외한 해를 얻으려면 $x$의 멱수들의 계수, 즉 $n$과 $l$에 관한 식들이 모여 0을 이루어야 합니다.
$$(n+2)(n+1)a_{n+2}-n(n-1)a_n-2na_n+l(l+1)a_n=0$$
$$\displaystyle\frac{a_{n+2}}{a_n}=\frac{n(n-1)+2n-l(l+1)}{(n+2)(n+1)}=-\frac{(l-1)(l+n+1)}{(n+1)(n+1)}$$
이것은 마치 고등학교 수학의 귀납적 정의처럼 생겼습니다. $a_{n+2}$ 와 $a_n$ 이 $n$에 관한 식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죠. 이를 '점화식(Recursion relation)'이라고 합니다. 점화식 대신 '재귀관계' 등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a_{n+2}=-\frac{(l-1)(l+n+1)}{(n+1)(n+1)}a_n\;\;\;\;\;\mathrm{(recursion\;relation)}$$
이제 $y(x)$를 전개할 것입니다. 그런데 위 점화식에 의하면 계수 $a_n$들은 2개의 항만큼 차이나는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홀수항은 홀수항들끼리, 짝수항은 짝수항들끼리 성질이 비슷할 것이라 예상되므로 각각을 따로 분리해서 괄호로 묶어 보겠습니다.
$$\begin{align*}
y=\sum_{n=0}^{\infty}a_nx^n&=a_0+a_1x+a_2x^2+\cdots \\\\ &= \left( a_0+a_2x^2+\cdots \; \right)
+\left( a_1x+a_3x^3+\cdots \; \right) \\\\ &=
a_0\left[ 1-\frac{l(l+1)}{2!}\,x^2+\frac{l(l+1)(l-2)(l+3)}{4!}\,x^4-\;\cdots \; \right]
\\\\ &+a_1\left[ x-\frac{(l-1)(l+2)}{3!}\,x^3+\frac{(l-1)(l+2)(l-3)(l+4)}{5!}\,x^5-\; \cdots \; \right]\;\;\;\;\;\cdots \;\;\;\;\;(4)
\end{align*}$$
이제 식 정리를 해야 하는데, 멱급수 해를 구할 땐 언제나 초항 $a_0$의 값을 (조건으로) 정해야 합니다. 다만 르장드르 방정식은 보다시피 해가 짝과 홀 두 부분으로 나뉩니다.
그래서 특이한 기술을 하나 쓸 겁니다. 마지막 줄을 보면, 가장 앞에는 $n$이 짝수와 홀수일 때의 첫 수인 0,1로 묶은 것이고, 그 뒤의 항들은 점화식을 사용해 쓴 것이라, 홀수항들은 모두 $a_1$을 들고 있고 짝수항들은 모두 $a_0$을 들고 있습니다. 이제 마지막 줄의 두 항을, 앞의 계수 $a_0$와 $a_1$을 뺀 부분만 각각 $y$에 관한 짝수항(even)과 홀수항(odd)이라는 이름을 붙여 밑점차 $e,o$를 달아
$$y_e(x)=\left[ 1-\frac{l(l+1)}{2!}\,x^2+\frac{l(l+1)(l-2)(l+3)}{4!}\,x^4-\;\cdots \; \right]\;\;\;\;\;\cdots \;\;\;\;\;(5)$$
$$y_o(x)=\left[ x-\frac{(l-1)(l+2)}{3!}\,x^3+\frac{(l-1)(l+2)(l-3)(l+4)}{5!}\,x^5-\; \cdots \; \right]\;\;\;\;\;\cdots \;\;\;\;\;(6)$$
라고 써보겠습니다. 특이한 기술이란 바로 지금인데, $a_n$들은 결국 $a_0,\,a_1$에 의해서 다 결정된다고 누차 말씀드렸습니다. 만일 $a_0=0,\,a_1=1$ 으로 잡으면 홀수항만 살아 해는 $y=a_1y_o(x)$ 가 됩니다. 반면 거꾸로 $a_0=1,\,a_1=0$ 으로 잡게 되면 짝수항만 살아서 해는 $y=a_1y_e(x)$ 가 됩니다. 그러면 이 둘을 해의 기저로 삼아서, 일반해는 선형결합
$$y=y(x)=Ay_e(x)+By_0(x)\;\;\;\;\;\cdots \;\;\;\;\;(7)$$
으로 쓸 수 있게 됩니다.
일단 이게 해를 찾기는 찾은 겁니다. 다만 고려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프로베니우스 방법을 통해 급수해를 찾았는데, 급수해가 의미가 있으려면 그 급수가 수렴하는 급수여야 하는것이지 발산하면 안됩니다. 그러나 우리가 찾은 급수해는 정칙 특이점인 $x=\pm 1$에서 실제론 발산합니다. 왜냐고요? 예를 들어서 $a_0=1,\,a_1=1$ 인 경우 $y=a_0+a_2+a_4+ \cdots $ 이런 식으로 되어버리니깐 말이죠.. 2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뭔가의 조치를 취해서 이 급수해를 수렴하도록 바꾼다기 보다는, 처음 주어지는 조건이 중요합니다 : 즉 주어진 르장드르 방정식 $(1)$이 $y$의 계수 $\lambda = l(l+1)$ 에서 $l$이 음이 아닌 정수 3이기만 하면 됩니다. 그렇게 되면 $(5),(6)$ 에서 항들이 죄다 죽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l=2$이면 $x^4$ 항이 죽는 것이죠.
르장드르 방정식을 프로베니우스 방법으로 푸는 것도 결국 정칙 특이점에서도 의미 있는(=수렴하는) 급수해를 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많은 수학적 문제, 그리고 물리 문제에서도 $l$은 그냥 음이 아닌 정수에 해당하는 상황이 나옵니다.
그러면 이제 $l$이 음이 아닌 정수일 때, 해가 어떻게 되는지 살펴봅시다.
i) $l=0$
해는
$$y_e+y_0=a_0+a_1\left( 1+\frac{1}{3}+\frac{1}{5}+\cdots\, \right)$$
가 되고, $a_1$으로 묶인 괄호 항은 적분판정법에 의해 발산함을 알 수 있습니다.
ii) $l=1$
해는
$$y_e+y_o=a_0\left( 1-1-\frac{2}{3}+\cdots \right)+a_1x$$
가 되고, $a_0$로 묶인 항 또한 발산합니다.
$l$이 정수일 때 계속 해보면 위와 같이 $l$이 짝수일 때는 홀수항이 발산하고, $l$이 홀수일 때는 짝수항이 발산합니다. 발산을 막기 위해서 계수 $a_0,\,a_1$을 조절해 봅시다. $l$이 짝수일 때는 홀수항이 발산하니 $a_0=1,\,a_1=0$ 으로 두고, $l$이 홀수일 때는 짝수항이 발산하니 $a_0=0,\,a_1=1$ 로 두게 되면 유한한 항이 남습니다. 이 남은 $x$에 관한 다항식을 '르장드르 다항식(Legendre polynomials)' 이라고 부릅니다.
또한 르장드르 다항식을 고려할 땐
$$P_l(x=1)=1$$
이 되도록 $a_0,\,a_1$ 을 잡도록 위의 조건을 고려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러므로 $l$의 값에 따라 $P_l(x)$가 다를 뿐만 아니라, $a_0,\,a_1$의 값도 다릅니다. 4
위 표는 르장드르 다항식을 $l=10$ 일 때까지 적어둔 것입니다. 보통 $P_3(x)$ 정도까지만 유의미하게 쓰이므로 $l=3$까지만 저도 외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l\geq 4$ 부터는 급수해를 전개해서 $a_0,\,a_1$ 값을 찾아 르장드르 다항식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아래 공식을 활용하는 것이 간편합니다.
3. 로드리게스 공식
특수함수들은 로드리게스 공식으로 구하는 것이 가능한데, 그것은 '스투름-리우빌 이론'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그 이론이 로드리게스 공식을 만들어내는 밑바탕이긴 한데 일반화된 로드리게스 공식을 증명하는 과정은 어려운 수학적 테크닉이 있지는 않지만 꽤나 산수가 복잡하기 때문에 따로 다루진 않을 것입니다.
르장드르 다항식은 다음의 '로드리게스 공식(Rodrigues's Formula)'로도 구할 수 있다.
$$P_l(x)=\frac{l}{2^ll!}\frac{d^l }{dx^l}\left( x^2-1 \right)^l$$
미분방정식의 해에 관한 마무리를 지어 봅시다. $x=\pm 1$에서는 $l$이 정수일 때는 르장드르 다항식이 해가 됩니다. 그리고 다항식은 유한하니 수렴하는 해를 잘 구했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반면 $\left| x \right|<1$ 에서는 홀수항과 짝수항 중 하나는 르장드르 다항식이 되고 나머지 한 항은 발산하지 않습니다. 즉 수렴하는 급수의 형태로 쓸 수 있습니다. 여기서 전자의 르장드르 다항식을 '제 1종 르장드르 함수(Legendre function of first kind)' 라고 하고, 후자의 수렴하는 급수 형태의 해를 '제 2종 르장드르 함수(Legendre function of second kind)' 라 하며 첨자 $l$을 달아서 $Q_l(x)$ 로 나타냅니다. 물론 이 함수는 별로 쓸 일이 없습니다. 그러면 최종적으로 일반해의 형태는,
$$y=y(x)=AP_l(x)+BQ_l(x)$$
로 적을 수 있게 됩니다.
- 베셀 방정식과 비교하면, 그 때는 멱급수 해를 가정할 때 지표 $r$은 0이 되면 안되고 살아 있어야 합니다. 베셀 함수는 $x=0$에서 정상점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본문으로]
- 단, $(-1,1)$ 에서는 수렴합니다. [본문으로]
- 그냥 정수로 주어져도 됩니다. 다만 음의 정수도 양의 정수만 있을 때나 별 다르지 않아서 음이 아닌 정수라 적겠습니다. [본문으로]
- 다만 $l$의 값이 달라짐에 따라 $a_0,\,a_1$ 의 값이 무엇인지는 찾을 필요가 전혀 없고, $P_l(x)$ 가 무엇인지는 고정되어 있으니 이를 살펴보시면 됩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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