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적분학에서 가장 중요한 세 파트를 뽑으라고 한다면 1) 테일러 급수, 2) 스토크스 정리 그리고 3) 발산 정리입니다. 테일러 급수는 모든 수학에서(그리고 수학과에서도) 중요하고, 스토크스 정리와 발산 정리는 수학적으로도 중요하긴 하지만 무엇보다도 공학과 물리학에서 자연현상을 기술할 때 밥 먹듯이 사용하는 근사한 도구입니다. 당장 맥스웰 방정식만 보아도 발산과 회전으로 점철되어 있고, 유체역학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런데, 미적분학에서 가장 이해하기 난해한 단원을 뽑으라고 하면 저는 엡실론-델타 논법을 뽑을 것 같습니다. 일단, 엡실론-델타 논법을 처음 마주했을 때 풀이나 개념이 거의 외계어처럼 보이게 됩니다. 결국 앵무새처럼 해설지와 풀이방식을 외워버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여름 방학이 지나면 두뇌 속에서 모든 지식이 증발하는 경험을 겪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학생들은 엡실론-델타 논법을 미적분학1을 수강한 이후에 돌이킬 이유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솔직히 말해 수학과가 아닌 학생에게는 엡실론-델타 논법이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수학과 학생들에게도 1학년 1학기때 엄청나게 중요하다고 보기는 어려울 듯 합니다. 수학을 전공하는 입장에서는 어차피 이후에 해석학을 공부할 때 등장하며, 그렇기에 어떻게 보면 언젠가는 꼭 이해해야만 하는 관문인 것이 맞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를 제외한 공학도나 물리학도가 엡실론-델타 논법을 잘고 단단히 씹어 소화시킬 필요성에 대해 묻는다면 절대 그렇지 않다고 확신할 수 있습니다. 엡실론-델타 논법은 수학의 응용이 아니라 순수 추상적 논리를 통해 이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즉 '진짜 수학'입니다.
이렇게 미적분학을 공부하는 공학 계열, (수학과가 아닌) 자연 계열, 상경 계열의 대다수 학생들은 엡실론-델타 논법이 그 자체로 복잡하고 소화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왜' 배우는지 그 필요성과 의의를 뼈저리게 느끼는 것이 불가능한 상태로 학습을 하기 때문에, 대충 훑고 넘어가기 마련입니다. 고학년이 되어서 다시 쓸 일도 전무하죠. 더욱이, 이 엡실론-델타 논법이 미적분학 거의 초반부에 등장하니 학생들은 멘붕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어떤 수학적 개념이 그렇듯이, 반복을 통해서 그럭 저럭 패턴만 익히면 시험 문제를 푸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그래왔듯이 이 곳에서는 엡실론-델타 논법의 의의를 면밀하고 심도있게 분석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함수의 극한, 그리고 수열의 극한(에서는 엡실론-N 논법이라고 합니다)을 정의할 때 등장한 이 테크닉에는 사실 미적분학 수준으로 전부 다 설명하기에는 길고 복잡한 역사와 수학적 배경이 있으며 실제 이 글의 카테고리도 해석학이기는 하지만, 해석학에서의 엡실론-델타 논법은 미적분학 수준에서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따라서 미적분학 학습 시에도 이 글이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단언컨대 이 글이 한국어로 작성된 글 중 엡실론-델타 논법의 개념을 가장 잘 설명할 것이라 믿습니다. 여기 적은 모든 방법은 제가 몇년간 독학해서 알아낸 것이기에 수많은 친구들이, 후배들이, 선배들이 했었던 고민들이 분명 빠짐없이 녹아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차근차근 따라가 봅시다.
1. 개요 : 센트럴 도그마 1
우선, 제가 적은 대다수의 다른 글에서는 A부터 Z까지 순서대로 글을 진행해왔으나, 가슴이 답답한 수많은 학생들이 있을 것 같아 두괄식으로 약간 먼저 지르고 가겠습니다. 앞으로 여러분이 보실 모든 엡실론-델타 논법 문제에서, 다음의 사실들부터 똑바로 인지하고 문제든 개념이든 접근한다면 상당한 부담감과 오개념을 고쳐 나갈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다음의 센트럴 도그마를 봅시다.
명제($C.D$) 1.1)
1) 고등학교 수학에서 함수의 극한은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 "함수 $f(x)$ 에서 $x$ 의 값이 $a$ 가 아니면서 $a$ 에 한없이 가까워질 때, $f(x)$ 의 값이 일정한 값 $L$ 에 한없이 가까워지면 함수 $f(x)$ 는 $L$ 에 수렴한다"라고 정의한다. 2
2) $\varepsilon -\delta$ 논법에서 다음의 설명을 반드시 기억한다.
① $\varepsilon -\delta$ 논법은 극한값의 존재성을 증명하기 위한 도구이지, 극한값 $L$ 을 찾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극한값 $L$ 이 무엇일지는 풀이자가 이미 아는 상태여야 한다. 그러니까 $L$ 을 모르면 일단 $L$ 부터 찾고 엡실론-델타 논법을 진행해야 한다. 이 말은 곧 주어진 극한값이 존재, 즉 수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극한값이 발산해서 존재하지 않는 경우 엡실론-델타 논법을 쓰는 것이 아니다. 3
② $\varepsilon -\delta$ 논법에서 $\varepsilon$ 은 문제에서 "주는(given)" 것이지, 내가(풀이자가) 정하는 것이 아니다. 만일 정확히 명시적으로 $\varepsilon$ 의 값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임의의, 그 어떤, 다시 말해 모든 $\varepsilon$ 값이 "주어질(given)"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③ $\varepsilon -\delta$ 논법에서 우리의 목표, 즉 증명을 끝내기 위해서는 $\delta$ 를 찾아야 한다. 이때 $\delta$ 는 반드시 $\varepsilon$ 에 종속적이다. 즉, $\delta = \delta(\varepsilon)$ 곧 $\delta$ 는 $\varepsilon$ 에 대한 함수이다.
엡실론-델타 논법을 처음 공부하는 학습자는 대부분 이러한 중요한 사실을 간과하거나 정의로부터 바로 이해하는 능력이 부족할 수 밖에 없습니다. 교과서에서는 이러한 핵심 개념을 따로 강조하기 어렵고, 왜 이 논법이 사용되는지 또한 구체적으로 서술하지 않는 편이기 때문입니다. 하나 하나 천천히 설명하겠습니다.
1) 고등학교에서 함수의 극한에 대한 개념은 부가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2)에서, ①은 정말 중요합니다. 엡델 논법은 절대로 극한값 $L$ 을 '찾는' 방법이 아닙니다! 이미 $L$ 을 알고 있다고 했을 때 왜 $L$ 이 아닌 값이 될 수 없고 반드시 $L$ 인지를 논리적으로 엄밀히 검증하는 증명 도구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여러분들은 주어진 극한을 엡델로 증명할 때, 극한값 $L$ 이 무엇인지 이미 다 찾아 두고 증명을 시작해야만 합니다.
② 도 미친듯이 중요합니다. 엡델 논법의 과정은 이렇습니다. 어떤 극한 $\displaystyle \lim_{x \to a} f(x)=L$ 이 있다고 해봅시다. 어떤 영희라는 학생이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는 것입니다.
$x$ 가 한없이 $a$ 에 가까워질 때, 진짜 $f(x)$ 는 $L$ 에 가까워진다고? 이렇게 언어적으로 '한없이', '가까워진다'는 것이 도대체 어떤 뜻이지? 즉 수학적으로 '한없이'의 기준이 얼마만큼이고, '가까워진다'의 기준은 뭐야? 얼마나 가까워야 '한없이 가까워지는' 것이지?
이러한 질문에 엄밀하게 대답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엡델 논법이라는 도구를 사용하는 것이라는 뜻입니다. 이때 영희는 앞으로 여러분한테 무자비하게 무수히 많은, 즉 임의의 $\varepsilon$ 을 던져준다는 상황을 상정해 봅시다. 그러면 여러분은 앞으로 그 받은 $\varepsilon$ 또한 굴복시킬 수 있는 강력한 $\delta$ 를 제공해야만 증명을 완료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어떤 문제에서는 하나의 $\varepsilon$ 만 줄 수 있고, 그때는 그 하나의 $\varepsilon$ 을 밟아버릴 $\delta$ 만 찾으면 끝납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varepsilon$ 는 무수히 많이 주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어떤 $\varepsilon$ 이 제공되더라도 맞받아칠 $\delta$ 를 찾는 것이 목적입니다. 따라서 보통 일반적인 엡델 문제에서는 $\delta$ 가 주어진 $\varepsilon$ 에 대해 반격할 수 있어야 하므로 $\delta = \delta(\varepsilon)$ 가 된다는 것입니다. 이 맥락에서 ③도 같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게 엡실론-델타 논법의 기초, 기본입니다. 이를 명확히 숙지하였다면, 이제 본격적인 정의를 소개하고 담론을 이어가 보겠습니다.
2. 엄밀한 정의
정의($R.A$) 3-1) 함수의 극한의 엄밀한 정의, 엡실론-델타 논법
$I$ 를 $a\in\mathbb{R}$ 를 포함하는 어떤 하나의 실수의 부분집합인 열린구간이라고 하자. 그리고 $f$ 를 열린구간 $I$ 에서 정의된 함수라고 하자. 다시 말해 함수 $f:X\longrightarrow Y$ 에서 정의역과 공역 $X,Y$ 가 열린구간 $I$ 의 부분집합이라는 것이다. 이때, $f(a)$ 의 값은 존재할 수도 있고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4 5
이때 함수 $f(x)$ 가 '$x\longrightarrow a$ 로 한없이 가까워질 때 $L$ 로 수렴한다'는 것은, 다음의 명제와 필요충분조건이다. 즉,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임의의 주어진 실수 $\varepsilon >0$ 에 대하여 반드시, 언제나 실수 $\delta >0$ 를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때 이 $\delta$ 의 정체는 다음의 식을 만족하는 값이어야만 한다 :
$$0 < \left| x-a \right|<\delta \;\Longrightarrow \; \left| f(x)-L \right|<\varepsilon$$ 이 조건들이 모두 만족될 때, 우리는 $\displaystyle \lim_{x \to a} f(x)=L $ 라고 표현하고 말로는 '$x$ 가 $a$ 로 접근할 때 $f(x)$ 의 극한이 $L$ 이다'라고 표현한다.
정리($R.A$) 3.1) 조금 더 쉽게 바꿔볼까?
결국 위의 정의에서 $\displaystyle \lim_{x \to a}f(x) =L$ 라는 것은, 아래의 [그림 2]를 참고할 때 $f(x)$다음의 명제와 필요충분조건이다.
$x\neq a$ 이고 $a-\delta < x < a+\delta$ ($\Leftrightarrow 0 < \left| x-a \right|<\delta$) 에 속하는 임의의 $x$ 에 대하여, 즉 이 $x$ 에 대하여 함숫값 $f(x)$ 는
$$\left\{ y=f(x)\in Y \mid f(a-\delta)\leq y \leq f(a+\delta) \right\}\subseteq
\left\{ y\in Y \mid L-\varepsilon \leq y \leq L+\varepsilon \right\}$$ 를 만족하는 것이다.
단, $f(x)$ 가 연속이 아닐 수 있으니, 기본적으로 이 명제에서 $f(a)$ 가 존재하지 않을 수 있음에 주의하자. 그래서 아래 [그림 2]는 일단 전형적인 상황을 하나의 예시로 만들어서 보여주는 것이고, $f(a)$가 존재하지 않도록(구멍)그리기는 했다.
일단 정의는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에 정의에 해당하는 노란색 박스 내용을 읽고 이해해봅시다. 그렇다면 대다수의 학생들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합니다. 하나씩 모두 파헤쳐 설명할 겁니다.
논의 1) $0 < \left| x-a \right|<\delta \;\Longrightarrow \; \left| f(x)-L \right|<\varepsilon$ 식의 의미가 너무 복잡합니다. 무슨 뜻인가요?
자, 일단 여러분에게 출제자가 어떤 $\varepsilon > 0$ 을 던져주었다고 해봅시다. 마치 야구에서 투수가 던지는 공이 $\varepsilon$ 인 것입니다. 여러분은 그를 맞받아칠 방망이를 가지고 있고 공을 쳐내는 것이 목표라고 했을 때 공을 친다는 것의 개념이 적절한 $\delta$ 를 제공한다는 것과 같습니다. 이때 $\delta$ 는 $0 < \left| x-a \right|<\delta \;\Longrightarrow \; \left| f(x)-L \right|<\varepsilon$ 를 만족해야 한다는 것인데, 절댓값 기호 때문에 복잡해 보입니다. 풀어제끼면 이는 조건문 형태입니다. 조건문의 참과 거짓에 관해서는 제가 글로도, 영상으로도 찍어둔 적이 있으니 간단히 참고해보시고, 일단 조건문을 어쨌든 모르는 학생은 거의 없을 테니 가정부와 결론부를 나눠서 보겠습니다. 가정부는,
$$a-\delta < x< a+\delta \;\; \text{and} \;\; x\neq a$$
라는 뜻입니다. 수학은 언제나 더 짧고 간결한 식을 추구합니다. 즉 위 식이 길어서 쓰기가 귀찮으니까 그냥 $0 < \left| x-a \right|<\delta$ 라고 쓰는 것이죠. $0 < \left| x-a \right|<\delta$ 라는 양방향 부등식에서, 오른쪽 부등식의 관계 즉 $ \left| x-a \right|<\delta$ 만 볼까요? 이걸 풀어 제끼면 $a-\delta < x< a+\delta$ 이게 나옵니다. 다시, 양방향 부등식에서 왼쪽 부등식의 관계 즉 $0 < \left| x-a \right|$ 를 풀어 제끼면, $x\neq a$ 라는 뜻이 나옵니다.
왜 $x\neq a$ 가 되어야 하는지는 제가 곧이어 설명할 겁니다. 참고로 위 정의에서 만일 $x\neq a$ 조건만 사라지면, 연속의 엄밀한 정의가 됩니다. 이건 추후에 다룰 것이니 일단 신경 쓰지 맙시다. 그리고, 동일한 논리로, 조건문의 결론부는
$$L-\varepsilon < f(x ) < L+\varepsilon $$
라는 뜻입니다. $f(x)$ 가 $L$ 에서 좌우로 $\varepsilon$ 범위만큼 떨어진 영역 내에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논의 2) 그렇다면 왜 $x\neq a$ 가 되어야 하는가?
이 조건은 상술했듯이 $x\neq a$ 임을 뜻합니다. 이 조건이 있는 이유는, 다음과 같이 흔히 '빵꾸' 즉
처럼 극한값과 함숫값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에도 극한의 정의는 유효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만일 $x\neq a$ 라는 조건이 없으면, 그 자체로 $x=a$ '일수도' 있다는 뜻이 됩니다. 정의는 엄밀하게 해야 하는데, 이렇게 $x=a$ 일 가능성을 제외하지 않으면 $x=a$ 일때야만 극한값이 존재할 수 있다는 뉘앙스가 되버립니다. 따라서 일단 정의를 할 때는 $f(a)$ 을 고려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이미 여러분들은 고등학생 때 연속의 개념이 $\displaystyle \lim_{x \to a} f(x)=L=f(a)$ 임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연속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극한만 따지겠다는 겁니다. 따라서 우리가 다루는 $f(x)$ 는 연속이면 $\displaystyle \lim_{x \to a} f(x)=L=f(a)$ 이겠지만 연속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겁니다. 그러니 좀 더 평범하고 일반적인 상황부터 따지기 위해 $x\neq a$ 조건을 추가해서 굳이 연속이 아니라는 상황을 들여다 보겠다는 겁니다.
논의 3) 엡실론-델타 논법이 왜 필요하고, 왜 저 따위로 정의를 할까?
일단 정의의 뜻부터 꼼꼼히 살펴봅시다. $\displaystyle \lim_{x \to a} f(x)=L$ 를 보인다는 것은, $x$ 가 $a$ 로 한없이 가까워질 때 극한값이 반드시 $L$, 곧 $f(x)$ 는 $L$ 로 한없이 가까워진다는 것을 엄밀하게 증명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엄밀하게' 하려면, $x$ 의 값이 $a$ 로 다가가는 모든 상황을 따져보면 됩니다.
예를 들어 $\displaystyle \lim_{x \to 3} 6x=18$ 을 생각해 봅시다. 이 명제가 의미하는 것은 $x$ 를 $3$ 에 그 어떤 정도로 끌어 당기더라도 $6x$ 는 $18$에 가까워져야만 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면 흔히 노가다로 다음을 보여야 합니다.
i) 왼쪽 방향에서 $x$ 를 $a=3$ 로 끌어 당기기 :
$x=3-100$ 일 때, $6x$ 는 $18$ 에 '어떤 적당한 수준(= 수준 1이라고 하면)'으로 가까워져야 함.
그 다음, $x=3-40$ 일때 $6x$ 는 $18$ 에 또 어떤 수준(= 수준 2라고 하면)으로 가까워져야 함. 이때, $x=3-40$ 는 $x=3-100$ 일 때보다는 훨씬 더 $3$ 에 가깝기 때문에, 위의 수준 1보다 더 $18$ 에 가까워져야 함. 다시 말해, 수준 1이 $18$ 에 가까운 정도보다 수준 2가 $18$ 에 가까운 정도가 더 심해야 한다는 뜻.
계속해서 노가다를 해본다. $x=3-10$ 일 때 $6x$ 가 $18$ 에 가까워지는 수준을 수준 3이라고 하자. 그러면 수준 3은 수준 1,2에 비해 더욱더 $18$ 에 $6x$ 가 가까워져야 한다.
무한히 노가다를 반복한다. 즉 $x=3-0.1$, $x=3-0.01$, $x=3-0.001\;\;\cdots$ 이렇게 계속 확인을 하면서, 각각의 경우에 $6x$ 가 $18$ 에 가까워지는 정도를 각각 수준 4, 5, 6, $\cdots$ 라고 하면 가까워지는 정도는 수준 4 < 수준 5 < 수준 6 < $\cdots$ 가 되어야 한다는 뜻.
사실 이게 좌극한의 개념이다. 다시 말해 원칙적으로는 '한없이 가까워진다'를 증명하려면 내가 $x$ 를 $a$ 의 왼쪽에서 $a=3$ 로 끌어당길때, 많이 끌어당길수록, $6x$ 는 계속해서 $18$ 에 이전 상황보다 더욱 가까워진다는 것을 보여야 함을 뜻한다.
ii) 오른쪽 방향에서 $x$ 를 $a=3$ 으로 끌어 당기기 : 위의 과정과 동일하다. 그냥 단지 $x=3+100$, $x=3+40$, $x=3+10$, $x=3+0.1$, $x=3+0.01\;\cdots$ 이런 식으로 점점 더 $3$ 으로 $x$ 를 오른쪽에서 끌어당길수록 $6x$ 역시 $18$ 의 오른쪽에서 $18$ 에 더욱더 밀착해야만 한다는 뜻이다. 7
만일 극한을 따질 때, i) 만 성립하면 좌극한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ii)만 성립하면 우극한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i)+ii) 가 모두 성립하면, 극한값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우리의 인생은 유한하니 노가다를 무한히 반복하다가는 꼬부랑 할머니 할아버지가 될 것이 뻔하죠. 그러니 이제 $x$ 를 $a$ 로 끌어당기는 정도를 $\delta$ 라고 할 것이고, 그 결과 $f(x)$ 가 $L$ 에 가까워지는 정도를 $\varepsilon$ 이라 적겠다는 겁니다.
그러면 이제 영희가 질문을 던집니다.
"$f(x)$ 가 $L$ 에 임의의 $\varepsilon$ 만큼 다가갈 때, 너는 그에 상응하는 $\delta$ 를 던져 내게 보여줄 수 있어?"
이 질문에 '네'라고 정확히 대답한다는 것은, 곧
응, 당연하지. 너가 임의의 실수 $\varepsilon >0$ 를 주더라도, 나는 언제나
$$0 < \left| x-a \right|<\delta \;\Longrightarrow \; \left| f(x)-L \right|<\varepsilon$$
를 만족하는 $\delta$ 를 너에게 보여줄 수 있어.
라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 내가 $\delta >0 $ 를 주면(= 나의 $\delta$ 가 $0 < \left| x-a \right|<\delta$ 를 만족하면), 니가 준 $\varepsilon$ 은 $f(x)$ 에 한없이 가까워진다(= $\left| f(x)-L \right|<\varepsilon $) 는 것이죠. 이말은 즉슨 [그림 2]에서 노란색이 $y=f(x)$ 를 타고 올라가 만든 파란색 영역이, 분홍색 영역의 부분집합이 되어야 함을 뜻합니다. 이것이 '한없이 가까워진다'를 수학적으로 엄밀하게 보일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에, 극한의 엄밀한 정의를 위해서 엡실론-델타 논법을 사용하면 된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이 그림에서 보면, 영희가 던진 $\varepsilon$ 값에 의해 제한되는 $y=f(x)$ 의 범위가 분홍색입니다. 우리는 이 분홍색에 있는 그 어떠한 값 $f(x)$ 도, $L-\varepsilon < f(x) < L+\varepsilon$ 에 속하도록 만드는 $\delta$ 를 정해야 하므로, 내가 적절하게 $\delta$ 를 찾았을 때 생기는 노란색 범위의 정의역에서 $f:X\longrightarrow Y$ 를 타고 올라가 발생하는 파란색 범위가 분홍색 집합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영희가 던진 $\varepsilon$ 범위 내에서 만들어지는 분홍색 안에 파란색이 포함되니 공격에 대한 방어에 성공한 셈이죠. 주의할 것은 $0 < \left| x-a \right|$ 여야 하므로 노란색 범위에서 $x=a$ 를 제외해야 합니다. 이렇게 집합 관계로 따지면 훨씬 이해하기 쉽지 않을까 싶습니다. 8
여기까지의 내용을 70~80% 정도로 이해했다면 거의 끝났습니다. 나머지 이해가 될랑, 말랑한 찝찝함이 남아 있다면 아래의 예제들을 통해 보충하였을 때 정복했다는 느낌이 들 것입니다. 수학은 언제나 몇가지 문제를 풀면서 개념을 적용하는 과정이 필요하죠. 예제를 풀건데, 일단, 앞으로 등장하는 모든 엡실론-델타 논법은 다음의 과정으로 풀면 된다는 "실전 수칙"을 먼저 소개하겠습니다.
3. 실전수칙과 문제풀이
명제($C.D$) 1.2) 엡실론-델타 논법의 풀이에 관한 실전 수칙
① $\varepsilon$ 의 값이 하나의 값으로 주어져 있는지를 먼저 확인한다. 주어져 있지 않는 대다수의 경우, 임의의 $\varepsilon$ 이 주어졌다고 생각한다. 9
② 풀이방식과 사고방식은 역순이다 : 답안지를 쓰는 방향과 그 답안지를 쓰기 위한 사고의 방식은 반대 방향이다. 즉, 풀이의 첫 단계에서는 $\varepsilon$ 에 관한 식을 먼저 분석해야 하고, 그 결과 $\delta$ 를 무엇으로 잡아야 할지를 얻을 수 있다. 이를 통해 $\delta$ 가 $\varepsilon$ 에 대한 어떤 관계가 되는지를 먼저 찾는다.
③ 이제 모범답안을 적는다 : 모범답안의 첫 문구는 '$\delta$ 를 $\varepsilon$ 에 대한 식으로 잡는다'가 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delta = 4\varepsilon$ 으로 잡자' 등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위 ②번 단계에서 진행한 사고 방식을 역순으로 적어 답안을 완성한다.
④ $\delta$ 는 작게 잡을수록 좋다 : 파란색 영역이 분홍색 영역에 포함되어야 하니, $\delta$ 는 작게 잡을수록 좋다. 그러니, 어떤 문제에서 예컨대 $\delta=4\varepsilon$ 으로 잡으면 증명이 되는 경우에 꼭 $\delta=4\varepsilon$ 으로만 잡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0< \delta \leq 4\varepsilon$ 로 잡아도 된다는 것이다.
이 박스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래 예제를 직접 몇 번 풀어보면 됩니다. 같이 풀어봅시다.
예제 1) $\displaystyle \lim_{x \to 3} (2x+1)=7$ 임을 엡실론-델타 논법으로 엄밀하게 보이고 싶다. 이때 $\varepsilon = 0.01$ 로 주어졌다. $\delta$ 를 잡아라.
Anlayzing) 이 말은 함수 $2x+1$ 의 극한값이 $7$ 이므로, $7-0.01 < f(x) < 7+0.01$ 에 속하는 치역의 범위에 대응되는 정의역에서 $3-\delta < x < 3+\delta$ 를 만족하는 $\delta$ 를 찾을 수 있냐는 것입니다. 일단 명심해야 할 것이, 엡실론-델타 논법을 풀려면 제가 센트럴 도그마의 ①에서 언급했듯이 극한값이 $7$ 로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주어진 극한이 수렴한다는 사실 + 극한값이 $7$ 이라는 사실을 모두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발산하면 엡실론-델타 논법을 쓸 이유가 전혀 없고, 극한값이 $7$ 임을 파악하지 못해도 엡실론-델타 논법을 쓸 수 없습니다.
자, 그러면 다음과 같은 과정을 통해 풀이를 진행합니다.
$$\begin{align*}
L-\varepsilon < f(x ) < L+\varepsilon \; &\Longleftrightarrow \; \left| f(x)-L \right|<\varepsilon
\\\\&\Longleftrightarrow \; \left| (2x+1)-7 \right|<0.01
\\\\&\Longleftrightarrow \; 2\left| x-3 \right|<0.01
\\\\&\Longleftrightarrow \; \left| x-3 \right|<\frac{0.01}{2}
\end{align*}$$
답이 나왔네요. 마지막의 $\displaystyle\frac{0.01}{2}=\delta=\displaystyle\frac{\varepsilon}{2}$ 로 잡으면 됩니다. 지금 위 식의 모든 과정이 필요충분조건이니, 거꾸로 적으면 됩니다. 이때 논의 2)에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반드시 $0<$ 부분을 써야 합니다!
$$\begin{align*}
(0< \; )\left| x-3 \right|<\frac{0.01}{2}=\frac{\varepsilon}{2}=\delta\; &\Longleftrightarrow \; 2\left| x-3 \right|<0.01
\\\\&\Longleftrightarrow \; 0< \left| (2x+1)-7 \right|<0.01
\\\\&\Longleftrightarrow \; 0< \left| f(x)-L \right|<\varepsilon = 0.01
\\\\&\Longleftrightarrow \; 7-0.01=L-\varepsilon < f(x ) < L+\varepsilon = 7+0.01
\end{align*}$$
입니다.
실제로 여러분이 답안지를 쓸 때는 $\delta=\displaystyle\frac{\varepsilon}{2}$ 라 잡은 뒤에 아래의 과정처럼 써야 합니다. 왜냐하면 정의에 따라 $0 < \left| x-a \right|<\delta \;\Longrightarrow \; \left| f(x)-L \right|<\varepsilon $ 를 보여야 하므로, $\delta$ 에 관한 식에서 시작해서 $\varepsilon$ 에 관한 식으로 끝나야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이 모범답안을 쓰려면 거꾸로, 즉 반대 방향으로 풀이를 해봐야 합니다. 그래서 엡실론-델타 논법에서 $\delta$ 를 찾을 때는 주어진 $\varepsilon$ 부터 고려를 해야 하므로 모범답안의 답안 순서와 사고의 순서가 정반대가 됩니다.
이 풀이를 정리하면, 결국 영희가 임의의 $\varepsilon >0$ 을 제시하더라도, $\delta = \displaystyle\frac{\varepsilon}{2}$ 로 잡으면 영희의 공격에 언제나 방어가 성립한다는 뜻입니다. 예컨데 $\varepsilon = 0.04$ 로 주면 $\delta = 0.02$ 로 받아쳐주면 그만입니다. 이 문제는 너무 쉬워서 모범답안을 적지 않겠습니다.(아래 두 번째 예제를 보고 스스로 연습해보시면 좋을 듯 합니다)
예제 2) 극한의 정의(엡실론-델타 논법)을 사용하여 $\displaystyle \lim_{x \to 3} (3x+5)=14$ 임을 보여라.
Analyzing) $\varepsilon$ 이 어떤 값이라고 특정하지 않았으므로 임의의 값으로 주어질 수 있음을 가정합시다. 따라서 임의의 $\varepsilon > 0$ 이 주어졌을 때 $0 < \left| x-3 \right|<\delta \;\Longrightarrow \; \left| (3x+5)-14 \right|<\varepsilon $ 가 성립하는 $\delta=\delta(\varepsilon)$ 을 찾으면 됩니다.
미적분학 수준에서는 어려운 테크닉을 쓰지 못하기 때문에, 사실상 $\left| (3x+5)-14 \right|<\varepsilon$ 이라는 결론부(뒷부분)을 열심히 조지다 보면 가정부(앞부분) $0 < \left| x-3 \right|<\delta$ 이 뿅 튀어나오게 되있습니다. 고난도 테크닉은 해석학에서 몇가지 배우게 되는데, 집합론이나 수열의 극한에서 쓰는 유계의 개념이나, 아르키메데스 성질 같은 것을 써야 합니다. 근데 아르키메데스 성질을 설명하는 미적분학 교과서는 전무하기 때문에 그냥 이러한 간단한 예제를 몇번만 조져도 성적에는 문제가 없을 겁니다. 10
분석해보면,
$$\begin{align*}
\left| (3x+5)-14 \right|< \varepsilon \; &\Longleftrightarrow \; \left| 3x-9 \right|<\varepsilon
\\\\&\Longleftrightarrow \; 3\left| x-3 \right|<\varepsilon
\\\\&\Longleftrightarrow \; \left| x-3 \right|<\frac{\varepsilon }{3}
\end{align*}$$
따라서 $\delta=\displaystyle\frac{\varepsilon}{3}$ 으로 잡으면 됩니다. 이렇게 잡고 풀이를 쓰면 됩니다. 모범답안을 쓰면 다음과 같이 쓰면 됩니다.
Sol) $\delta=\displaystyle\frac{\varepsilon}{3}$ 으로 택하자(Choose). 그러면 임의의 주어진 $\varepsilon >0$ 에 대하여 $\delta=\displaystyle\frac{\varepsilon}{3}$ 이 존재하여, $0 < \left| x-a \right|<\frac{\varepsilon}{3}$ 이면
$$\left| (3x+5)-14 \right|=\left| 3x-9 \right|=3\left| x-3 \right|<3\delta=\varepsilon$$
이 성립한다.$_\blacksquare$
이렇게 답안을 쓸 때는 깔끔하고 간결하게 필요한 것만 적어야 합니다.
예제 3) [고난도] $\displaystyle \lim_{x \to 1} (-x^2+3x+5)=7$ 을 증명하여라.
Analyzing) 임의의 $\varepsilon > 0$ 에 대하여 $0 < \left| x-1\right|<\delta$ 이면 $\left|(-x^2+3x+5)-7 \right|<\varepsilon$ 을 만족하는 $\delta > 0$ 을 구해야 합니다. 일단 인수분해를 해주면 $\left| x-1 \right|\left| x-2 \right|$ 가 되고, 다시 $\left| x-1\right|<\delta $ 라는 사실을 이용해주면
$$\left| x-1 \right|\left| x-2 \right|< \delta \left| x-2 \right|$$
까지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left| x-1 \right|\left| x-2 \right|< \delta \left| x-2 \right| = \varepsilon$ 이라고 적고 $\delta=\displaystyle \frac{\varepsilon}{\left| x-2 \right|}$ 라고 적을 수 없습니다. 우선 $\delta$ 는 주어진 $\varepsilon$ 에 따라 정해지는 $\delta=\delta (\varepsilon)$ 이여야 하는데 $x$ 에 관한 식을 들고 있다면 $x$ 값에 의해서도 변화하는 값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varepsilon$ 에 따라서 결정되지 않게 되버리기 때문이죠.
따라서 다른 테크닉을 써야 합니다. 우선, $\delta \leq 1$ 이라고 가정할 겁니다. 왜 이렇게 가정을 하고, 이 방법이 어떻게 타당할 수 있는지는 나중에 설명드리겠습니다. 그러면 그때 파란색 범위가 어떻게 되는지를 고려해보려고 합니다. 파란색을 찾으려면 노란색부터 알아야겠죠? $0< \delta\leq 1$ 인 경우에 노란색 정의역은
$$0 < \left| x-1 \right|<\delta\leq 1 \; \Longrightarrow \; 0 < x < 2 \;\;(x\neq 1)$$
이 됩니다. 따라서 $\left| x-2 \right| <2$ 로 쓸 수 있게 됩니다. 그러면
$$\left|(-x^2+3x+5)-7 \right|=\left| x-1 \right|\left| x-2 \right|< \delta \left| x-2 \right|
<2\delta = \varepsilon$$
다시 말해, $\delta=\displaystyle\frac{\varepsilon}{2}$ 로 잡아주면 증명을 할 수 있습니다. 정확히는, $\delta = \min \left\{ 1,\displaystyle \frac{\varepsilon}{2} \right\}$ 로 잡아야 합니다. 이 $\min$ 라는 기호는 중괄호 안에 든 값 중 더 작은값(최솟값, minimum)을 택한다는 뜻입니다.
아마 대다수의 독자분이 가지고 계신 교과서에서 이렇게 풀이할 겁니다. 그럼 당연히 여러분은 의구심을 가져야 합니다. 과연 이게 올바른 증명일까요?
의심 1) $\delta \leq 1$ 이라 가정했는데, $\delta > 1 $ 이면 안되냐?
우리가 이런 작업을 하는 목적은 $\delta=\displaystyle \frac{\varepsilon}{\left| x-2 \right|}$ 에서 막혔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떤 $1$ 이라는 경계를 잡게 되면, 이 작업을 통해서 $\delta=\displaystyle \frac{\varepsilon}{\left| x-2 \right|}$ 라고 쓰지 않고 $\left| x-2 \right|<2$ 의 부등식을 활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근데 만일 $\delta > 1$ 이라는 '크다' 부등식을 쓰게 되는 경우,
$$0 < \left| x-1 \right|<\delta\leq 1 \; \Longrightarrow \; 0 < x <2 \;\;(x\neq 1)$$
의 관계식을 쓸 수가 없습니다. $\delta > 1$ 이면 $0 < \left| x-1 \right|< \delta > 1$ 이니까 $0 < x <2 \;\;(x\neq 1)$ 가 죽었다 깨어나도 나올 수가 없지요. 예컨대 $\delta \leq 10000$ 이면 $9999 < x < 10001$ 이 되지만, $\delta > 10000$ 이라는 값을 잡으면 $0 < \left| x-1 \right|<\delta > 10000 \; \Longrightarrow 9999<\delta < 10001$ 가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말하자면 $\delta$ 의 '상한'이 $10000$ 인 것이 아니라 '하한'이 $10000$ 이라는 것이므로 $\delta$ 를 양방향 부등호 사이에 넣을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이 방법은 실패합니다.
의심 2) $\delta \leq 1$ 에서 굳이 $1$ 을 택해야 하나? $2$ 나 $100$ 같은 숫자는 택하면 안되냐?
$\Longrightarrow $ : 위에서 이미 언급했지만, 택해도 됩니다. 어떤 값을 선택해도 상관이 없습니다. '같거나 작다'는 부등호만 사용하면 됩니다. 예를 들어 $\delta \leq 5$ 이라고 잡게 되면
$$0 < \left| x-1 \right|< \delta\leq 5 \; \Longrightarrow \; 4 < x < 6 \;\;(x\neq 1) \; \Longrightarrow \;\; 0 < x-2 < 2$$
가 되겠네요. 그럼 결론은 $0 < \left| x-2 \right| < 2$ 이니 달라지는 것이 없습니다. 심지어 $\delta\leq \displaystyle \frac{1}{2}$ 라고 잡더라도
$$\begin{align*}
0 < \left| x-1 \right|< \delta\leq \displaystyle \frac{1}{2} \; &
\Longrightarrow \; \displaystyle -\frac{1}{2} < x < \displaystyle \frac{3}{2} \;\;(x\neq 1) \;
\\\\& -\displaystyle \frac{3}{2} < x-2 < -\displaystyle \frac{1}{2}
\\\\&0< \left| x-2 \right|<\displaystyle \frac{3}{2}
\end{align*}$$
가 되어, 다음과 같이 마무리할 수 있습니다.
$$\left|(-x^2+3x+5)-7 \right|=\left| x-1 \right|\left| x-2 \right|< \delta \left| x-2 \right|
<\displaystyle \frac{3}{2}\delta = \varepsilon$$
$$\therefore \delta=\min \{ \displaystyle \frac{1}{2}, \displaystyle \frac{2}{3}\}$$
그러나 엡실론-델타 논법의 본질을 잘 생각해보면 $\delta$ 가 작은 값일수록 우리는 영희의 공격을 막기가 수월합니다. 우리의 목적은 파란색 $\subseteq $ 분홍색이죠? 그렇기에 $\delta$ 를 크게 잡는 것은 오히려 파란색이 분홍색에 포함될 가능성을 좁게 만듭니다. 그러니 적당한 값을 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시 말해 $\delta$ 의 상한을 어떤 값으로 설정해도 상관은 없지만 되도록이면 적당히 계산이 깔끔한 숫자로 잡는 것이 수월하다는 뜻이죠.
의심 3) 그러면 $\delta \leq 1$ 인 상황에서 $\delta=\displaystyle\frac{\varepsilon}{2}$ 로 잡으면 끝난 것 아닌가? 굳이 $\delta = \min \left\{ 1,\displaystyle \frac{\varepsilon}{2} \right\}$ 라 쓰는 까닭은 무엇인가?
$\Longrightarrow$ : 우리의 가정이 $\delta \leq 1 $ 이었고, 결론이 $\displaystyle \frac{\varepsilon}{2} $ 였습니다. 여기까지 동의하시죠? 그러므로 둘을 합치면 $0 < \delta = \displaystyle \frac{\varepsilon}{2} \leq 1$ 이어야 합니다. 가정이 참이라고 했을 때 나온 결론에 대해 그 결론이 가정에 모순이 되어야 하지 않으니깐 말이죠.
그러나, 이러면 심각한 문제가 생깁니다. $\varepsilon$ 은 임의로 주어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0 < \delta = \displaystyle \frac{\varepsilon}{2} \leq 1$ 라는 것은 $\varepsilon \leq 2$ 라는 것이니, 영희의 공격 범위를 방해하게 되는 셈입니다. 우리는 영희가 자유롭게 공격할 수 있는 상황 속에서 방어하는 것이므로, 임의의 $\varepsilon > 0 $ 값에 대해 수비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만일 $\delta = \displaystyle \frac{\varepsilon}{2}$ 라고만 준다면, 이는 '임의의 $\varepsilon > 0$' 이라는 조건에 모순입니다. 따라서, 영희가 공격하는 $\varepsilon > 0$ 의 값이 과도하게 큰 값인 경우, 곧 $2$ 보다 큰 경우에 $\delta = \displaystyle \frac{\varepsilon}{2} \leq 1$ 이라 답하면 틀린 겁니다. 따라서, $\min$ 기호를 도입하면 11
$$\delta = \min \left\{ 1,\displaystyle \frac{\varepsilon}{2} \right\}\;\;\Longleftrightarrow \;\; \delta = \left\{ \begin{array}{cl}
\;\;\;\;1 &\;\;\;\; (\varepsilon >2) \\
\;\;\;\;\displaystyle \frac{\varepsilon}{2} & \;\;\;\; (\varepsilon \leq 2)
\end{array} \right.$$
으로 주어지는 $\varepsilon > 0$ 값이 무엇이든지간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게 됩니다. $_\blacksquare$
이해가 되시나요? 이 문제는 그래서 어렵고, 어떤 교과서를 봐도 제가 말한 세 가지 의심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는 것으로 보여 학습자가 이해하기 매우 까다롭다고 생각합니다.
이 정도로 준비를 한다면 웬만한 미적분학의 연습문제는 다 풀 수 있을 것입니다. 실은, 이 예제 3)은 삼각부등식을 사용해서 처리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다만 요즘에 대학에서 미적분을 공부하는 학생분들은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기하가 선택과목이기 때문에 삼각부등식을 굳이 사용하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기하를 선택한다고 해서 삼각부등식을 다 잘 알고 있는 것도 아니며 미적분학의 후반부에서 삼각부등식이 등장하기 때문에 굳이 걱정할 필요는 없을 듯 합니다.
글을 상당히 친절히 작성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엡실론-델타 논법은 계속 스스로 연습하고 잊지 않도록 꾸준히 학습을 해서 체화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한 학기 정도만 버티면 될테니, 한 번 이 악물고 도전해서 극복해 봅시다. 학습의 정수는 구슬땀이 동반된 노력을 통해 성취감을 이루는 작은 단계를 하나씩 올라가는 것이기에 포기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되새겨 보시기 바랍니다.
[참고문헌]
내 대가리
- Central Dogma, 절대 권위라는 뜻으로 여기서 비유적 표현이다. 단백질 합성에 관한 분자생물학의 중심원리를 말하며 절대 건드릴 수 없는, 깨지지 않는 "성역(城域)"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물론, 과학적으로는 레트로 바이러스나 프라이온처럼 센트럴 도그마가 깨진 경우도 있다. [본문으로]
-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수학II, 2009 개정 교육과정의 미적분I, 2007 교육과정의 수학II [본문으로]
- 발산의 엄밀한 정의는 미적분학에서 하지 않고 해석학 정도에 가서 합니다. 엡실론-델타 논법과 비슷한 방법을 쓰기는 합니다. [본문으로]
- 열린구간 $I$ 등을 도입하는 까닭은 보다 제가 엄밀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깊게 이해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그냥 여러분이 아는 적당한 함수 $f(x)$ 아무거나 떠올려도 됩니다. [본문으로]
- $f(a)$ 가 $I$ 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뒤에서 부차 설명하겠지만 연속이 아닌 경우를 말합니다. 극한값의 존재 여부는 연속 여부와 관련이 없고, 또 $x=a$ 에서 극한은 존재해도 함숫값은 없는 경우가 있지요. 소위 '$x=a$ 에서만 빵꾸'가 뚫린 상황입니다. [본문으로]
- 기호 $\subseteq$ 는 부분집합을 나타내는 것으로서, 중고교 수학에서는 $\subset$ 을 쓰지만 대학교에서 $\subset$ 은 진부분집합 기호입니다. 부분집합은 같거나 진부분집합의 관계인 것을 말하고, 이는 마치 부등호 $\leq$ 가 작거나 같다의 뜻을 같는 것처럼 $\subseteq$ 는 같거나 진부분집합이라는 뜻을 가집니다. [본문으로]
- 태그한 글은 위상수학과 해석학에서 등장하는 개념으로, 엡실론-델타 논법에서 가까워지는 정도와 관련된 밀착이라는 수학적 개념이 있음. [본문으로]
- 따라서 분홍색 집합과 파란색 집합은 닫힌집합이지만, 노란색 집합은 두 열린집합의 합집합인 셈입니다. [본문으로]
- $\varepsilon$ 을 하나의 값으로 주는 문제의 난이도가, 그렇지 않고 임의의 $\varepsilon$ 으로 주는 경우보다 훨씬 쉽습니다. 해석학에서는 절대 하나의 $\varepsilon$ 에 대해 증명하는 경우가 없으며, 미적분학 수준에서나 가끔 출제될 수 있습니다. [본문으로]
- 수학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또는 수학과라면 '아르키메데스 성질이 뭔지도 찾아봐야겠다!'는 마음가짐이 좋기는 하지만 1학년때는 너무 열심히 공부하지 말고 노시길 바랍니다.. [본문으로]
- 겐세이...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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