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학(Analysis)은 잘게 쪼갠 것(쪼갤 석,析)을 푼다(풀 해,解)는 뜻입니다. 잘게, 작게 쪼갠다는 표현을 수학에서 사용하면 보통 무엇이 먼저 떠오르시나요? 고등학교 수학 정도를 공부해보신 분이라면 미분이 먼저 떠오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미분'은 한자를 보면 '작게 나눈다'라는 뜻이고 '적분'은 '나누어 쌓는다(더한다)'라는 뜻입니다.
실제로 해석학은 미적분학의 심화 버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리학으로 따져보자면 일반물리학에서 현대물리 파트를 양자역학 과목에서 심화하여 배우는 것이나 뉴턴역학 파트를 고전역학 과목에서 심화하여 배우는 것, 그리고 전자기 파트도 역시 전자기학 과목에 가서 심화하여 배우는 것과 비슷합니다. 심화하여 배운다는 것은 학부 과정의 언어로 표현하면 '엄밀하게' 공부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해석학은 미적분학에서 사용했던 도구들, 간단히 자명하다 치부하고 넘겼던 정리 등을 세분화하여 엄밀하게 논리적 기틀을 세우는 것에 주목하는 학문입니다.
고등학교 수학(수능)은 99.9% 실수 범위에서 다룹니다. 허수단위는 등장할 때도 있지만 그마저도 확률과 통계 정도에서 보이고 복소수 자체를 직접 다루고 있지 않지요. 일반적으로 학부의 해석학이라고 하면은, 이렇게 실수의 체계와 범위 내에서 미적분을 집요하게 검증하는 과목 정도로 생각해 주시면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해석학의 출발은 실수를 말끔하게 정리하고 넘어가는 것에 있습니다. 오늘은 수 집합 중 실수 집합에서만 성립하는 실수만의 세 가지 공리를 살펴볼 것입니다.
1. 실수는 체(field)다 : 체 공리
실수 집합이 무엇인지는 직관적으로 고등학교 수학의 내용을 떠올려도 충분합니다. 다만 이제부터 실수를 엄밀하게 정의하는 과정에서 공리를 몇가지 정할 것입니다. 실수의 세 가지 공리란 실수 집합을 엄밀하게 정의하는 기틀과도 같습니다.
첫번째 공리는 체 공리인데, 군,환,체는 수학 전공자라면 자세히는 몰라도 상식적으로나마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왜냐하면 선형대수학을 막 시작할 때, 벡터공간을 다루면서 필연적으로 접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잘 모르겠다면 해당 글을 확인해 보시고 돌아오시기 바랍니다.
공리(A.N) 1.1
[체 공리(Field axiom)]
$\mathbb{R}^2:=\mathbb{R}\times \mathbb{R}$ 상에서 정의된 두 연산 $+,\cdot$ 과 $a,b,c\in\mathbb{R}$ 에 대하여 실수 집합은 다음 조건을 만족한다.
① 닫힘 성질(Closure properties) : $a+b\in\mathbb{R}$ 이고 $a\cdot b\in\mathbb{R}$ 이다.
② 결합법칙(Associative) : $a+(b+c)=(a+b)+c$ 이고 $a\cdot (b\cdot c)=(a\cdot b)\cdot c$ 이다.
③ 교환법칙(Commutative) : $a+b=b+a$ 이고 $a\cdot b = b\cdot a$ 이다.
④ 분배법칙(Distribute) : $a\cdot (b+c)=a\cdot b + a\cdot c$
⑤ 덧셈에 대한 항등원의 존재(Additive identity) : 임의의 $a\in\mathbb{R}$ 에 대해 $a+0=0+a=a$ 를 만족하는 유일한 원소 $0\in \mathbb{R}$ 이 존재한다.
⑥ 곱셈에 대한 항등원의 존재(Multiplicative identity) : 임의의 $a\in\mathbb{R}$ 에 대해 $1\cdot a = a\cdot 1 = a$ 를 만족하는 유일한 원소 $1\in\mathbb{R}$ 이 존재한다.
⑦ 덧셈에 대한 역원의 존재(Additive inverse) : 모든 $x\in\mathbb{R}$ 에 대해 $x+(-x)=0$ 이 되는 유일한 원소 $-x\in\mathbb{R}$ 이 존재한다.
⑧ 곱셈에 대한 역원의 존재(Multiplicative inverse) : 모든 $x\in\mathbb{R}-\left\{ 0 \right\}$ 에 대하여 $x\cdot (x^{-1})=1$ 을 만족하는 유일한 원소 $x^{-1}\in\mathbb{R}$ 가 존재한다.
위와 같은 체의 성질은 추상대수학에 가면 자세히 분석하지만, 해석학 수준에서는 체를 구성하는 위 8가지의 공리를 읽고 어떤 뜻인지 이해하는 수준으로만 학습해도 충분합니다.
2. 순서 공리(Order axiom)
순서 공리는 대소 관계를 알려주는 관계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공리(A.N) 1.2
[순서 공리(Order axoim)]
$\mathbb{R}\times \mathbb{R}$ 에서 주어진 관계 $<$(또는 $>$) 는 다음의 성질들을 갖는다.
① 삼분성(Trichotomy) : 임의의 주어진 $a,b\in\mathbb{R}$ 에 대하여 두 수의 관계 중 다음 하나만 성립한다.
$$a<b\;\;,\;\;b<a\;\;,\;\;a=b$$
② 추이성(Transitive) : 주어진 $a,b,c\in\mathbb{R}$ 에 대하여, $a<b$ 이고 $b<c$ 이면 $a<c$ 이다.
③ 덧셈 성질(Additive property) : 주어진 $a,b,c\in\mathbb{R}$ 에 대하여, $a<b$ 이고 $c\in\mathbb{R}$ 이면 $a+c<b+c$ 이다.
④ 곱셈 성질(Multiplicative property) : 주어진 $a,b,c\in\mathbb{R}$ 에 대하여, $a<b$ 일 때 $c>0$ 이면 $ac<bc$ 이고, $c<0$ 인 경우에는 $ac>bc$ 가 된다.
두 공리는 자연스럽게 고등학교 수학에서부터 받아들이고 이해하기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공리이기 때문에 증명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것이 맞습니다.
남은 하나의 완비성 공리를 학습하기 위해서는 몇가지 추가적인 개념의 정의가 필요해서, 다음 글에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문헌]
William R. Wade - Introduction to Analysis, 4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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