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올라와 미적분학을 만나 대학수학을 시작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선형(線形, Linear)'이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듣게 됩니다. 만약 그런 기억이 없다면 수학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자기자신을 의심해야 할 정도입니다. 미분이나 적분은 선형성을 가진다는 말이 미적분학 책에 꼭 나와있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선형이라는 말은 검색을 해보아도, 영어 단어를 보아도, 직선스럽다는 의미까진 얻을 수 있는 가진 한자를 보아도 확실히 피부로 와닿는 느낌을 받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선형이라는 것은 분명 엄밀한 수학적 정의가 있지만, 딱딱한 정의를 먼저 보면 지치고 싫증나기 마련이죠. 몇가지를 예로 들며 직관적인 이해를 돕고자 합니다. 수학에서 선형(Linear)이라 함은 큰 덩어리를 서로 같은 작은 덩어리들의 합으로 쪼갤 수 있는, 즉 작은 덩어리의 숫자 곱으로 큰 덩어리를 생성할 수 있는 성질을 가지고 있음을 뜻합니다. 수학적 엄밀성을 약간 포기하면서 선형에 대한 예시를 들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 500원은 100원 $\times$ 5으로 쪼갤 수 있으니 선형이다.
▶ 30cm 자는 15cm$\times $ 2 이므로 15cm 자 2개로 쪼갤 수 있으니 선형이다.
▶ 김밥 한 줄은 (꼬다리를 제외하고 자른 김밥 하나하나의 크기가 같다면) 김밥 하나를 연결해 만들 수 있으니 선형이다.
▶ 계란 한 판은 같은 한 개의 계란을 30개 모은 것이므로 선형이다.
대략적인 감을 잡을 수만 있어도 됩니다. 다음은 수학적으로 의미가 있는, 정의를 만족하는 선형의 예입니다.
▶ 평면 위의 임의의 점은 두 기저(basis)로 나타낼 수 있다.
$$(5,4)=5(1,0)+4(0,1)=5\mathbf{i}+4\mathbf{j}$$
$\rightarrow$ 여기서 큰 덩어리는 점 $(5,4)$이고 작은 덩어리는 $\mathbf{i}, \mathbf{j}$
▶ 정적분은 선형성을 가진다.
$$\int_{a}^{b}\left \{ f(x)dx+g(x)dx \right \}=\int_{a}^{b}f(x)dx+\int_{a}^{b}g(x)dx$$
이처럼 선형이라는 특징은 어떤 대상을 기초적인 단위들의 곱과 합으로 쪼갤 수 있음을 뜻합니다. 어떤 경우는 기초적인 단위 역할을 하는 대상이 1개일 수도 있지만, 상황에 따라 2개 이상이 될 수 있습니다. 위에서 평면 위의 점을 가지고 든 예에서는 기초 단위가 기저(basis)이며 2개에 해당했지요. 여기까지 이해했다면 이제 선형의 수학적 정의를 들여다 봅시다.
1. 선형의 정의
1) 선형함수, 선형사상, 선형변환
'선형'은 어떤 대상(object)가 아니라 그 대상이 가지고 있는 성질에 해당합니다. 수학에는 선형성을 가진 여러가지 대상들이 있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은 선형성을 가진 함수로, 이를 선형함수 또는 선형사상(mapping)이라 합니다. 사상과 함수는 같은 말입니다. (사실 약간의 차이는 있습니다. 그건 여기서 설명하고 있지만, 지금 단계에서 굳이 몰라도 지장이 없으니 생략하길 권장합니다.) 그런데 이를 다루다 보니 기하적 관점에서, 선형함수는 어떤 도형의 위치나 모양 등을 바꾸기도 합니다. 그래서 '선형변환(Linear transform)'이라는 말도 씁니다. 셋 다 같은 뜻입니다. 다만 이 블로그에서는 선형변환이라는 용어를 가장 많이 사용할 것입니다.
2) 선형의 정의
수학적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동일한 체 $F$에서 정의된 두 벡터공간 $V,W$에 대하여 정의된 함수 $T:V\rightarrow W$ 가 다음 두 조건을 만족하면, $V$에서 $W$로 가는 '선형변환(Linear transformation)' 또는 '일차변환(First-order transformation)'이라 정의한다. 간단히 '선형(Linear)'이라고 표현하기도 하며 표기는 $L(V,W)$ 으로 하기도 한다.
① $T(x+y)=T(x)+T(y)$
② $T(cx)=cT(x)$
이러한 성질이 성립하는 경우를 우리는 고등학교 수학에서부터 정말 많이 봤었을 것입니다. 함수 안의 상수는 바깥으로 뺄 수 있고, 변수 두개의 합(또는 차)에 대한 함수는 는 각각의 변수에 대한 함수로 바꿀 수 있다는 조건을 만족하는 것이 바로 선형의 정확한 정의입니다.
물론, 이에 못지한게 선형이 아닌 경우도 정말 많습니다. 예를들어 지수함수는 $e^{x+y}\neq e^x+e^y$ 이므로 비선형이고, 이차함수 역시 $(x+y)^2\neq x^2+y^2$ 이므로 비선형입니다.
선형변환의 중요한 성질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4개 다 모두 중요하니 꼭 기억해야 합니다.
정리($L.A$) 4.1
$T:V\rightarrow W$ 가 선형변환이면 다음과 같은 성질을 갖는다.
① $T$가 선형변환인 것은 모든 $x,y\in V$ 에 대해 $T(cx+y)=cT(x)+T(y)$ 인 것이다.
② 모든 $x,y\in V$ 에 대해 $T(x-y)=T(x)-T(y)$
③ 모든 $x,y\in V$ 에 대해 $T(\mathbf{0})=\mathbf{0}$
④ $T$가 선형인 것은 $x_1,x_2,\cdots x_n\in V$ 와 $a_1,a_2,\cdots a_n\in F$ 에 대해 다음이 성립하는 것과 동치이다.
$$T\left ( \sum_{i=1}^{n}a_ix_i \right )=\sum_{i=1}^{n}a_iT(x_i)$$
①,② 은 사실 선형변환의 연장선입니다. 안에 들어간 상수와 더불어 덧셈 뿐만 아니라 뺄셈에 대해서도 각각으로 쪼갤 수 있습니다. 다만 ①은, 선형변환의 정의 두 개를 합쳐 놓은 것에 해당하기 때문에 만약 어떤 함수나 변환이 모든 $x,y\in V$ 에 대해 $T(cx+y)=cT(x)+T(y)$ 를 만족한다면, 선형임을 바로 보일 수 있습니다. 이것이 선형임을 보이는데 가장 정확한 방법으로, 필요충분조건이니 역도 성립합니다.
눈여겨 볼 것은 나머지 2개인데 ③번은 영벡터의 선형변환은 항상 영이라는 것입니다. 선형변환이 함수라는 점을 망각하지 않으면, 이는 정의역의 원소 0에 대한 치역의 함숫값이 0이라는 뜻으로, 함수가 반드시 원점을 지난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모든 선형함수는 반드시 원점을 지납니다. 원점을 지나지 않으면 큰 것을 각각의 작은 것으로 쪼갤 수 있는 성질인 선형을 가질 수 없습니다. (간단히 $y$절편이 0이 아닌 일차함수를 떠올려 보세요.) 이것은 영공간(nullspace)와 결부되어 나중에 또 등장하니 꼭 기억해 두어야 할 굉장히 중요한 개념입니다.
④번의 경우, 스칼라가 곱해진 벡터의 여러 합에 대한 선형변환이 벡터에만 걸리고 스칼라를 앞으로 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선형변환의 정의에 해당하는 두번째 조건인 $T(cx)=cT(x)$에 중첩의 원리를 적용한 꼴이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예제 1) $A\in M_n(F)$ 일 때 $T:F^n\rightarrow F^m\;,\;T(\mathbf{x})=A\mathbf{x}$ 는 선형인가?
선형임을 보이려면 정리($L.A$) 4.1 의 ①을 사용하면 된다고 언급했습니다.
$$T(c\mathbf{x}+\mathbf{y})=A\left ( c\mathbf{x}+\mathbf{y} \right )
=c\left ( A\mathbf{x} \right )+A\mathbf{y}=c\,T(\mathbf{x})+T(\mathbf{y})$$
따라서 임의의 열벡터에 정사각행렬을 곱하는 연산은 선형변환입니다. 매우 매우 중요한 성질입니다.
예제 2) 어떤 고정된 각 $\theta$ 에 대하여 $T:R^2\rightarrow R^2$ 로 정의된 선형변환 $T(\mathbf{x})=A\mathbf{x}$ 에 대하여 $T(\mathbf{x})$ 는 $\mathbf{x}$ 를 원점을 기준으로 $\theta$ 만큼 회전한 벡터임을 보여라.
$$A=\begin{pmatrix}
\mathrm{cos}\theta & \mathrm{-sin}\theta\\
\mathrm{sin}\theta & \mathrm{cos}\theta
\end{pmatrix}$$
$\mathbf{x}=(x,y),r=\sqrt{x^2+y^2}$ 라 하고 이것이 $x$축의 양의 방향과 이루는 각도를 $\alpha$ 라 하자. 이 벡터를 $\theta$ 만큼 회전한 벡터를 $\mathbf{x'}=(x',y')$ 라 하면
$$x=r\mathrm{cos}\alpha\;\;,\;\;y=r\mathrm{sin}\alpha \\
x'=r\mathrm{cos}(\alpha+\theta)\;\;,\;\;y'=r\mathrm{sin}(\alpha+\theta)$$
가 되어
$$\begin{align*}
\mathbf{x}&=\begin{pmatrix}
x\\
y
\end{pmatrix}=\begin{pmatrix}
r\mathrm{cos}(\alpha+\theta)\\
r\mathrm{sin}(\alpha+\theta)
\end{pmatrix}
\\\\&=\begin{pmatrix}
r\mathrm{cos}\alpha \,\mathrm{cos}\theta-r\mathrm{sin}\alpha\, \mathrm{sin}\theta\\
r\mathrm{cos}\alpha\,\mathrm{sin}\theta+r\mathrm{sin}\alpha \,\mathrm{cos}\theta
\end{pmatrix}
&=\begin{pmatrix}
\mathrm{cos}\theta & \mathrm{-sin}\theta\\
\mathrm{sin}\theta & \mathrm{cos}\theta
\end{pmatrix}\begin{pmatrix}
x\\
y
\end{pmatrix}\\\\&=A\mathbf{x}=T(\mathbf{x})
\end{align*}$$
예제 3) 무한 번 미분가능한 함수 $f:R\rightarrow R$ 의 집합을 $V$ 라고 할 때 $V$가 $R$-벡터공간임을 보여라. $T:V\rightarrow V$ 에 대해 $T(f)=f'$ 인 것이다.
어떤 함수 $g,h\in V$ 와 스칼라 $a\in R$에 대하여
$$T(ag+h)=(ag+h)'=ag'+h'=aT(g)+T(h)$$
가 성립하므로 이는 선형변환입니다. 이 때 $T$는 $D$로 표기하고, '미분연산자(differential operator)'이라 합니다.
예제 4) $R$에서 정의된 모든 연속함수의 집합을 $V=C(R)$ 이라 하자. $a,b\in R\;,\;a<b$ 에 대하여 $T:V\rightarrow R$ 을
$$T(f)=\int_{a}^{b}f(t)dt$$ 라고 하면 이것이 선형임을 보여라.
$$\begin{align*}
T(af+g)&=\int_{a}^{b}\left \{ af(t)+g(t) \right \}dt=a\int_{a}^{b}f(t)dt+\int_{a}^{b}g(t)dt
\\\\&=aT(f)+T(g)
\end{align*}$$
따라서 $T$는 선형이고, 적분연산자(Integral operator)라 하며 $I$로 표기합니다.
[참고문헌]
Linear Algebra : S.Friedberg, A.Insel, L.Spence, 5e, PEAR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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