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여류는 대수학의 시작, 즉 군론에 입문할 때 반드시 알아야 하는 정수론의 개념입니다. 저는 정수론의 기초를 잘 모른 채 대수학 공부를 시작했었는데, 그 때문에 정말 골머리를 앓았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런데 군론을 공부하고 나서 정수론의 개념 중 단 한가지만 제가 제대로 알고 넘어갔다면, 하는 후회가 남는 것이 바로 합동과 이 잉여류의 개념입니다. 달리 말하자면 여러분이 만일 정수론에 대한 빠삭한 학습 없이 대수학을 공부해야 한다면 합동과 잉여류에 대한 개념은 반드시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군론을 다룰 때는 순환군과 더불어 Zn 을 알아야 하고, 이것이 나중에 몫 군 Z/nZ 과 동형(isomorphic)이라는 것을 보이게 되는데 이것이 다 합동에서 우러나오는 정수론의 즙이기 때문이죠. 1
뿐만 아니라, 사실 정수론에서 이 잉여류(residue class)는 추상대수학에서 똑같이 잉여류(coset)로 번역하는 개념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대수학 버전이 좀 더 추상화와 일반화를 거친 개념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정수론이니, 대수학에서의 잉여류 개념은 마지막에 간단히만 적겠습니다.

잉여류는 합동을 바탕으로 여러 원소들을 하나로 표현한다는 동치관계를 적용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 글에서 저는 동치관계란 말하자면 '본질'이고, 동치류는 '대표원소'라는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가 오늘 다룰 잉여류라는 것은 일종의 동치류입니다. 즉 어떤 성질들을 만족하는 원소들이 수없이 존재할텐데 그들을 하나의 대표원소로 표현하겠다는 것이죠. 당연, 이 본질에 해당하는 성질은 합동과 관련된 것입니다.
합동의 정의를 다시 봅시다.
정의(N.T) 3-1) 정수론에서 합동(Congruence)
어떤 자연수 n이 주어졌을 때, 정수 a,b 가 다음을 만족할 때 a 와 b는 법(modulo) 2n에 대해 합동이다'라고 말한다.
a≡bmodn⟺n∣(a−b)
이것으로부터 유도되는 성질을 마치 동어 반복과 같이 나열하면, 아래와 같은 다섯 개의 TFAE 명제를 얻습니다.
정리(N.T) 3.2)
TFAE : 다음은 전부 서로 동치이다
① a≡b(modn)
② a−b 는 n의 배수이다
③ a−b=kn 을 만족하는 k∈Z 가 존재한다
④ a 와 b 는 n 으로 나눴을 때 나머지가 동일하다.
⑤ 0≤b<n 일 때는, a 를 n 으로 나눈 나머지가 b 이다.
이 중 우리가 오늘 주목할 것은 ④번입니다. 도대체 왜 ④이 동치류와 연관된다는 것일까요?
1. 동치류는 대표원소라는 철학
④번은 a 와 b 가 법 n 에 대해 합동이라면 n 으로 나눈 나머지가 정확히 일치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나눗셈 알고리즘에 의해, 두 수의 나머지가 동일하다면 차를 구했을 때 나머지끼리 사라지게 될 것이므로 kn (k∈Z) 만 남아 n 의 배수가 되어버리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성질은 종종 쓸모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7,12,17,22,27⋯ 은 7 부터 시작해서 5 씩 더한 숫자들입니다. 그러면 조건제시법으로 적으면 A={5k+2∣k∈Z} 와 같이 쓸 수 있습니다. 이렇게 적는 것은 중학교 또는 고등학교 수준의 수학에서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합동 개념을 알고 있는 우리 대학 수준에서는 보다 멋진 방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나열된 모든 숫자들은 7 부터 시작해서 5 의 배수들을 차근차근 더한 셈입니다. 이때 5<7 이므로, 나눗셈 알고리즘의 불문율 r<b 에 따라 5 의 배수에 7 을 더한 꼴인 5k+7 대신 5k+2 로 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또한 5 로 나누었을 때 나머지가 2 인 숫자들의 모임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관점이 우리가 지금 주목해야 할 부분입니다. 법(modulo)는 언제나 '나누는 수'에 해당함을 기억해 보자면, 이를 n=5 를 택하는 상황으로 볼 수 있습니다. 잉여류 개념의 핵심은 바로 이것입니다 : 우리는 7,12,17,22,27⋯ 를 전부 앞으로 ¯2 로 표기할 것입니다. 동시에, ④의 개념까지 적용해보자면 7,12,17,22,27⋯ 들 중 임의의 두 개를 선택하더라도 5 로 나눈 나머지가 전부 2 로 동일하며, a−b 즉 이 숫자 중 임의의 두 개를 선택해서 차를 구하더라도 5 로 나누어 떨어진다는 점에서 ②의 성질도 당연히 적용된다는 것을 알 수 있지요.
말하자면 주황색의 관점을 그대로 적용한 것이 잉여류이고, 초록색의 관점이 합동의 관점입니다. 정리(N.T) 3.2) 에 의하면 이 둘은 동치이므로 결국 잉여류가 동치관계임을 보인다는 것은 합동이 동치관계를 보인다는 것과 대등합니다. 따라서 우리가 지금 정의할 잉여류는 동치관계임을 보일 수 있고, 이미 제가 다 설명했다고 생각하여 증명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3
정의(N.T) 3-4) 정수론에서 잉여류(residue class)
정수 a 의 '법 n 에 대한 잉여류(residue class modulo n)' 란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표기한다.
¯a:=[a]={x∈Z∣x≡a(modn)} 풀어서 설명하자면, ¯a 는 법 n 에 대해 정수 a 와 합동인 모든 정수들을 모든 집합을 말한다. 4
잉여류에서 문자가 헷갈려요 ⟹ 법 n 은 '나누는 수'이고, 동치류(잉여류) a 는 '나머지'다.
위 정의에서 종종 n 과 a 의 의미가 헷갈릴 때가 있습니다. 예컨대 위의 예시에서 저는 7,12,17,22,27⋯ 가 법 5 에 대한 2 의 잉여류라고 하였으니, ¯2 라고 적어야 합니다. 하지만 실수로 ¯5 라 적지 않기 위한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요? 잉여(residue) 라는 것이 사실 말그대로 '나머지'를 뜻하는 다른 말입니다. 그래서, '나누는 수'는 언제나 법(modulo)이고, 그로 인해 발생한 부산물인 나머지가 바로 동치류인 잉여류에 해당한다는 원칙만 잘 기억하면 혼동을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예제 1) n=2 일 때 ¯0 과 ¯1 을 조건제시법(Set-builder notation)으로 분석하여라
Sol) n=2 로 나누었을 때 나머지가 0 인 집합은 다음과 같다.
¯0={x∈Z∣x≡0(mod 2)}
따라서 이는 모든 짝수들의 집합이다. 반면, 2 로 나누었을 때 나머지가 1 인 집합은
¯1={x∈Z∣x≡1(mod 2)}
이고, 이는 모든 홀수들의 집합이다. ◼
정리(N.T) 3.5)
n≥2 인 정수에 대하여, ¯a=¯b⟺a≡b(modn) 이다.
증명) ⟹ : ¯a=¯b 라 하자. a∈¯a 이므로, 정의에 의해 a≡a(modn) 이 성립한다. 그런데 ¯a=¯b 이므로 a∈¯b 이기도 하다. 그러면 a≡b(modn) 이 성립한다.
⟸ : ¯a⊆¯b 와 ¯b⊆¯a 를 보임으로서 증명하자. 먼저 x∈¯a 이면, x≡a(modn) 를 뜻한다. 가정에 의해 ¯a≡¯b 이고 합동은 동치관계이므로 동치관계의 전이성(transitivity)에 의해 이는 결국 x≡b(modn) 임을 뜻한다. 따라서 ¯a⊆¯b 가 성립한다. 나머지 관계도 이와 똑같이 증명 가능하다. ◼
정리(N.T) 3.6)
n≥2 인 n∈Z 를 생각하자.
① a∈Z 이면, ¯a=¯r 가 성립하는 어떤 0≤r≤n−1 인 r∈N 이 존재한다.
② 법 n 에 대한 잉여류들은 정확히 서로 다른 n−1 개, 즉 ¯0,¯1,¯2,⋯¯n−1 으로 존재한다.
증명) ②만 증명하면 충분하다. ¯r=¯m 이라 하고 0≤r,s≤n−1 라 하자. r≤s 라 가정하자. 그러면 0≤s−r≤n−1 이 성립한다.
그런데 ¯r=¯s 로부터 r≡s(mod n 이므로 0≤s−r 는 n 의 배수가 된다. 위의 s−r 의 범위를 고려하면 s−r=0 이 되어야 하고, 따라서 s=r 이다. 즉 ¯r=¯s 이면 반드시 s=r 이므로 법 n 에 대한 모든 잉여류들 중 그 어느 것도 서로 같을 수 없다. ◼
①이 의미하는 것은, 만일 어떤 법 n 에 대한 동치류를 n−1 개 나열하게 되었을 때, 임의의 정수 a∈Z 를 데려왔을 때 이 a 가 n−1 개의 동치류 중 어느 하나에 반드시 속함을 의미합니다.
2. 잉여류들로 구성된 집합
잉여류들로 구성된 집합은 정수집합을 다룰 때 매우 중요합니다. 정수론보다 대수학의 군론, 환론의 단골손님이니 확실히 개념을 익히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정수론만 당장 급히 학습하는 단계라면, 직접적으로 필요하지 않을 수 있으니 이 내용은 생략해도 좋습니다.
정의(N.T) 3-5) 잉여류들로 구성된 집합(군의 연산이 덧셈) 5
법 n∈N 이 주어졌을 때, 다음의 집합을 '법 n 에 대한 정수 집합(Sets of integers modulo n)'이라고 정의한다. 이는 곧 법 n 에 대한 모든 서로 다른 n 개의 잉여류들을 원소로 갖는 집합을 말한다.
Zn:={¯a∣¯a={x∈Z∣x≡a(modn)},a∈{0,1,2,⋯n−1}}={¯0,¯1,¯2,⋯¯n−1}
잉여류에 대한 개념과 잉여류로 구성된 집합의 개념을 잘 구분해야 합니다. 잉여류는 동치류이니 그 자체로 '집합'입니다. 반면 잉여류들로 구성된 집합 Zn 을 생각할 때는 이 집합의 원소가 잉여류이니, Zn 은 집합들을 원소로 가진다는 것입니다.
아래 예제를 통해 명확한 개념 구분을 해봅시다.
예제 2) Z7={¯0,¯1,¯2,⋯¯6} 에 대해 13,20,41∈Z7 인가? 아니라면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Sol) 문제가 잘못되었다. 13,20,41∉Zn 이다. 정확히 말하면 13,20,41 은 Z7 의 원소인 잉여류에 속한다. 따라서 13,20,41 이 어떤 Z7 의 원소에 속하는지를 탐구해야 한다.
그런데 13,20,41 은 공교롭게도 모두 주어진 법 n=7 로 나누었을 때 나머지가 6 으로 동일하다. 다시 말해 13≡6(mod 7) 이고 20≡6(mod 7) 이고 41≡6(mod 7) 이다. 따라서 13,20,41∈¯6∈Z7 이다. ◼
예제 3) ¯48 과 ¯−16 은 Z7 의 원소인가?
Sol) 정리(N.T) 3.6) 을 이용하면 그렇다. 48≡6(mod 7) 이므로, ¯48=¯6 이다. 반면 −16≡5(mod 7) 이므로 ¯−16=¯5 이다. ◼
음수에 대해 이 답이 5 라는 것이 빨리 떠오르지 않는다면, 합동에서 연습을 충분히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합동에 관한 글의 예제3)-3)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그래도 친절히 설명을 해드리자면, 5 대신 b 라는 문자를 두었다 생각해봅시다. 그러면 합동의 성질을 이용한다고 했을 때 −16−b 가 7 의 배수여야 합니다. 여기서 −16 과 가장 가까운 7 의 배수를 찾으면 −14 와 −21 인데, 제시된 Z7 의 원소들은 ¯0 부터 ¯6, 즉 양수인 b 를 찾아야 하기 때문에 −21 을 만들 수 있도록 b=−2 대신 b=5>0 을 택한 것입니다. 실제로 ¯5=¯−2 이죠?
3. 대수학으로의 확장
정의(A.A) 2-?) 대수학에서 잉여류(cosets)
G 가 군이고, H⩽ 라 하자. 주어진(정해진 어떤) g\in G 에 대하여,
① H 의 '좌측 잉여류(left coset)'은
gH=\left\{ gh\mid h\in H \right\} 라 정의한다.
② H 의 '우측 잉여류(right coset)'은
Hg=\left\{ gh\mid h\in H \right\} 로 정의한다.
여기서 연산이 무엇인지는 집합에 따라 달라지게 됩니다. 이 글에서 다룬 정수론에서의 법 n 에 대한 잉여류의 개념과 비교하려면 연산이 덧셈이 되어야 합니다. 이때 대응 관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대수학-정수론 순서입니다.
G \longleftrightarrow \mathbb{Z}
H \longleftrightarrow n\mathbb{Z}
\overline{a} \longleftrightarrow g+H
g\in G \longleftrightarrow a\in \mathbb{Z}
고로 g+H 라는 좌측 잉여류는 \overline{a}=a+n\mathbb{Z} 로 나타낼 수 있고, 넘기면 \overline{a}-a=n\mathbb{Z} 꼴이 됩니다.
이 상태에서 위에서 들었던 예시를 적용해봅시다. 아까 법 n 에 대한 잉여류 설명을 할 때 n=5 로 택하고 a=2 를 사용했으므로, 대수학의 잉여류 개념을 활용하면 \overline{2}=2+5\mathbb{Z} 가 됩니다.
좌변부터 해석합시다. 좌변은 순수 정수론입니다. \overline{2} 의 값, 곧 법 n=5 에 대한 2 의 잉여류란 5 로 나누었을 때 나머지가 2 인 숫자들의 집합임을 뜻합니다. 이는 7,12,17,22,27,\cdots 에 해당하지요.
우변을 보면 2+5\mathbb{Z} 이고, 여기서 우변의 두번째 항인 5\mathbb{Z} 는 H 의 역할로서 \mathbb{Z} 의 부분군이며, 모든 원소가 다 들어갈 수 있습니다. 따라서 \cdots -1,0,1,2,3,\cdots 이렇게 다 대입을 한다고 가정해보면, 똑같이 7,12,17,22,27,\cdots 를 얻습니다. 6
재밌는 것은 이때 좌측 잉여류와 우측 잉여류가 같으니, 75\mathbb{Z}\unlhd \mathbb{Z}, 즉 정수 집합의 정규 부분군(normal subgroup)이 된다는 것입니다. 물론 5\mathbb{Z} 는 애초에 아벨군 \mathbb{Z} 의 부분군이니 5\mathbb{Z} 가 정규 부분군이라는 것을 굳이 이렇게 보일 필요는 없지만, 따지고 보면 이 과정을 통해서도 확인 가능하다는 것이죠.
[참고문헌]
Introduction to Abstract Algebra, 4e, W.Keith Nicholson
- 앗, 근데 만일 1학년에 노느라 집합론의 동치관계 및 동치류를 제대로 보지 않았다면... 당연한 말이지만 그것부터 제대로 챙기고 오셔야 합니다. [본문으로]
- 복수형은 moduli [본문으로]
- 합동이 동치관계인 것은 이미 집합론의 동치관계와 동치류 글에서 증명했습니다. [본문으로]
- 당연히 a 자기 자신도 포함합니다. a\mathcal{R}a [본문으로]
- 정수론에서 당장 군의 연산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필요는 없습니다. 이 개념은 대수학에서 중요합니다. [본문으로]
- 물론 좌변이나 우변이나, 7보다 작은 숫자들도 무수히 많이 포함되어 있지만 귀찮아서 그냥 스타트를 7 로 정한 것일 뿐입니다. 실제로는 음수도 다 포함되지요. [본문으로]
- 참고로 여기서 좌측 잉여류와 우측 잉여류가 군인 것은 아닙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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