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리에 해석에서는 중요한 두 가지 명제가 있는데 하나는 디리클레 조건(Dirichlet conditions)에 관한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파시발의 정리(Parseval's Theorem)입니다. 이들은 일종의 푸리에 해석의 정당성과 확장성을 보태주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가 있는데, 아마 푸리에 해석을 다루는 대부분의 교과서에서 짧게라도 등장하기는 하지만 처음 공부할 때는 푸리에 급수 활용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굳이 눈여겨 보지는 않을 것입니다. 다만 한번 쯤 읽어볼 필요는 있기에 소개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이 정리들은 정확히 증명하려면 꽤나 수준높은 해석학 지식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저 역시 여기서 엄밀한 증명이 아닌, 뜻을 파악하기 위해 간단한 설명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제목을 단순히 디리클레 조건이 아니라 푸리에 해석에서의 그것이라고 적은 까닭은 '디리클레 조건'이라고 말하면 '디리클레 경계조건(Dirichlet boundary condition)'이라는 경계조건의 한 종류와 혼동의 여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는 푸리에 해석을 다루고 있음을 기억합시다.
1. 함수의 급수 표현이 가능한지에 대한 '정당성'에 관한 물음
푸리에 급수는 사인과 코사인의 셀 수 없는 항들의 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사인과 코사인은 언제나 주기성을 가지고, 연속적으로 매끄럽게 이어진(불연속점이 없는) 연속함수입니다.
그런데 푸리에 급수 이론에 따르면, 분명 불연속인 주기함수도 존재하는데, 그러한 불연속 주기함수도 푸리에 급수로 나타낼 수 있다는 주장은 참입니다. 단순히 모든 지점에서 연속인 주기함수는 사인과 코사인의 선형결합으로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직관적으로는 어느 정도 납득할 수야 있는데, 헤비사이드 계단함수처럼 끊어진 불연속 지점을 포함하는 주기함수는? 정말로 연속함수들만의 선형결합으로 그러한 함수를 나타낼 수 있을까요?
의문점은 이 뿐만이 아닙니다. 심지어 모든 구간에서 연속인 주기함수라 할지라도, 기저의 선형결합으로 임의의 점을 나타낼 수 있다는 선형대수학 개념을 모른다면, 어떻게 사인과 코사인이라는 기본 재료만으로 불규칙한 주기 파동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에 관한 직관적인 이해조차 버거울 수 있습니다. 연속 셈인 적분도 아니고, 이산적인 값을 더하는 급수 방식으로 어떻게 임의의 주기함수를 표현할 수 있냐 이거죠.
테일러 급수에서도 비슷한 맥락에서 의문점이 생깁니다. 어떤 함수 $f(x)$를 어떻게 이산적인 값들의 합인 급수로 표현할 수 있냐는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지금 할 디리클레 조건은, $f(x)$ 를 푸리에 전개했을 때 만들어진 푸리에 급수와 $f(x)$가 같기 위한 조건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이제 그 조건을 확인해 봅시다. 1
정리($I.A$) 14.1
주기가 $2\pi\;\;(-\pi,\pi)$ 인 함수 $f(x)$가 다음 조건을 모두 만족하면 $f(x)$를 '조각적 정상(Piecewise regular)'이라 부르고, 이 때 $f(x)$의 푸리에 급수식은 수렴한다. 즉 $f(x)$를 푸리에 급수로 나타낼 수 있다.
① 주어진 구간$(-\pi,\pi)$ 에서 (다가함수가 아니라) 일가함수(Single-valued)이다.
② 불연속점의 개수와 최대값 및 최소값의 개수가 전부 유한(finite)하다.
③ 적분 $\displaystyle \int_{-\pi}^{\pi}\left| f(x) \right|dx$ 의 값도 유한(finite)하다.
이 조건들을 '디리클레 조건(Dirichlet condtion)'이라 부른다. 이 정리는 '디리클레 정리(Theorem of Dirichlet)'이라 부르기도 한다.
증명은 하지 않겠지만 그래도 간단히 분석은 해봅시다. 아마 크게 어려운 내용이 없어서 상식적으로, 직관적으로 납득이 가능할 것입니다.
첫번째 조건은 다가함수를 배제하겠다는건데, 다가함수는 정의역 $x$에 대응하는 $y$ 값이 2개 이상인 것을 말하므로 엄밀하게는 우리가 흔히 알고있는 함수의 정의를 만족하는 것은 아닙니다. 복소수 영역에서 가끔 볼 수 있죠. 푸리에 해석은 실수 범위에서만 식을 다루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가함수를 배제한다는 조건도(위배할 일은 거의 없지만) 필요하긴 한 것입니다. 그리고 굳이 복소수로 안가더라도 음함수(Implicit function) 개념을 떠올려보면, 예컨대 원의 경우, 반원으로 선택을 해야 하지 원 자체를 가지고 오면 첫번째 조건을 위배하게 됩니다.
두번째 조건도 첫번째 조건이랑 비슷한데, 그냥 쉽게 말해 이상한 함수가 아니면 된다는 겁니다. 여기서 이상한 함수라는 것은 조건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결국 최대나 최소가 무한대 혹은 음의 무한대로 발산하는 장소가 생기면 안된다는 겁니다. 상식적으로 사인과 코사인을 아무리 선형결합한다 해도 분수함수의 발산 점근선 지점처럼 무한한 곳으로 발산하는 지점을 만들 수는 없을 것입니다. 즉, 발산 점근선처럼 발산하는 지점이 구간 내에 포함되면 그건 기본 주기함수 재료인 사인과 코사인을 합쳐도 제작해낼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 발산함수가 주기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해도 말이죠. 2
세번째 조건도 동일한 맥락에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절댓값을 붙여 적분한 함수의 면적이 발산하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유한하다는 뜻은 결국 발산하면 안된다는 것이죠.
이러한 조건을 만족한다면 테일러 급수로 임의의 주기함수를 나타낼 수 있습니다. 이말은 즉슨 그 급수가 $f(x)$로 수렴한다는 것입니다.
이 그림에서, $f(x)$는 계단함수처럼 $(-\pi,0)$ 에서는 0이라는 고정된 상수함수이고 $x=0$ 은 불연속점, 그리고 $(0,\pi)$ 에서는 다시 값이 1인 상수함수인 상황을 생각해봅시다. 물론 $f(x)$는 주기함수니까 다른 구간에서도 이 모양이 반복될 것이고요.
그렇다면 구간 $(-\pi,\pi)$ 에서 $f(x)$ 는 디리클레 조건을 모두 만족합니다. 일가함수임은 삼척동자도 이해할 것이고, 최대와 최소값이 정해져 있을 뿐만 아니라 불연속점의 개수도 1개로 유한하며, 적분값도 유한합니다.
그러면 $f(x)$의 푸리에 급수는 $f(x)$로 결국 수렴합니다. 다만, 이 때 수렴한다는 것은 시그마의 위 끝 $n$의 값을 점차 늘릴수록 그러하다는 것입니다. 위 [그림 1]에서 여러가지 꼬불꼬불한 곡선이 보일 것입니다. 각각의 곡선은 시그마의 위 끝 $n$의 개수, 즉 사인과 코사인의 항들의 개수가 점차 많아짐에 따라 더욱 구불구불한 형태가 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사진의 왼쪽 아래에 'Number of terms'가 적혀 있고 그 위에 1,2,3,20의 숫자가 보일 것입니다. 1에서 20으로 갈수록, 구간 $(-\pi,\pi)$ 에서 상수함수를 더 잘 표현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숫자가 1일 때는 그냥 $sin$ 항만 있다는 뜻이죠. 그러면 우리가 잘 아는 사인함수처럼 $x=\displaystyle\frac{\pi}{2}$ 에서 극대값 1개를 갖습니다. 그러나 항을 20개로 늘릴수록 상수함수에 근접한다는 것을 알 수 있고, 이는 결국 항수 $n$을 늘릴수록 $f(x)$에 푸리에 급수가 수렴해 감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참고 문헌]
Mathematical methods for physical sciences, Mary L Bo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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