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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역학(Quantum Physics)/배경, 기초

전자의 간섭 무늬 실험과 파속의 도입(Electron interference experiment, and introduction of wave packet)

by Gosamy 2022. 7.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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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파인만은 양자역학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이 전자의 간섭 무늬 실험에 포함되어 있다고 말하였습니다. 미시세계에선 어떤 물체도 입자성과 파동성을 갖는, 물질의 이중성(duality)이 나타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흑체복사가 지핀 양자역학의 불씨는 광전효과를 타고, 빛의 입자성이 증명되면서 루이 드 브로의 호기심을 자극하게 됩니다. 드브로이는 빛이 이중성을 갖는다면 물질도 이중성을 갖지 않겠냐는 신박한 아이디어를 제공합니다. 이것이 '물질파(Matter wave)'의 개념입니다. 혹자는 드브로이가 숟가락 하나 얹힌 것 아니냐고 비꼬는 언급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역발상이라는 것 역시 창의성에서 비롯되는 것이며 창의성은 수많은 지식과 노력 속에서 꽃피울 수 있는 잠재적 가치이기 때문에 그 아이디어를 폄훼하는 것은 결코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물질파 이론이 옳다는 사실은 데이비스-거머 실험과 톰슨의 전자 회절 실험으로 증명됩니다.

 

다만 오늘은 전자의 간섭무늬 실험이 의미하는 바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이는 일반물리학에서도 소개되지만 양자역학에서 매우 매우 중요한 실험으로, 리처드 파인만은 양자역학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이 전자의 간섭 무늬 실험에 포함되어 있다고 말하였습니다. 이는 곧 미시세계에선 어떤 물체도 입자성과 파동성을 갖는, 물질의 이중성(duality)이 나타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1. 간섭 무늬 실험

 

[그림 1] 토마스 영의 이중 슬릿 실험

 

토마스 영은 1801년 빛의 이중 슬릿 실험을 통해 간섭무늬를 확인하여 빛의 파동성을 명확히 증명하였습니다. 과학에서 증명이라는 것이 수학에서만큼 엄밀하지는 않지만 우선 이론과 실험이 들어맞아 아름답게 자연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면 증명이라는 타이틀을 붙여줄만 합니다. 이중 슬릿 실험은 빛을 쏘고 그것이 적당히 떨어진 두 개의 틈이 있는 벽을 넘어가서 뒤쪽에 간섭 무늬를 만든다는 결과를 보여주었습니다.

 

전자의 간섭무늬 실험은 위 장치에서 빛 대신 전자를 쏘는 실험입니다. 사람들은 전자가 크기는 매우 작지만 어찌되었든 간에 입자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총알을 쏘는 것과 같이, 전자를 쏘면 두 틈이 있는 판 뒤쪽의 벽(스크린)에는 틈의 모양과 동일하게 직선 모양으로 전자 자국이 남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두 줄 자국이 남아야 한다는 것이죠.

 

실제 실험을 해보면, 그와 같은 예상과 달리 전자의 간섭무늬가 발생합니다. 다시 말해 두 줄이 아니라 여러 줄이 나타납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습니다.

 

 

i) 두 틈 중 하나의 틈을 막으면, 간섭무늬는 발생하지 않는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처음에 전자를 마구 쏘았을 때, 왼쪽 틈을 지난 전자도 있고 오른쪽 틈을 지난 전자도 있으며 그들이 전자기적으로 상호작용을 해서 간섭무늬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ii) 전자를 하나씩 끊어서 쏘고, 쏘는 간격 시간을 무한히 늘려도,

결과적으로 쏜 전자의 총 개수가 동일하면 똑같이 간섭무늬가 발생한다.

 

이 말은 총알을 벽에 쏘는데 다다다다 연발하지 않고, 한 발씩 1시간, 또는 1달, 1년 간격으로 쏴도 결과적으로 총 50발을 쐈다면

50발을 연발로 쏘든 점사로 쏘든 한발씩 아주 길게 쏘든 똑같이 간섭무늬가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려볼 수 있겠습니다.

 

 

iii) 전자들 사이의 상호작용에 의해 간섭무늬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전자 자체가 자신과 간섭해서 간섭무늬를 만든다. 즉 전자는 스스로 간섭한다.

 

전자 뿐만 아니라 풀러렌과 같이 무거운 입자(물질)을 쏘아도 똑같이 간섭무늬를 얻습니다. 풀러렌은 탄소 60개로 구성된 복잡한 분자입니다.

 

스스로 자신과의 간섭, 곧 자기간섭이 무슨 뜻인가요? 상상을 할 수 있을까요? 상상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파동이라면 억지로 상상해 볼 수 있는데 전자는 분명 입자입니다. 입자가 스스로 간섭한다는 것이 무슨 뜻일까요? 총체적 난국입니다.

 

과학자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시 빛의 간섭으로 돌아갔습니다. 다행히도 빛의 간섭은 빛의 파동성을 보여주는 것이고 맥스웰 방정식(Maxwell's equation)은 완성되어 있었으므로 전자기파를 파동으로 서술하는 방법은 이미 결판나 있었습니다. 맥스웰 방정식은 선형(linear)이므로 예쁘게 중첩원리(Superpostion principle)을 적용할 수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 간섭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틈 1과 틈 2를 통과한 전자기파에 의한 전기장이 각각 $\mathbf{E}_1(\mathbf{r},t)\;,\;\mathbf{E}_2(\mathbf{r},t)$ 이라면 시간 $t$, 위치 $\mathbf{r}$ 에서 전체 전기장은 그냥 두 전기장을 합하면 됩니다. 선형이기 때문에 단순히 더하면 된다는 중첩원리를 적용한 것입니다. 스크린에 도달한 빛의 세기는 전체 전기장의 합의 제곱인

 

$$\left\{ \mathbf{E}_1(\mathbf{r},t)+\mathbf{E}_2(\mathbf{r},t) \right\}^2$$

 

에 비례합니다. 이 식을 전개했을 때, 발생하는 교차항인

 

$$2\mathbf{E}_1(\mathbf{r},t)\times\mathbf{E}_2(\mathbf{r},t)$$

 

가 간섭의 원인임을 전자기학에서 이미 식을 통해 이론적으로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전자 실험을 보면 전자는 스스로 간섭합니다. 그러니까 $\mathbf{E}_1$ 과 $\mathbf{E}_2$ 둘에 의해서 간섭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자기 홀로 간섭을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일단 이게 입자성은 아니니까, 파동성으로 해결을 해보기 위해서 전자 1개가 광자의 $\mathbf{E}_1$ 에 대응되는, 어떤 파동과 관련된 물리량이 있지 않을까? 라고 가정해 보았고 그렇게 탄생한 것이 우리가 '파동함수(Wave function)'이라고 부르는 양인

 

$$\Psi(\mathbf{r},t)$$

 

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이 파동은 자기 간섭을 하기 때문에 맥스웰 방정식에서와 같이 선형이어야 하고, 중첩원리, 즉 산술적으로 여러 파동함수를 합해서 발생한 파동함수가 중첩의 결과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파동함수 $\Psi$ 가 만족하는 기본적인 방정식이 나중에 등장할 '슈뢰딩거 방정식'이 됩니다. 


2. 입자를 어떻게 파동으로 묘사하는가?

 

일단 전자가 파동성을 보여준다는 사실은 분명히 여러 실험들로 인해 증명되었습니다. 근데 막상 파동함수라는 것을 도입하긴 했지만, 물리적 해석을 할 때 파동으로 어떻게 전자를 기술할 수 있다는 것일까요? 일단 양자역학을 다 공부하고 나서도 전자가 (점)입자라는 사실은 틀림 없습니다. 전자가 완전한 파동인 것은 아니고 점입자인 것은 사실인데, 우리가 흔히 고전역학에서 생각하는 상식에 부합하는 입자는 아니기 때문에 파동성을 띤다는 사실로부터 파동함수로 묘사를 하는 것일 뿐입니다.

 

눈높이를 낮추어서 비유를 하나 해봅시다. 전자가 전자총에서 쏴진 뒤 틈을 향해 달려나가고 있다고 해봅시다. 그러면 전자가 가진 그 파동성이라는 속성이, 파동처럼 공간을 달려나간다고 가정했을 때, 그 파동은 전자와 가까울수록 잘 발달되지 않을까요? 예를 들어 제가 제 집에서 전자를 쐈으면 이 전자와 가까울수록 전자에 의한 파동을 관측하기 쉬울 것이니, 제 집 근처에선 전자 파동을 느끼거나 보기 쉽겠으나 저 멀리 떨어진 뒷산에서 이 전자에 의한 파동을 관측하긴 어려울 것입니다. 즉, 전자에 의한 파동 효과를 파동함수로 기술했을 때, 일단 이 파동은 일단 전자에 가까울수록 어떤 효과가 크게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파속'의 개념을 도입합니다. 전자가 이동하는 것을 입자로 생각해서 위치와 운동량을 표기할 것이 아니라, 파속(wave packet)이 이동하는 것으로 고려하겠다는 뜻입니다. 그냥 기본적인 $\sin$ 이나 $\cos$ 은 $x$ 값에 관계 없이 파형이 똑같습니다. 그러면 모든 지점에서 파형이 똑같으니 전자가 있는 지점일수록 거대한 파형이 나타날 것이라는 현실적인 예측과 전혀 부합하지 않지요. 그러니까 파속을 도입하는 까닭은,

 

1) 전자를 입자처럼 기술할 수가 없다. 즉 전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재서 날아가는 공이나 대포처럼 물리적 해석을 할 수 없다.
2) 그런데 전자는 파동성을 보여준다. 명백히 실험으로 증명되었다.
3) 따라서 파동에 관련된 물리량인 파동함수를 도입해서 전자를 기술하려고 한다.
4) 그런데 파동이라는 것은 파동을 만들어내는 주체와 가까울수록 그 효과가 크지 않는가? 그러니까 전자의 영향(전자의 위치나 속도 등)과 관련된 물리량을 사용할 때 파속의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 즉 파속이 존재하는 곳은 다른 지역에 비해 파동의 효과가 큰 것이며 이 근방에 전자가 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겠다.

 

대략적으로 이러한 과정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시면 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 즉 파속이 있는 장소에 전자가 있을 것이라는 가정은 파속의 시간에 따른 변화(Evolution of wave packet over time)을 보면 무참히 깨집니다. 시간에 따라 파속의 진폭은 감소하고 양 옆으로 퍼지기 때문에 파속을 입자로 해석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그래서 슈뢰딩거 방정식이 필요한 것이죠.

 

근데 사실 파동도 아닌 놈을 파동함수로 기술한다는게 여전히 엉성해 보이지요. 그래도 어쨌든 전자가 파동성을 보여주기는 하니까 일단 어거지로 파동함수라는 물리량을 만들어 보기는 했는데, 정확히 파동함수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일까요? 그에 대한 해석은 당시 굉장히 많았고 당대의 물리학자들이 솔베이 회의에 모여서 떠들어 재꼈습니다. 그 중 가장 표준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해석이 막스 보른의 주장으로, '보른 해석(Born interpretation)'이라 불립니다. 이 해석 방법은 '코펜하겐 해석(Copenhagen interpretation)'의 영역입니다. 코펜하겐 해석이 최선의 설명인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지만, 일단 코펜하겐 해석이 현재까지 양자역학적 현상을 설명하는데는 꾿꾿히 오류 없이 견뎌내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교과서는 이 관점을 채택합니다. 이 내용은 파동함수를 소개하는 추후 글에서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참고문헌]

University Physics with Modern Physics, Pearson, Hugh D. Young, Roger A. Freed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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